사실 개인적으로 수, 당 제국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고구려 멸망의 가장 큰 원인이
된 거라고 봅니다만...그래도 역사적 사건과 진실은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해야 좀더 객관적인 진실에 근접한다는 말이 있죠.
그래서, 고구려의 멸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당, 신라, 거란에 대해서
살펴 보면서 여러 생각들을 했습니다.
당은 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러 차례 고구려 원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죠.
워낙 거리가 멀리 떨어진 데다 만주의 척박하고 가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보급이 힘들어서 철수해야 했죠.
그러나, 당은 끈질기게 고구려를 침공해 오면서...동시에 고구려 멸망에 동참할 동맹세력들을
매수하기 시작하죠.
신라가 나당연합을 요청해서 백제, 고구려가 차례로 멸망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했는데
거란과 당의 관계가 흥미롭더군요!
거란은 원래 몽고와 퉁구스의 혼혈로 추정되는 유목민으로 원래 고구려에 속했다가 당과 연합해서
고구려 멸망에 참여했죠.
당은 신라 이외에도 거란과 동맹을 맺어서 고구려 정복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보면서
고구려 멸망의 원인은 생각보다 복잡다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중국 중심의 천하관을 완성하려는 당의 야망과 집념이 저런 결과를 가져온 걸까요?
거란은 고구려 멸망 이후 영주를 지배하다 당에 반란을 일으켜서 본의 아니게 발해의 건국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거란은 당과 돌궐 연합군에게 패망했다가 5대 10국의 혼란기에 부흥해서
발해를 멸망시키면서... 발해와 묘한 은원관계를 쌓게 되죠.
이후 거란은 고려를 침공하면서, 한국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남겼죠.
역사는 참으로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면서 흐르듯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형성되는 듯 합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성을 단순하게 도식화하는게 무의미하다고 할까요?
역사를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합리성의 인과 관계로 따지다가 나중에는 음양오행론과 같은
운명적 순환론으로 빠지는 이유가 그건 지도 모르겠군요!
첫댓글 저 역시 당시 고구려가 거란 통제에 실패하면서 對唐 전선에 이상이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변방 혹은 점이지대에 존재했던 非국가 형태의 여러 정치체들은 당시 주변의 강대국들 눈치를 많이 봐야만 했고, 당연히 강대국들 또한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풍부한 물산을 지원하거나, 살 수 있는 넓은 토지를 제공한다거나, 관직을 내려 그들에게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되겠죠. 고구려도 초반에는 漢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물품을 넘겨받아 국력 증강의 기반으로 활용했던 점(책구루)을 상기한다면, 강대국은 아무래도 돈이 많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구려는 기존
에 자신의 천하관에 속해 있던 여러 집단들(국가-백제/신라/가야/왜, 비국가-거란/선비/숙신-읍루/부여/실위/말갈 등)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수-당과 맞서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기존 집단들에게 뭔가 실익을 제공함으로써 수-당보다 고구려 편에 서게끔 해야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말갈같은 경우는 끝까지 고구려에 부용했던 반면, 거란은 점점 수-당으로 치우친 케이스였죠. 그 사이에 어떤 거래들이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결론적으로 고구려는 거란 통제에 실패했고, 당은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구려의 서부전선에 군사-외교적 공백을 초래했고, 그만큼의 공력이 더 투입되어야만 했죠.
역사의 수레바퀴는 순환에 의해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객 전도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