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50여일 남았다. 수험생 자신보다 지켜보는 가족들의 가슴이 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어떻게든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 '총명탕(聰明湯)'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말 그대로 머리가 맑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한약이다. 이를 먹으면 과연 머리가 총명해지는 걸까. 그 효능과 올바른 복용법에 대해 짚어보자.
동의보감엔 '건망증 치료제'… 뇌 연관 장기 개선
사고력 - 창의력 등 지적 능력 향상과는 무관
◆ 총명탕에 대한 바른 이해
동의보감에 따르면 원조 총명탕은 '건망증 치료제'다. 수험생만을 위한 약이 아니란 뜻이다. 동의보감은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마디를 기억할 정도로 효과가 높다'고 극찬하고 있다.
많은 한의사들은 "총명탕이 두뇌활동과 연관된 장기들을 개선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인다"면서도 "사고력, 판단력, 창의력, 어휘력, 이해력 등 궁극적인 지적 능력을 높여준다고 선전하는 건 과장"이라고 말한다. 수험생의 학습 컨디션을 높이는 것쯤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의미다.
요즘 총명탕은 원조 개념에서 많이 변질됐다. 약제 구성 또한 원전에서 벗어나 병ㆍ의원마다 제각각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건 통일된 성분으로 제품화된 총명탕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총명탕은 시중에 나도는 자양 강장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반드시 한의사가 개개인을 진단한 뒤 저마다의 장기 상태에 따라 처방을 달리해야 하는 약이다. 그래야 효과도 있다.
◆ 학습 능력과 연관된 장기들
▶ 신장 -기억 보존을 담당하는 지(志)를 주관한다. 신장이 쇠약하면 방금 전 했던 말도 곧잘 잊어버린다. 특히 청소년기 왕성한 성욕에 자위를 하거나 긴장상태가 길어지면 잠을 설치기 일쑤. 이 경우 신장이 부실해져 기억력이 떨어진다.
▶ 심장 -깊이 생각하는 정신적 힘을 주관한다. 밤새가며 공부하다 보면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결국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들어 두뇌활동이 둔화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된다.
▶ 비장 -예민한 상태에서 책상머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운동량이 부족하면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위장과 더불어 비장 기능도 저하되면서 머리가 멍해지고 잡념이 되풀이돼 결국 기억력 감퇴를 부른다.
◆ 원조 총명탕의 약재
동의보감에 명시된 총명탕 약재는 소나무 뿌리에 자생하는 균류인 백복신, 여러해살이 풀인 원지의 말린 뿌리, 창포의 뿌리인 석창포 등 세가지. 백복신은 정신을 가라앉히고, 원지와 석창포는 뇌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를 끓여 먹거나 가루를 내 따뜻한 물에 매일 3회씩 마시는 게 원조 복용법이다. 그러나 수험생마다 건강 상태가 서로 다르므로 천편일률적 처방엔 무리가 있다. 상태에 맞게 약재량을 조절하고, 새 약재를 첨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빈혈이 있는 수험생은 녹용과 당귀
▶신경성 위염이 있는 수험생은 반하, 진피
▶불면증이 있는 수험생은 가미귀비탕, 황련해독탕, 시호가용모려탕, 천 왕보심단
▶꾸벅꾸벅 조는 수험생은 가미삼귀룡탕, 육공단
▶손발이 차가운 수험생은 인삼과 황기를 첨가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