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셨죠?
벌써 계절도 6월에 접어들었네요.
곧 장마가 오고, 그 후에는 폭염 더위가 시작되겠죠.
6월을 기념하며 책 시리즈 하나를 권해드릴까 합니다.
무려 3권이나 되니, 당분간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아, 물론 도서가 취향에 맞다면 말이죠.
네? 취향에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냐고요?
아래 서평을 참조하시길.
도서명: 다이버전트, 인서전트, 얼리전트
지은이: 베로니카 로스
* 이 책은 넓은마을 도서관 3번 판타지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요즘의 사회를 흔히 ‘다원화’ 내지는 ‘다면적’ 사회라고 한다. 사실 ‘다원화’와 ‘다면적’은 이미 새로운 말이 아니다. 엄청, 매우 익숙한 단어다. 그런데, 이 ‘다원화’와 ‘다면적’을 인정하지 않고 받아드리지 않는 사회가 있다면, 그렇다면 어떨까? 다양한 가치관, 신념, 의지, 자아를 배제하는 사회. 오로지 하나의 가치만이 중요시되고 통하는 구조. 이번에 소개할 시리즈 도서 ‘다이버전트, 인서전트, 얼리전트’가 바로 그런 사회관이다. 세 개의 작품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배경은 전쟁과 자연재해로 황폐해진 미래의 세계, 그중 미국의 시카고다. 물론 인물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시카고라는 걸 모른다. 그곳에서는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전 구성원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섯 개의 집단, 즉 분파로 나뉜다. 이타심의 애브니게이션, 용기의 돈트리스, 지식의 에러다이트, 평화의 애머티, 정직의 캔더. 사회 구성원들은 일정한 나이가 됐을 때 ‘적성검사’와 ‘선택의식’을 통해 개인별 특성에 맞는 분파를 선택하고, 정해진 행동양식에 맞는 삶을 살아간다. 만약 다섯 집단에 속하지 않거나, 사회에서 필요없는 인물로 찍히게 되면 ‘무분파’로 청소부나 노동자 등의 잡역부로 사라간다. 그중 한 소녀, 애브니게이션 소속의 비어트리스. 그녀는 ‘적성검사’에서 ‘다이버전트’라는 판정을 받는다. 이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용기있고, 지식을 발휘하는 일면 때문이다. 비어트리스는 모종의 이유로 ‘다이버전트’임을 숨긴 채, 자신의 분파를 떠나 돈트리스로서 ‘트리스’라는 이름으로 생활한다. 그녀는 분파 내에서 전투술이나 무기술 등 여러 훈련을 받으며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돈트리스에 적응해 나간다. 그리고 그 와중, 이 글의 남자 주인공이자, 훈련생들을 지도해주는 교관 ‘포’를 만난다. 트리스와 포, 둘은 서로에게 점차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훈련도 거의 막바지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돈트리스로 받아드려지는 테스트를 거친 다음날, 모종의 이유로 사람들은 모두 정신의 지배를 받게 되고 애브니게이션 분파를 습격하게 된다. 멀쩡한 정신을 갖인 건 ‘다이버전트’인 트리스와 포뿐이다. 여기까지가 시리즈의 1부인 ‘다이버전트’의 내용이다.
다음 2부인 ‘인서전트’에서는 1부의 말미에서 에러다이트가 일으킨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다. 분파 체제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공격하는 에러다이트와 도망치는 돈트리스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분란에 휩싸인 모습이 그려진다. 이 혼란의 중심에서 이 세계의 기원에 관한 충격적인 비밀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들과 은폐하려는 이들 간의 갈등과 긴장감이 분파 간의 갈등과 하나로 어우러져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끝으로 시리즈의 마지막인 ‘얼리전트’에서는 여태까지 ‘세상’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시카고를 벗어나 울타리 밖으로 나가게 된다. 분파와는 다른 이상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 ‘다이버전트’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믿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트리스 일행의 앞에 들어난 것은 ‘유전자’와 ‘실험’에 얽힌 충격적인 사실 뿐이다. 남은 결말은 책속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집단은 각각 하나의 특성만을 중시한다. 그리고 각각의 특성에 걸맞는 역할을 담당한다. 용기의 돈트리스는 무력과 방위를 맡고, 지식의 에러다이트는 연구자나 의사, 교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정직의 캔더는 사법을 맡고, 이타심의 애브니게이션은 정치를 담당한다. 끝으로 평화의 애머티는 간호사나 요양사, 농축산 관련 일을 한다. 평화와 이타심, 정직과 지식, 용기의 속성은 나쁘지 않다. 게다가 각 특성에 맞는, 즉 적썽에 맞는 일을 수행하는 것도 얼핏 보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런 형식은 지금의 MBTI검사나 진로선택과 비슷하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편중된 나머지 극단적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용기의 돈트리스는 극으로 치달아, 무모함과 폭력성을 낳았다. 평화의 에머티는 방관자적인 태도와 안일함을 잉태했다. 애브니게이션은 지나친 이타심의 추구로, 개인의 존재감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지식의 에러다이트는 인간성을 잃었다. 캔더는 과도한 정직의 추구로 배려심을 잊어버렸다. 게다가 각 분파의 성원은 좋든 싫든, 자신과 맞든 맞지 않든, 자기가 속한 집단의 규율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 즉 조직에 속하기 위한 암묵적인 강요인 셈이다. 만약 정말 맞지 않아, 다른 집단으로 이적할 경우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다섯 사회에 죄다 적성이 없을 때는 나고자로, 잡역부의 일을 하게 된다. 요즘으로 말하면 3d 업종에 종사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아니, 사회 설정 자체가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사회 성원 중, 간혹 ‘다이버전트’라는 부류가 등장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은 여러 특성을 복합적으로 지닌 사람이다. 각 분파의 장·단점을 고루 갖춘 구성원, 다른 관점으로 보면 반골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섯 집단은 이들을 배척한다. 책속의 사회가 인간의 다면적 특성을 무시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글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의 사회는 과연 진정한 ‘다원화’와 ‘다면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걸까? 어쩌면 처음에는 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현실을 알고부터는 자유롭지 않다. 더는 다면적일 수가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그 사회에 성원이 되야하기 때문이다. 통념에 자신을 맞추고, 관점에 자신을 끼우고, 특정 집단에 학류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집단은 자신 속에 합류한 ‘개인’을 길들인다. 길드리는 이념은 여럿이다. 가치관, 관념, 혹은 성공이 될 수도 있다. ‘사’자가 붙은 직업을 선호하는 것도, 소소한 일상을 그저 그런 삶이라고 평하고, 높은 위치에 오른 삶을 성공했다 인정하는 것 등. 그래서 ‘개인’은 가끔 돌아봐야 한다. 특정 사회의 부속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 SF판타지 소설 가지고 벼라별 걸 논하고 있으니, 나도 참 별종스럽긴 하다.
반면, 시리즈에서 좀 아쉬운 면도 있었다. 여주인공이 좀 지나치다 싶게 영웅적으로 묘사된 점이다. 이 작품과 비슷한 ‘헝거게임’, ‘겟칭파이어’, ‘모킹제이’의 ‘헝거게임 시리즈’에서는 여주인공의 불완전한 모습이 등장한다. ‘다이버전트 시리즈’에서도 트리스의 심리가 나오긴 하지만, ‘헝거게임 시리즈’보다는 부족한 것 같다. 물론 이건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둘 다 ‘인간성의 끝’을, ‘독제의 막장’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건 똑같다. 참고로, 나라면 두 작품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행동은 꿈도 못군다. 특히 ‘트리스’가 겪은 ‘인간적 배신’을 겪게 된다면, 그것도 ‘혈육’에게서 당한다면, 끝까지 용서 못하고 저주할지도 모른다. 믿었기에 실망도 크니까. 그녀처럼은 못한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독특한 사회체계와 우리네 현실을 엿볼 수 있었던 SF판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