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니샤드(UPANISAD)
《우파니샤드》는 산스크리트어(उपनिषद्우파니샤드)로
단어의 어원은 '가까이(upa) 아래에(ni) 앉다(shad)'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스승의 발치 아래 가까이 앉아 비밀스럽게 전수받는 '심오한 지혜'를 의미합니다
구전되어 온 인도 철학의 사상들을 문헌으로 모은 것으로,
브라만교 성전인 《베다》에 속하며 시기 및 철학적으로 마지막 부분을 형성하기 때문에 '베단타(Vedānta:《베다》의 끝·결론)'이라고도 합니다
♣우파니샤드가 형성된 시기(BC8~BC2)는 인류의 역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신의 꽃이 활짝 핀 시대입니다
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이 시기를 인류 정신의 축의 시대 (Axial Era)라고 했습니다
이 시기에 중국에서는 노자, 장자, 공자, 맹자, 순자 등이 나왔고, 그리스에서는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나왔으며, 인도에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우파니샤드의 현자들과 붓다와 자이나교의 시조 마하비라 등이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사야와 예리미야 등 기라성 같은 예언자들이 나왔으며, 이란에서는 짜라투스트라가 나왔지요
아마 제각각 흔들리던 여러 개의 시계 추가 서로 공명하여 동일한 진동으로 흔들리듯, 그 시대에 지구를 둘러싼 의식의 흐름이 그러했던 모양입니다
☞우파니샤드 중에서...
샹까라가 어느 날 오후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한 뒤 사원으로 향하고 있을 때이다
그는 좁은 골목길에서 불가촉천민 한 사람과 마주쳤다
계급제도가 엄격한 인도 사회에서 불가촉천민이란 접촉조차 금지되어 있는 천민 중의 천민이기 때문에
최고 계급인 브라흐마나로서
샹까라는, 천민에게 길을 비키라고
외친다
그러자 그 천민은 당돌하게도 샹까라에게 되묻는다
「길을 비키라고 당신이 말을 할 때
비켜라 하는 것은 물질로 부터 물질인가,
아니면 정신으로 부터 정신인가?
당신은 모든 존재들의 정신성을 설파하고 다니는데
당신과 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기에 나더러 비키라고 말하는가!
당신은 음식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육체로부터,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진 나의 육체를 비키라고 하는가?
그래, 고고한 갠지스강에 비친 태양과
천민들의 시궁창에 비친 태양이
서로 다른 태양인가?
그래 황금으로 만들어진 항아리 속의 허공과 찰흙으로 만들어진 항아리 속의 허공이 서로 다른 허공인가?
우리 둘 모두 저 대양(大洋)과 같이
고요한 아뜨만으로서 당신과 나 사이에 차이가 없는데,
어찌하여 당신은 브라흐마나이고
나는 개고기를 먹는 천민이라고
구분한다는 말인가?」
♧지난 3월 26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제목 'We Do Not Part')이 미국의 권위 있는 도서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작가 최초의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은 2023년 시 부문으로 선정된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입니다
차기 노벨문학상에 근접한 한국의 대표적 시인인,
김혜순 시인이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을 통해서 시인의 몸을 한없이 화장시켜 세계를 몸의 보자기로 싸안거나, 몸을 샅샅이 뒤져 세계의 흔적을 발견해내는 특이한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김혜순 시인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김혜순
1
⠀아침 일고여덟시경
⠀나는 생각한다
⠀서울에서 지금
⠀일천이백만 개의 숟가락이 밥을 푸고
있겠구나
⠀동그랗구나
⠀숟가락들엔 모두 손잡이가 달렸다
⠀시끄러운 아스팔트 옆
⠀저 늙은 나무엔 일천이백만 개의
손잡이가 달린 이파리들이 달렸다
2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환하게 내다 걸면 태양이 일천이백만 쌍
⠀우리들 눈 속으로 떠오른다 그러면
⠀서울 사람들, 두 귀를
⠀가죽배의 방향타처럼 쫑긋거리며
⠀이불을 털고 일어난다
⠀바람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대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그대 숨이 내 숨으로
⠀들어오면 머리 위에서 신나는 풀들이
⠀파랗게 또는 새카맣게 일어선다 오오
⠀그러다 밤이 오면 죽음이 오백 년
육백 년 전 할아버지의
⠀배꼽을 지나 내 배꼽으로
⠀들어오고 일천이백만 개의 달이
⠀우리의 가슴속을 넘나들며 마음
갈피갈피
⠀두루두루 적셔준다
⠀한밤중 서울의 일천이백만 개의 무덤은
인중 아래
⠀모두 봉긋하고 오오오
⠀또 한강은 일천이백만의 썩은 무덤 속을
헤엄쳐나온
⠀일천이백만 드럼의 정액을 싣고 조용히
내일로 떠난다
⠀다시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내다 걸면
⠀일천이백만 쌍의 태양이 눈을 번쩍 뜨고
⠀저 내장들의 땅속 지하 삼천 미터
속까지
⠀빛살 무늬 거룩하게 새겨진다
- 초로(草露) 김성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