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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초부터 바쁘다. 교회의 일보다는 지방회 일처리가 많다, 교역자회와 감찰회 일처리도 많다. 나이와 연륜에 일이 따라 붙는다. 지방회장이 되기 전만해도 1월 2월은 한가했다. 그런데 지방회장을 역임한 후로 1월 2월도 바빠졌다.
그런데 비상 문자가 날아든다. "응답하라 103년차"... 큭... 동심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어린시절 돌맹이나 나무토막으로 만든 무전기를 들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니면서 전쟁놀이 하던 그 시절...
"너무 바빠 못간다"고 응답했다. 이내 득달같이 달겨든다. "안 오면 안 된다. 꼭 와야 한다" ...
에고... "갑니다. 가요" 없는 시간이라도 만든다. 모임을 준비하는 그 정성이 괘씸해서라도... "갑니다. 가요."
서울의 동장군이 매섭다고 일기예보가 연일 소리친다. 문자도 날아든다. 추우니까 잘 무장하라고... 단디 준비했다. 서울을 떠나 부산에 온 뒤로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던 내의를 꺼내 입었다. 그런데... 에고... 더워서 쪄죽는 줄 알았다. 뭐야? 서울 춥다 춥다 해서 떨었는데 부산 자갈치 칼바람에 비하니까 쨉도 안되네. 결국 내려오는 길에 KTX 화장실에서 벗어버렸다. 으... 시원해?
13일 오후 4시20분 경...
항상 일만하시는 목사님, 최일만 목사님이 시무하는 성암중앙교회에 도착했다. 대형 교회버스가 시동을 건채로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 감사하다. 제주 컨퍼런스 때도 두 대의 대형버스로 최선을 다해 섬기시던 목사님 사모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마도 우리 103차는 이렇게 일만하시는 은사를 지니신 목사님이 섬겨 주셔서 잘 돌아가는 거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최일만 목사님... 되게 웃기다. 옷매무시는 최고의 신사처럼 입고 다니시는데 군것질 하는 것 보면 완전 시골 수수맨 처럼 소탈하다. 부산에서도 그랬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호떡, 떡볶이, 만두... 엄청 사 드시더라. 열량이 많이 필요해서 그랬다나? 물론 우린 옆에 서 있기만 하면 입 안이 즐거웠다.
삼례 컨퍼런스 때도 그랬다. 내장산 케이블카 정상에선 무슨 뻔데기에 은행열매에... 한 컵씩 사서 드신다. 물론 우린 옆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우리 손에도 한 컵씩 들려진다.
이번 서울 컨퍼런스 때도 최일만 목사님의 군것질 습관? 때문에 우리 입 안이 또한 즐거웠다. 이번엔 달걀빵과 풀빵이었다. 아무튼 앞으로도 군것질은 최목사님 담당이당... ^^
경건회를 마치고 웬 목도리를 하나씩 주신다. 빨간 원통형 뜨개털실로 짠 목도리, 검푸른 일자형 뜨개털실로 짠 목도리... 받으시는 분마다 너무들 좋아하신다. 특히 부부끼리 나와서 다정하게 목도리를 입혀주고 사랑의 인증샷을 찍으니까 분위기가 완전 신혼부부 분위기(?)다. 안 그래도 인구가 부족한데 잘 됐지(?) 뭐. 서울 추운 겨울 날씨를 대비해서 감기 걸리지 말라고 준비하신 것같다. 나중에 들으니까 베풀기 좋아하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설목사님이 준비하신 거란다. 생각도 깊으시지... 그 좁고, 쫘~아~악 째진 눈에서 어찌 그런 깊은 사랑의 생각만 나오는고... 지난 번엔 스파게티 양념을 주시더니 오늘은 목도리를 주신다. 감사 감사... 덕분에 남산타워를 오르면서도 하나도 안 추웠다.
이번 서울컨퍼런스는 데자뷰를 연상케 했다.
첫 행선지로 남산에 올랐다. 어린시절에는 가족과 함께 올랐고, 고교시절에는 친구들하고 올랐고, 신혼 여행 때는 은숙이와 함께 올랐다. 그리고 28년 만에 다시 오를 때는 벽없고 부담없는 그러나 그리움 있고 정감 있는 103차와 올랐다. 맛이 달랐다. 이런 깊은 맛을 주신 주께 감사...
저녁은 대장이 쐈다. "원조의 원조 평양 족발집?"에서... 먹고 남도록 풍성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안미옥 사모님과 길연순 사모님의 드시는 모습이 자꾸 떠오를까... 뒷 일 생각하지 않는 편안함이 주변의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족발을 처음 드신다는 신남옥 목사님... 어찌나 잘 드시던지... 결국 남은 족발을 잘 포장해서 신목사님 드렸다. 늦바람 든 사람이 무섭다던데 인천 족발집 거덜나게 생겼다.
이내 검은 봉지 들고 남은 뼈와 살을 다 거두고 다니시는 분이 계셨다. 대명 오세현 목사님... 초복 때 103차 대접하기 위해 남은 족발의 뼈들을 잘 가져가서 개들 먹여야 한단다. 먹이 사슬이다... 오목사님이 강조하시길 "노아 홍수 다음부터는 반드시 짐승을 먹어야 한다"고 성경에 써 있으니까 개를 잘 먹어야 한단다. 대단하셔... 오목사님의 개먹음에 대한 지론이다. 프랑스 사람들 들으면 반응이 어떨까? 오목사님 테러 조직 결성할지도 몰라요. 프랑스 용병들 역사적으로도 대단하거든...
다음날 아침은 이경환목사님을 통해 다슬기전복으로 섬김을 받았다. 이런 분 처음 봤다. 섬기기 대빵이다. 본인의 사택을 팔아 지방회내 목사님 장로님들 성지순례를 섬겼단다. 그리고 본인은 퇴촌으로 이주하셔야만 했고... 멋져부러... 성경대로 살기를 힘쓰시니 어찌 하나님께서 눈여겨 보시지 않으실꼬...
김기환목사님이 광야에 외치는 큰 소리로 선지하시기를 "사모님들이 삼례 모임 때부터 이상해지셨다. 자기들끼리 모이고 남편 목사를 왕따 시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회개하시오(?)
거기에 설총무 또한 한몫 더 하신다. 사실 삼례 모임 때 목사님들은 게장국 집에 떨궈놓고 설목사님만 사모님들하고 봉고 한 차로 젓갈사러 간다는 핑계(?) 대고 사라지셨단다. 그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니... 오늘은 사모님들 한테만 남대문 시장에서 쇼핑값으로 50,000 원씩 나눠주네. 뭔일(?). 사모님들 "좋아라" 난리가 아니다. 근데 본전 생각이 난다. 매월마다 우리 목사들은 교회에서 생활비 받아서 거의 고스란히 사모에게 갖다 바쳐도 이렇게 박수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꼴랑 50,000 원에 저렇게들 좋아서 난리일꼬... 나도 다음 달 생활비 받으면 5만원만 줘 볼까? 그 뒷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추위에 빤츠 바람에 두 손들고 베란다에 서 있는 비극이 발생할지도 몰라... ㅠ ㅠ
다슬기전복탕을 먹고 있는데 바야야 사모가 빨리 차에 타란다. 밤새 잠도 못자고 리싸이틀 연습했다고... 버스 안에 노래방 시설이 갖춰있었다. 바야야 사모님이 찬송가에는 없는, 복음성가집에도 없는, ccm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어떤 곡(?)을 열창을 하신다. 댄스도 겸하여... 옛날에 TV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장면(?). 그런데 갑자기 모자가 돌아다닌다. 순식간에 그 모자 안에 17만원 정도가 걷힌 것 같다. 아차... 당했구나. 앵벌이 두목 황진구... 춤은 곰이 추고 돈은 왕서방이? 많이 해 본 솜씨들이네... 바야아 사모 왈... "사모가 안 됐으면 밤무대 가수가 되었을거라고..." 듣고 보니 황두목이 구제해줬구나 싶었다. 우리를 즐겁게 해주시기 위해 밤새 갈고닦은 춤 솜씨를 보여주신 바야야 사모님께 응원을 보냅니다. 짝짝짝
절기 때마다 뉴스 앵커들이 반드시 찾아서 방송하는 인사동 사거리... 그 인사동을 찾았다. 인사동의 고풍과 아름다운 관광의 모습이 마치 서울 유럽에 온 기분이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그랬다. 103차하고 돌아다니면 그 어디나 유럽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만 그런가? 암튼 좋다. 아내가 목걸이를 하나 산다. 수제품이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이어서 신사동의 떡볶이 집에 들렀다. 사실... 오래 전 대학생들만 즐겨 찾던 곳... 가끔 향수에 젖은 노년부부나 찾는 곳... 우리는? 늦깍이 재수생이라고 떠들며 들어갔지. 남들이 하도 쳐다 보길래... 한 참 잘 드시더니 최일만 목사 부인 ~~순이 사모님이 우리 테이블로 옮겨 오신다. 그러고는 임윤빈 목사님이랑 떡볶이 같이 먹는데 추가로 시키기가 뭐해서 손가락만 빨다가 우리 테이불로 옮겨왔다고? 그날 떡뽁이를 임윤빈 김정길 목사님이 섬겼다네. 남의 주머니 사정 생각해서 추가 주문 못했단다. 에고 착해라.
그리고 남대문 시장의 쇼핑도 과거로의 회귀를 누리게 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가시던 그 시장이다. 나 빼놓고 쇼핑은 다 즐거운 모양이다. 모두들 한 아름씩 싸 담았다.
이어서 금번 컨퍼런스의 대미를 장식할 김성찬 목사 출판기념회가 준비 된 중앙성결교회로 향했다. 그런데 좁은 골목길이 문제다. 성암교회 대형버스의 중앙성결교회 주차장 진입시도는 그야말로 간담을 서늘케한 씨급한 사건? 으로 남는다. 최일만 목사님 왈 "죽는 줄 알았어요" 하신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어. 넘 알려 마오. 다쳐요.
김성찬 목사의 출판 기념회로 금번 컨퍼런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위대한 작품인가 보다. 서평가 축사가 격려가 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 위대한 작품이라고... 나보다 전문가들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내가 뭘 안다고... 근데 읽어보니 훌륭한 작품인 것 같다. 가끔은 나도 모르는 말들이 있다. 내가 모를 정도로 숨겨 썼다면 훌륭한 것 맞을끼여...
축사자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영혼의 일기를 공개하다... 일기를 공개하다니... 이 얼마나 무모하고 용감한 행위인가... " 내가 속으로 한마디 했다. "이 사람들 바보아냐? 뭘 몰라. 우리 대장이 일기를 공개할 때는 그만한 자신감이 있는겨... 남들은 모르는, 순전히 자기만 아는 은유법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것이 일기인지 소설인지 ,픽션인지 넌픽션인지 헷갈려. 비슷한 수준 아니면 몰러... 그래서 자신있게 공개하는 거지. 뭘 모르시기는.... 쯧쯧... "
격려자로 나선 이경환 목사님... 처음엔 완전 김성찬 목사 홍보요원으로 나온 에이전트(?) 인줄 알았네. "이 분의 행정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서울중앙지방회도, 역사편찬위원회도, 우리 103차 지방회장단의 끈끈한 모임도... 김성찬 목사님의 훌륭한 행정력과 빈틈없는 청렴함의 결실이라고... 열매를 보면 사람을 알아요" 깜놀... ^^
식사 연회장에서 박현모 전 총회장을 만났다. 내가 부산에 산다는 것은 아시니까... 깜놀하시면서 내게 인삿말을 건넨다. "어쩐 일로 부산에서 여기까지... 이 출판기념회 때문에?" 하신다. 그래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103차 거든요". 그랬더니 또 한 번 깜놀하시면서 "103차 연대가 끈끈하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이 정도까지였네" 하신다. 속으로만 내가 답했다. "이 정도 이상이지요"...
출판기념회에 많은 분들이 오셨다. 최소 250~300명은 되어 보였다. 남은 평생 한 권의 책도 출판 못해보는데... 한 번에 3권씩이나 출판한 대장 목사... 과연 대단혀. 그래도 나도 한 권 출판 했다. 석사 논문... 큭
출판 기념회를 통해 가장 수고하신 분은 우리 사모님이신 것 같다. 항상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잔고생은 사모들이 많이 하는데 항상 그림자로 들어가고 목사만 전면에 드러나요. 그래서 목사는 빛이요, 사모는 소금이라고... 용득이가 말했다.
서울 컨퍼런스를 섬긴 분들을 떠올리며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입가에 잔잔한 아기 순산한(?) 기쁨과 그리고 더 큰 출산(?)을 고민하면서...
영혼의 일기? 아니 "혼의 일기" 부산에서 황용득 목사가...
첫댓글 103년차 1박2일 일정을 너~무~나 상세하게도 또박또박 재미있게 맛깔나게 올려주신 황목사님께 감사인사 올려드립니다^^~근데 둘째날 김선혜사모님께서 단독 리사이틀로 웃음을 선사한 사건은 빠졌군요~아무튼 얼굴뵈서 좋았구요~ 출판기념예배 울 103년차 목사님 사모님께서 참석해 주셔서 기쁨이 몇갑절로 벅찼답니다♥~^^참석하신 목사님사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삐 | 16:22 | 답글 | 삭제 | 신고
아삐 사모님 깜빡했네여... 일기에 추가했어여...
역쉬, 황짱
그 구수한 입맛이 그냥 그대로 글맛이네 그려. 앞으론 황짱이 전담해야겠어. 런던 특파원 황용득!!
감사하고, 동기분 내외 다들 고맙고. 내 허물과 빈틈을 온 몸으로 메워 준 그대들이 있음에, 난 행복하고, 기쁘고, 복 된, 사람이 됐네요.
그 겨울 밤
산정 칼바람을 이겨내게 했던 금보다 값졌던 남산 타워의 목도리처럼,
우리는 서로서로 세상을 이겨낼 또 하나의 나임을 재확인했었지.
참 상큼했던 겨울 싱아였어.
다시 감사.
황용득 홧팅^^
빠친 일기 첨가 했어여... 또 일러 주심 수정할껴...
수정?
일기가 아니고 근무일지네 일지
ㅋ, ㅋ
글재주가 대장님 닮아가는가벼, 영혼일기 4편은 황특파원이 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니면 원래 숨겨진 끼가 나오는 건가? 이런 분들이 많아서 103년차가 좋다
대장.. "일기가 아니고 일지" 맞아여... 난 지금도 매일 아침은 QT를 저녁엔 "일지 비슷한 일기"를 쓴다오. 요즘은 일년에 QT를 380번 정도 할걸... 아마도 QT와 일기는 한 30여년 써왔을 걸? 그날 그날 무엇을 했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기 비슷한 일지 큭... 그 일지에는 103차가 그 날 그 날 뭘 했는지 다 써 있다오.
황짱
그 치부책이 나중에 한 몫할 거여
잘 보관해 두셔
잘
황 목사님의 글 감사히 잘 읽었구요. 수준급입니다. 그 날 끝까지 동행하지 못해서 죄송... 암튼 2014년의 첫 출발은 유쾌 상쾌 통쾌 했습니다. 103차 덕분에 모두에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