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山行)
2010년 7월
13년만에 찾아온 가장 쾌청한 날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13년만에 찾아 왔다는 가장 쾌청한
太初의 모습으로 보여준 이날
水曜山行의 고등학교 동창생
두 山友는
禮峯山 정상에 있었네
산 높이라야
고작 683미터인데
동서남북이 왜 그토록 눈이 시리고 아프게 확 트였는가!
九十餘里만큼의 눈 닿을 멀고 머언 視界속에
가깝고 먼 山 山 山
높고 낮은 山 山 山
첩첩이 山 山 山
짙푸른 山 山 山
靑山도 절로 절로
綠水도 절로 절로
산 절로
물 절로
산수간 나도 절로 절로
십삼년만에 찾아온 快晴晴 淸明明 한 날에
여기
예봉산 정상에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티 하나 섞이지 않은
맑듸 맑고 달듸 단
無染의 太古적 공기로
두 사람은
風浴을 취하도록 즐겼다네!
이 詩를 읽느라면 문단에 데뷰한 어느 시인의 詩作 같지만 실은 서울에서 글을 쓰는 친구 권오원씨의 글이다.
고교 동창 친구분과 매주 등산을 즐기는데 예봉산에 오른 날은 마침 날씨가 그렇게나 쾌청해 맑은 공기가 시원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詩를 이 두줄로 풀이하면 그것으로 끝인데 아마 모르면 몰라도 이 친구분은 이 詩에 살을 붙이고 붙이면 두툼한 小說 한 권은 쉽게 되리라 생각한다. 아니 소설을 한 권 쓸만한 내력을 이 몇 줄의 글로 압축했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오래전 이곳 한국 신문 column에서 한국을 방문하고나서 쓴 글에 서울 사람들의 등산 문화를 언급하면서 서울 근교 산에 가면 ‘산이 내려앉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등산객이 많트라는 걱정아닌 걱정을하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다 이유가 있어 등산이 유행이겠지만 서울 근교에 산이 많은데다 어데를 가나 먹거리가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하니 비교적 돈 안드는 소일꺼리로 이만한 일도 없으리라. 그러다 보니 건강도 챙기게 되고. 산악회원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산에 올라 맛있게 점심을 들고 자연을 만끽한 후에는 하산, 술 한잔씩 나누고는 다음 약속을 한 후에 뻐스나 기차, 전철을 타고 서로 혜어지는 풍경,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없는 문화이다. LA만 하드라도 주위에 산이 많고 또 LA하면 서울의 축소판이니 LA에는 등산 동호회가 많은것으로 듣기는 했지만.
88 서울 올림픽때 TV 중계를 보면서 서울에 산이 그렇게 많은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다며 놀란 일이 있는데 내가 사는곳은 높은 빌딩에 올라가 360도 돌아 보아도 진짜 지평선만 보인다. 이런 평지에 오래 살다 보니 산이 있는곳에 가면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는가하는 걱정까지 해 주게 되었다.
내가 사는 이곳 주택지에는 걷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아침저녁으로 운동삼아 걷는 사람이 열이면 열 전부다 산보하는 사람이지. 열이면 열이 아니고 서너 사람이면 서너 사람 다 라고 표현해야지만. 동내에는 동내 공원같은데 주말에 걷는 사람을 위한 산책길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hiking 코스가 있기로 하면 스케일이 크기는 크다. 어느 정도 크냐하면 미국 동부 Appalachian 산맥을 따라 동북부 끝 Maine 주에서 Tennessee주까지 hiking trail이 있어 끝에서 끝까지 걸어 갈려면 3여년이 걸린다나. 실제로 그 hiking trail 전 코스를 걸은 사람이 있단다. California에도 Sierra Nevada에 그런 trail이 있는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걷는거야 나 같은 사람이야 그저 남의 이야기이나 Washington DC에서 Tennessee의 끝까지 자동차 도로가 Appalachian 산 정상을 연결해 놓은 길이 있는데 그 도로를 한번 드라이브 하고 싶어 그 길로 들어 가기는 했으나 이틀이 걸린다는 말에 그만 둔 일이 있기는 하다. 설악산 부터 지리산 까지 산 봉오리를 맴 돌며 자동찻 길이 나 있다고 생각해보면 된다.
설악산도 차로 넘어가는 길이 나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에는 그런 길이 많이 있다. 그러니 차로 높은 산을 운전해 넘어가는 재미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옛날 어린 시절 높은 뒷 산에 올라가 그 산 넘어에 보이던 길이 아직도 눈에 선 한데 작년 여름 한국에 간 김에 그 어릴때 올라갔던 산을 보니 그게 산이 아니고 그저 뒷 동산 정도 였으며 지금은 그 옆으로 고속도로가 씽씽 달리게 되어있더군.
한국에서는 설사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고향에 가끔씩이나마 들리는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것이 하나 있다. 외지에 30-40년을 살다가 고향을 찾으면 모든것이 작아 보이는 것 말이다. 그 멀고 멀던 곳이 엎어지면 코가 닿을만한 곳이고 넓디 넓던 동네 길이 쫍은 골목길이었다는것 그런것 말이다.
미국에서 올라가 본 산을 이것 저것 생각해 보면 Pikes Peak라는 산이 있다. 이 산은 Rocky 산맥 남쪽 끝머리 Colorado 주 Denver 市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운전해 가야하는 거리에 있는 Colorado Springs 市 근처에 있는데 민둥산으로 자동차로 올라갈수도 있으나 내가 올라 갈때는 칙칙폭폭하는 기차로 올라갔지. 정상에 올라가면 그 높이가 14,100ft (4,300m) 정도는되니 여름에도 추운데 그것보다 동쪽으로 끝도 없이 첩첩이 높은 산이요 서쪽으로 펼쳐지는 대 평원은 ‘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절경이다. 이런 장관을 머리에 그리려면 Rocky 산맥의 지형을 알아야 한다. Rocky 산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면 검푸른 산을 지나다가 칼로 자른듯이 일 직선으로 산악 지역이 끝나고 미국 중부의 대 평원이 시작이 된다.
이 산에 올라가 보고 詩를 쓴 사람에 그 詩에 곡을 붙인 사람도 있어 그 곡이 “아름다운 미국이여” (America the Beautiful)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는미국 국가 “성조기”에 버금가는것으로 이 노래를 국가로 바꾸자는 운동이 있었을 정도이다. 이 노래로 이 산 Pikes Peak가 明山이 되어 관광지로 유명하다.
山行을 하고 쓴 윗 글을 英譯할 생각도 해 보았으나 내 영어 실력이 그럴만하지도 않을 뿐더러 더구나 예를 들어 山友를 Mountain friend라고 하고 끝에 나오는 風浴을 Wind bath라고 억지로라도 직역해 보아야 이미지만 구기게 된다.
America the Beautiful 가사를 한국어로도 번역해 볼까해도 내 한국어 실력이 그럴만 하지도 않으나 풀이하자면
(Pikes Peak) 산 정상에 올라가 보니
오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창공은 넓디 넓고,
곡식이 무르익는 대 평원에
산은 검푸르게 보이며
과일이 익는 평야에
미국이여 미국이여
하느님께서 이 땅을 축복하시고
우애로 맺어주시네
대서양 끝에서 태평양 끝까지
의미는 대강 그런데 原文 첫 머리는 이렇게 나간다.
O Beautiful for spacious skies,
For amber waves of grain,
For purple mountain majestic
Above the fruited plains,
America, America,
God shed his grace on thee
And crown thy good with brotherhood
From sea to shining sea.
그 가락이 머리에 맴 돌아야 이 가사가 살아나기 마련인건데 이 노래는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前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聖歌로 부르기도 한다.
내가 서울에 산다면 禮奉山에 또 가는 때는 나도 한쪽에 끼워주어 같이 산행을 할 수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구나.
첫댓글 송재섭과 남다른 우정의 다리를 놓아둔 현일이 덕분에 재섭의 등산기로 산에 오르는 기분이 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