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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한밤의 사진편지 제1999호 (13/9/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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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3회 여의 나루 ?보라매 주말걷기 후기
글 : 황금철(운영위원, gummulsori@hanmail.net) 사진 : 김태종(한사모 편집위원장, tjong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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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둘째 일요일 8일 입니다. 오후 3시에 62명이 모였습니다. 너무 고맙고 정신 채려 야지 하는 무거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 백전 노장들
벌써 9월이 왔는데도 더위가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남는 자가 강자라고 햇볕 속으로 2열종대로 나섰습니다.
우리가 강자입니다. 20분 남짓 길 따라 내리자면 MBC를 지나고 금융가를 지나니 교원 공제 조합이 나옵니다. 낯익은 말이되 빼 안 먹고 해쌓는 것은 “그랴 군댓물이 덜 빠져 그러지”
휴일 한적한 시간으로 보거나 차도와 보도의 넓은 폭으로 보거나 교통사고는 없을 듯, 마음 놓고 느릿느릿 걸어 봅니다. 우리야 自他가 熟知하고 있듯이 교육에 잔뼈를 굵은 백전노장들 안인가? 往年 가락도 가지가지 많지 않던가,
“만첩청산萬疊靑山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덥쑥 빠져 먹든 못허고, 으르르르 어헝- 넘노난 듯,“
“단산丹山 봉황鳳凰이 죽실을竹實을 물고 梧桐속을 넘노난 듯,” -춘향전에서-갑니다. 길은 남쪽으로 난 짙은 街路樹 그늘 여의나루로 숲길입니다.
#. 샛강다리
넓디넓은 新作路를 따라와 건너는 샛강교는 현수교懸垂橋로 모양새 빠지지 않게 지은 높은 다리입니다.
요즘 처자들이 탐내는 S-라인을 완벽하게 구현俱現한 듯합니다. 엉뚱한 방향에서 밧줄이 내려와 아슬아슬하게 보듬어 만들어진 다리로 그 현란眩亂한 맛에, “높아 어지럽네“ “바닥이 흔들려” ”줄은 떨어 안지겠지“ 건너면서 더러 혀를 내두릅니다.
老軀들이 더듬더듬 건너면 바로江南, 신길역이자 샛강 쉼터입니다. 1시간쯤 두 驛을 지났으니 4km가량 왔습니다.
쉬고 물마시고 사진 찍고 나누고 “화서표 인절미” “창석표 칵테일” “과자와 감주” “ 말로써 맨든 떡” 기타 등등 더위를 녹이고도 넘어나는 情입니다. 뜨겁습니다. 참말로 정답고 고마운 일의 연속입니다.
잠시 머문 공원 그늘 세계에서 나와 끝없이 내리는 볕길 행진을 이어 갑니다.
가는 길 멋대가리 있고 없음도 생각 나름, 바쁜 사람들 틈을 뚫고 이어가는 것이야 말로 살맛의 진수眞髓 아닌 가요. 우리가 먼저 속내를 트면, 그 뒤에 만나는 길동무마다 모두 우리 편이요 오래 오래 편안한 길로 이른다고 합니다.
#. 오늘 다시 온길
꼭 오라는 길은 아니지만, 몇 년 전 걸었던 노량진 용마산 공원길은 사뭇 세련되게 바뀌었습니다. 날머리 뒤쪽으로 들어가면 쉼터와 상급上級 화장실이 나옵니다. 잠시 큰 그늘 속에서 숨 돌리고 세수하며 땀을 식힙니다.
허 회장님 지도아래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충분한 휴식후, 오름 길로 조금만 걸으면 오작교烏鵲橋가 두 봉우리를 연결 합니다.
박찬도 고문님을 반갑게 만나게 된 지점이 이쯤 됩니다.
여기부터는 비탈을 둘러 지은 마루 길로 남서풍을 만납니다. “어-허! 너무 서늘해, 수염 날려,” “술래 꼬리 놓치겠어!!” 이제 시작되는 마루 길은 들풀과 참나무와 아카시 같은 잡목이 욱어지고,
작은 쉼터 끼리 이어지는 우리 동내 소로입니다. 수수한 들풀의 가을 꽃 향기 속에 참새나 개개비 등이 울어 “짹짹, 개비개비” 새소리가 어울려 퍼집니다.
걱정을 놓게 하고 가난한 마음을 채워줍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걷기 좋은 나그네길입니다.
아무리 천천히 이끌어도 이내 끝나버리는 것이 평안한 길은 길인가 봅니다. 비록 갈 길이 좀 남았어도 느리게 느리게 갑시다. 중간쉼터에 서서 숨 고르고 바람 더 쏘이면 마루 숲길 끝머리입니다. 소小 가옥 빌리지촌과 대림초등학교 정문을 지나니 또 1시간 5km를 쉽게 걸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10km를 채우면 끄트머리, 식당입니다.
#. 칠순七旬 입니다.
오늘은 김창석 운영위원님 칠순 잔치 날이기도 합니다. 뜻을 기리고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재임 중인 아드님(김홍범)과 며느님(임소연)께서도 귀국해서 참석 하였습니다.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라고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고 한답니다. 오늘 마련해 주신 음식 고맙고 흡족 합니다. 크게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김창석 운영위원님 댁 3대가 함께 모여 한사모 앞에서 칠순의 자리를 아름답고 정겹게 꾸민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고 흐뭇했습니다.
“늘 건강 하시고 마음 편하시고 쌓아온 업” 끝까지 빛내길 바랍니다.
때맞추어 자상하신 박동진 회원님께서 축시를 발표 하셨기 여기 전문을 올립니다.
70살 생일에 부치는 헌사
박동진 (한사모 회원, 김창석 님의 고교 동기생)
70. 70이란다. 일흔 살. 69보다 하나가 많고 71보다 하나가 작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칠순이라고 하더군. 공자 할아버지는 마음 가는대로 해도 좋은 나이라며 종심(從心)이라고 했고 오래 산걸 축하한다며 고희(古稀)라고, 희수(稀壽)라고 말한 이는 두보 할아버지였다던가? 근데 창석이 이 사람아.
일상의 나이에 숫자 한 개의 차이뿐인데 잔치라니 이 무슨 허접한 소린가? 어찌 공자 할아버지적 가치관을 오늘의 세상에 접목하려 드는가? 나팔 불고, 깡깡이 켜고, 하모니카 불고, 다른 나라 술 공양 잘하는 자네라면 미국 대학에서 훈장 노릇하는 아들, 며느리와 코큰 사람들과 세상 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잘난 아들 자랑하는 게 어울리는 일 아니겠나?
그런데 연배 높으신 선배님들 모셔놓고 세상 오래 산 척 부산을 떨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미국의 레이건은 70살에, 만델라는 72살에 대통령이 됐고 샤넬은 71살에 패션계를 평정했다지 아마?
그뿐인가 어디? 스트라디바리는 83세에 바이올린을 만들고 모노라는 탐험가는 93세에 여행을 떠났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80살이 되어도 행여 잔치 벌일 생각은 하지 마시게. 자네 막내 아들 나이 70살이 되거든 그때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셔놓고 떡 벌어지게 한상 차려주시게나. 내 그때 기꺼이 자네에게 술 한 잔 따름세.
70년. 840달. 지금은 100수 열차에서 잠시 내려 지나온 길 돌아보는 시간일세. 겨우내 언 얼음 때문에 나무들이 죽을까봐 산이 물을 비우듯이. 이제는 새것을 채우기 위해 마음을 비워야 할 때 아닌가? 이 땅에 발 디디고 사는 것에 감사하시게. 옷 한벌 걸치고, 따스한 밥 한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주말에 함께 걸을 수 있는 한사모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사시게나.
그리고 비오는 날 하늘 바라보다 문득 술 한잔 하고 싶은 친구 얼굴 떠오르거나 저녁노을 바라서다 목소리 듣고 싶은 사람 한 둘 있다면 그보다 더 한 행복 어디 있겠나? 내 친구 창석이. 25,550일째 되는 날이라네. 자네가 이 땅에 온지가.
그날 하늘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리고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나무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탄주하며 축하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네. 틀림없이. 천만송이 장미 건네는 마음으로 자네가 이 땅에 온 것을 축하하네. 부디 온 가족 평강하고 늘 하늘의 축복 충만하기를 바라네.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9월 초여드렛날에
친구 박동진이
#. 맛있는 음식
더위가 덜 가신 오늘 모두 크게 수고 하셨습니다. 김창석 님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 만세, 대표님 건배사였습니다.
니가 무엇을 먹을래?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 사탕 혜화당을 주랴? 아-매도 내 사랑아,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 느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만큼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 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너는 죽어 꽃이 되되 碧桃紅 三春花가 되고 나도 죽어 범나비가 되되, 춘삼월 호시절에 니 꽃송이를 내가 담쑥 안고 너울너울 춤 추거 드면 니가 날인줄 알려므나. 花老허면 蝶不來라, 나비 새꽃 찾아가니 꽃되기도 내사 싫소.
김칭석, 김경진 회원님 내외분께서 맛있는 쇠고기 전골, 좋은 위스키, 호박 떡과 과일을 푸짐하게 베풀어 주셔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번 담당인 김 소영님께 깃발을 인계 했습니다. 여의도에서 볼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대표님의 말씀
"자기에게 알맞은 자리를 택하기보다는 한 단계 조금 낮은 곳을 택하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려가시오."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올라오시오."라는 말을 듣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유대의 '탈무드'를 인용해 '겸손의 미학'을 깨우쳐 주신 감명 깊은 말씀이었습니다.
#. 금주의 humor
*.아내의 소원 성취 어느 부부가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비는 우물가에 서 있었다. 먼저 부인이 몸을 굽혀 소원을 빌고 동전을 던졌다.
남편도 소원을 빌러 몸을 굽혔다 하지만 몸을 너무 많이 굽히는 바람에 우물 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
순간 ,부인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와, 정말 소원이 이루어지는구나.!"
Ernesto Cortazar / My Heart Will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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