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지루한 암기? 흥미+개념 한 번에!
과학책으로 즐겁게 과학 이해하기
짜장면을 다 먹고 나니 물이 생겼다. 같이 먹은 다른 이들의 그릇은 깨끗한데, 왜 내 그릇만 이럴까? 범인은 전분과 아밀레이스다. 찌장에 들어가는 전분은 녹말 성분인데 침 속 아밀레이스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사람마다 이 효소의 양이 달라, 짜장면을 먹고 난 후 흔적도 차이 나는 것. 지루한 암기 과목 혹은 까다로운 과목으로 여겨지는 과학, 개념만 제대로 공부하면 생활 속 여러 현상도 어렵지 않게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다. 딱딱한 교과서가 꺼려진다면, 흥미로운 과학책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교과서 개념 이해도 돕고 과학사에 대한 배경지식도 얻는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 흥미롭게 읽어나가다 심화 학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학책으로 과학 이해하기. 소화기관을 다룬 책으로 시도해보자.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전찬희 교사(경기 상동중학교)
참고 <파블로프가 들려주는 소화 이야기> 사진 중2 <과학>(비상교육)
과학은 어려워? ‘소화’로 접근해보자!
중학교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네 가지 영역을 <과학>이라는 한 과목에서 3년간 배운다. 교과서가 개정되면서 좀 더 쉬워졌고, 실험이나 관찰 등 학생이 직접 학습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하지만 교과서 특유의 단편적인 설명과 각각의 개념과 실험이 이어지다 보니, 학생 입장에선 지루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중2 <과학>의 소화 단원을 주목해보자.
학생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현상이라 다른 부분에 비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설명이 짧고 분량도 많지 않아 영양소 검출, 소화기관 설명, 소화효소의 작용에 대한 암기 위주의 학습으로 흐르기 쉽다. 단원과 관련된 책을 함께 보면, 흥미를 높이고 단편적인 지식들을 연결시킬 수 있다.
경기 상동중 전찬희 교사는 “수업 자료를 만들 때 여러 과학책들을 참고한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들려주면 학생들이 더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색다른 과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중학교 2학년 소화기관을 수업할 때 <파블로프가 들려주는 소화 이야기>를 활용했다. <인체:소화의 과정> <혈관 내장 구조 교과서>도 소화 내용을 배울 때 함께 읽기 좋다”고 조언한다.
과학책 속 ‘모식도’로 쉽게, 이야기로 재밌게
<파블로프가 들려주는 소화 이야기>는 조건 반사와 소화 연구로 유명한 파블로프가 이야기하는 형식을 빌려 설명한다. 소화효소, 입-식도-위-소장-대장-항문에 이르는 긴 소화관을 다루면서 소화관에 연결되어 있는 간과 이자의 역할을 알려준다.
교과서에서는 소화기관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왼쪽 그림과 같이 내장기관이 겹쳐 보인다. 반면 책에는 입에서 항문까지 긴 소화관을 그리면서 간, 쓸개, 이자가 소화관에 연결된 모습이 모식도로 그려져 있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좋다. 향후 다른 신체기관, 그 작용을 정리할 때 참고할 수도 있다.
교과서의 ‘쓸개즙은 간에서 생성된 다음 쓸개에 저장되었다가 소장으로 분비되어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는 설명도 모식도로 이해하면 간-쓸개-창자로 이어지는 연결이 보여 한결 이해하기 쉽다.
위는 강한 염산이 분비되어 음식물에 포함된 세균들을 죽이는 ‘소독’을 하는데 염산과 섞인 음식물이 그대로 작은 창자로 내려가면 창자 벽이 손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화효소인 이자액에 포함된 탄산수소나트륨이 위에서 내려온 산성 상태의 음식물을 중화시킨다. 모식도를 보면 이자에서 나온 소화효소가 창자로 흘러들어가는 길도 보인다.
1 ‘소화’가 안 되는 이유를 알아보며 과학과 친해지기
꼭 식탁에서 형제, 자매들끼리 싸우는 집이 있다. 책에서는 식사자리에서는 다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마음이 편해야 소화효소가 잘 나와 소화가 잘된다고. 그 근거로 자율신경을 얘기한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스스로 조절되는 자율신경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있는데 긴장하면 교감 신경이 흥분하고 소화효소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라고 한다.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이런 설득적인 요소가 많은 책으로 과학에 더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다.
2 잔소리 NO, 이유를 알려주세요
‘먹고 바로 눕지 말아라.’ ‘꼭꼭 씹어 먹어라.’ ‘고기 먹고 냉면 먹고 차가운 아이스크림까지 먹니?’ 자주 듣는 말인데 특별히 그러지 말아야할 이유를 모르겠다면 책에 나오는 과학적 근거를 찾아보자.
내 몸속의 소화기관을 이해하면 잔소리가 아니라 내 건강을 지켜주는 당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울러 소화효소가 잘 작용하는 온도를 알게 되면 차가운 음식도 뜨거운 음식도 소화에는 해로움을 알 수 있다.
3 당연한 것도 다시 생각하고 의심해본다면?
소화기관은 우리 몸속이라고 해야 할까, 겉이라고 해야 할까? 내 몸 안에 있는 소화기관은 몸속이지 당연한 걸 왜 묻나 싶겠지만 소화관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뚫려 있는 긴 관으로 외부라고 보는 것이 옳다.
즉 음식물은 몸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몸을 관통하는 관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음식물이 소화관 내벽을 통과해 흡수되려면 크기가 아주 작아야 하는데 씹는 것만으로 이렇게 작게 만들 수 없으므로 소화효소가 필요하다.
그럼 위는 왜 불룩하게 생겼을까? 한꺼번에 많이 먹기 위한 장치다. 만약 위가 없어서 하루에 10번씩 밥을 먹어야 한다면 끼니를 챙기느라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초식동물이 하루 종일 풀을 뜯어 먹어야 한다면 맹수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도 의문을 품는 학생이라면 과학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걸음 더
더 넓고 깊게 소화를 알 수 있는 책
<인체: 소화의 과정>
우리 몸속에 들어가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직접 보기 어려운 소화 기관을 일러스트레이션과 전자 현미경 사진으로 소개한다.
<혈관 내장 구조 교과서>
혈관·혈액·내장기관의 구조와 기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해부학 도감. 다만 명칭이 교과서와 달라서 읽을 때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내일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