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은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연임을 공식화하는 취임식 날이다. 하지만 천 총통 본인은 물론, 집권 민진당 모두 취임식 직전의 기쁨 대신 꽤나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총통 취임식은 기이하고도, 우울한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통부 주변 안전부터 심상치 않다. 타이베이(臺北) 카이다거란(凱達格蘭) 가도(街道) 총통부 보아이(博愛) 특구에서는 지난 15일 두 건의 방화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장소는 특구 내 총통부 인근 법무부와 외교부 정문 앞. 새벽 5시부터 15분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3대의 전기자전거에 누군가 불을 놓고 달아났다. 경찰당국은 범행장소·시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이유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취임식 자체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인 국민당 롄잔(連戰) 주석 겸 국친(國親) 야당연합 총통 후보는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취임식 날 우리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취임식 행사에서 대만 국가를 불러 줄 가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 ‘자칫 중국측의 반발로 가수 생명이 끊길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지만 ‘스스로 선뜻 내키지 않는다’는 심경도 반영된 것 같다는 게 현지 소식통 설명이다.
천 총통이 축복받지 못하는 총통이 된 데 대해 마잉주(馬英九) 타이베이 시장은 “천 총통은 총통 선거 직전의 피격사건, 투·개표 과정에서의 의혹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켜 어느 누구로부터도 존경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 시장 자신도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집권당측에서 즉각 마 시장의 취임식 불참에 유감을 표시하자 그는 이렇게 결론냈다. “현직 총통은 전 국민 단결의 상징이다. 반대파를 반란범으로 모는 것은 민주 소양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