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응 스님의 선가귀감
8. 7장 ‘일상삼매’와 ‘회광반조’
생각 끊고 인연 잊는 건 마음서 증득
본래 연 없고 본래 일 없는 건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는 것
봄 오니 풀은 푸르다라는 말은
일념 돌이켜 비추는 자를 찬탄
“내가 한 마디 하자면, 생각을 끊고 인연을 잊어라. 홀로 단정하게 일 없이 앉으니 봄이 와서 풀은 저절로 푸르다.”
이 본문 내용은 ‘원오어록’에서 명찬(明瓚, 8세기)화상이 “내가 한 마디 하자면, 생각을 끊고 인연을 잊는 것은 공교한 말로 증득할 수 없고 단지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과, ‘경덕전등록’의 ‘남악나찬화상가’에서 “홀로 단정히 앉아 있으니 일도 없고 고쳐서 바꿀 것도 없다. 일이 없는데 왜 한 단락을 논하겠으며 마음이 흐트러짐이 없는데 다른 일을 끊을 필요가 없다. 과거는 이미 과거이고 미래는 아예 생각하지 말라. 홀로 일 없이 앉았는데 어찌 사람이 부르겠는가? 밖을 향해서 공부를 찾는 것은 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이다”라고 한 것으로, ‘마음’을 단정히 하여 삼매에 드니 외경을 탓할 것이 없이 마음이 한가로운 것을 말한다.
서산대사가 해석하시기를 “‘생각을 끊고 인연을 잊는다’는 것은 마음에서 증득한 것이다. 일 없는 도인을 말한다. 어허! 그 사람의 됨됨이다. ‘본래 연이 없고 본래 일이 없는 것’은 배고프면 곧 먹고 피곤하면 곧 자는 것이고, 푸른 물이 청산을 이루고 마음대로 소요하는 것이며, 어촌 주막에서 자유롭고 한가로워 세월 가는 것을 도무지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봄이 오니 여전히 풀은 스스로 푸르다’는 것은 특별히 ‘일념을 돌이켜 비추는’ 자를 찬탄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영가현각이 ‘증도가’에서 “배움을 끊고 함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 망상을 제거하지도 않고 참된 것을 구하지도 않는다. 무명의 실성이 곧 불성이니 환영의 꽃으로 된 빈 몸이 곧 법신이다”라고 하고, 임제가 ‘임제록’에서 “불법은 몸과 입을 움직여서 가리키는 것이 없다. 이것은 일상에서 일이 없는 것이니, 똥 싸고 오줌 싸며 옷을 입고 배고프면 곧 밥 먹고 피곤하면 곧 누우니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보고 웃지만 지혜인은 안다”라고 한 것이며, 원오가 ‘벽암록’에서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자라”라고 한 내용들은 일상에서 ‘한 생각’을 쉬고 화두를 관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밖에 특별한 것이 없는 것을 말한다.
‘회광반조’란 마조가 ‘어록’에서 “만일 일념을 돌이켜 비출 수 있으면 전체가 성인의 마음이다. 너희들 모두 각각 자신의 마음을 통달하고 나의 말을 기억하지 말라. 많은 말을 쫓아서 모래 수 같은 도리를 얻을지라도 그 마음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며, 말을 따라서 증득하는 것도 아니니 그 마음이 감해지는 것도 아니다. 말로 증득해도 이것은 너의 마음이요, 말로 증득하지 못해도 이것은 너의 마음이다”라고 하였고, ‘임제록’에서도 “너희들이 말 아래에서 문득 스스로 빛을 돌이켜 비추어서 다시 별도로 구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부처님과 조사와 다르지 않음을 알라. 당장 일이 없어야 비로소 법을 증득했다고 한다.(중략) 쓸 필요가 있으면 쓰고 쓰지 않으면 그만둔다”라고 한 내용도 오직 지혜인은 알아듣고 정진할 것이지만 정진하지 않아도 근기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백운어록’에서 ‘봄이오니 풀은 스스로 푸르다’라고 한 내용은 선법을 체득한 경지이다. 즉, 밀암함걸(1118∼1186)의 어록에서 “빛을 돌이켜 비추면 몸을 굽혀 굽어보아 언제나 점검해서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보되 이리저리 밀치고 의지할 곳이 없이 떠밀려 평생 경우에 따라 재치 있게 대응하는 슬기와 수법이 깨끗하다가 문득 한 생각에 풀리고 마음의 꽃이 핀다. 속세의 재난은 다 현재 지금에 있다”라고 한 것과 같이 일념으로 화두를 참구해서 ‘일행삼매’ ‘일상삼매’에 들게 되면 삼계를 해탈하는 경지에서 중생을 제도하는 기틀을 갖춘다는 것이다. 게송하기를 “사람이 없을까 했더니, 거기 하나 있구나”라고 한 것은 지금 ‘회광반조’하는 눈 밝은 ‘선자(禪者)’가 있으니 조사들이 찬탄하고 안심하신 것이다.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