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답사 : (봉화)<신포역> /(태백)<철암역>
1. 오늘의 역답사 이동은 <백두대간 V협곡 열차>와 <산타열차>를 이용했다. 전날 대한민국을 백설의 세계로 바꾼 눈이 곳곳에서 진경을 만들어내어 최고의 겨울여행을 만들어주었다. 영주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열차는 산타마을로 유명한 <분천역>과 전국에서 가장 작은 <양원역>에서 약 10분간 정차하여 사진촬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산타마을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사진 찍는 사람들은 눈과 함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있었다. <양원역> 대합실은 조그맣고 단순한 건물이었다. 역이 없어 불편했던 지역 주민들의 요청과 실질적인 부담으로 역이 만들어졌고 역은 고즈넉하게 깊은 산 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역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분투는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하였다.
2. <승부역>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간단한 요기거리를 할 수 있는 코너가 만들어져 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조금 짧지만 사람들은 한 잔의 막걸리와 어묵, 메밀전병 등을 먹고 이동한다. 과거 ‘대전역’의 우동처럼 여유롭지 않아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내렸다. 이제 본격적인 답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답사 전, 메밀전병과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여행에 관한 몇 가지 정보도 얻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석포역>까지는 약 10km 조금 더 되는 거리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여기에서는 가기 쉽지 않지만 <양원역>으로 이동하는 코스도 있다. 그 곳은 다음 기회의 답사지로 담아둔다.
3. 눈으로 가득 찬 세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로는 제설작업을 하여 걷기에는 불편하지 않았다. 사람도 없고 차도 거의 운행하지 않은 한적한 도로를 오직 눈과 바람과 동반하여 걷는 여행은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답사 코스였다. 높고 깊은 산과 하천은 눈과 어울리며 겨울의 신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동안 길은 산과 하천을 동반하며 이어진다. 변화없는 단순함도 이 길의 여유로움을 주는 요인일 듯싶었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자 멀리서 연기가 올라오고 거대한 산업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였다. 석포 주변에는 납과 아연을 채취하는 광산이 있고, 그 곳에서 채굴한 금속을 가공하는 제련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큰 규모라고 한다. 최근 <신동아> 2월호에는 ‘석포제련소’에 관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이곳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를 계기로 ‘환경오염과 지역고사’라는 두 개의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를 담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죽었고 심각한 환경피해를 끼치고 있지만, 제련소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생명줄’이라는 것이다. 제련소가 있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사람들의 삶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인지 이 곳에 있는 <석포초등학교>는 봉화에 있는 면단위 학교 중 유일하게 100명이 넘는 학교라 한다.
4. 석포역 주변 마을은 오래된 낡은 공간이었다. 그래도 마을 사이에 난 작은 도로 주변에는 제법 많은 식당과 상업시설들이 모여 있었다. 제련소가 있지만, 탄광마을처럼 검고 짙은 색깔은 없었다. 마을 사이를 걷는데 보기드문 장면이 나타났다. 마을청년회가 대보름을 맞아 집집마다 ‘建陽多慶, 立春大吉’을 붙여주고 신나는 벽사진경의 풍악을 울리고 있었다.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소중한 풍속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어 특별한 기분이었다. 마을풍물은 마을과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며 협력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제 사람들이 줄어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석포역’의 기억은 작은 식당에서 먹은 음식으로도 남을 것같다. 기차 시간도 남고 더 이상 이동할 곳을 찾지 못해 문을 연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 막걸리를 주문하고 두부조림을 시켰다. 음식은 깔끔했고 주인은 친절했다. 여행 중에 만나는 다양한 식당주인들의 태도는 그 지역에 대한 인상을 오랫동안 각인시킨다. <석포역>은 기분좋은 장소로 남을 것이다.
5. ‘산타열차’를 타고 태백의 <철암역>으로 이동했다. 산타열차는 백두대간 열차와는 다르게 기차 내부가 아기자기한 시설로 장식되어 있었다. 작년 ‘산타열차’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계속 운행하고 있어 반가웠다. 봉화와 태백 지역은 열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쉽지 않은 그야말로 오지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어려운 이 곳에 열차가 다닐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이 곳을 찾은 사람들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다행한 일일 것이다. 외지인들에게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열차여행의 낭만을 즐길 수 있고, 현지인들에게는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철암역>도 또한 ‘탄광’과 관련된 장소이다. 주변 ‘장성탄전’이라는 큰 탄광이 있어 그 곳의 탄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곳이다. 탄광이 있던 곳은 왠지 짙은 색깔이 내려와 있는 느낌이 강하다. ‘철암’ 또한 저녁때가 가까워서인지는 몰라도 그랬다. 역 앞에 <탄광문화촌>이라는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탄광과 관련된 오래된 이야기가 펼쳐지고 과거의 장소가 재현되어 있었다. 기념시설을 지나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사이를 걸었다. 깊게 내린 눈때문인지 사람들의 왕래는 없었다. 12월과 1월 중순까지 제대로 맛보지 못한 겨울의 느낌을 1월말과 2월에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그것도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오지에서 말이다. 몸이 생각만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여행의 집중을 감소시키지만, 다가오고 만나는 풍경과 인상은 특별하였다. 2024년 시즌에 만나는 겨울의 아름다움이다.
첫댓글 - 관광열차를 타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