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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순 약사가 심야에 약국을 찾은 두통환자에게 약을 건네며 복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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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1시40분. 흰 가운을 입은 연륜있는 약사가 환자에게 조목조목 약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대구시 중구 향촌동에 위치한 대하약국 조미순 약사(여·58). 조 약사는 낮에는 물론, 매일 자정을 넘어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약국 문을 열어둔 채 응급 시민들의 건강 지킴이 노릇을 자임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시내는 물론, 칠곡과 경산 심지어는 성주 등지에서도 환자들이 찾고 있다. 조 약사는 "1982년 1월부터 27년간 영업시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약이 귀해 상비(常備)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통증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일도 허다했기 때문에 지금껏 새벽까지 환자를 맞게 됐다"고 나름의 사명을 설명했다.
그래서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는 쉬는 날이지만, 야간에 약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인근 약국이 문을 닫을시간쯤이면 어김없이 문을 열고 있다. 같은 이유 때문에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열고 있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조 약사에게 그동안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일도 있다. 15년 전쯤 30대 후반의 여성이 이틀 사이에 두 차례나 약국에 오기에 두 번째는 좀더 자세히 증상을 물었다고 한다. 그 결과 위암이 의심돼 위내시경을 권유했더니, 위암 2기의 진단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친 뒤 고맙다며 약국을 찾았다. 또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노숙하는 걸 보고, 약국으로 데려와 연탄불로 물을 데워 깨끗이 씻기고 먹을 것과 약을 줘서 고아원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조 약사는 요즘 근심거리가 생겨났다. 약국이 접하고 있는 도로가 최근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되면서 심야에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차량이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을 토로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