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015금] 청년 일자리 늘리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가 연일 장ㆍ단기 고용대책을 내놓고 있다. 12일 '국가고용전략 2020'에 이어 어제는 청년실업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늘리기이다.'일자리 희망 5대 과제'를 해결해 현재 62.9%인 고용률을 2020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고,'청년 내 일 만들기'프로젝트로 2년 안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 7만1,000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용대책이 곧 일자리 늘리기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줄어든 일자리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통계상의 실업률만 낮추는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 단기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행정인턴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30만 청년실업자 중에서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70% 가까이 되는 이유가 인력수급의 불일치(미스매치)에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근로시간저축 휴가제와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를 통한 시간제 근무 확대로 기존 일자리를 단순히 나누는 것도 미봉책이다. 고용의 중요한 요소인 임금과 복지, 안정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숫자 늘리기에만 집착한다는 인상이 짙다. 이런 정책이 단기적ㆍ외형적으로는 실업 감소의 효과를 낼지 몰라도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늘어나 자칫 고용구조의 불안정,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정부 대책이 일자리의 질만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자리 나누기가 진정한 고용 확대로 연결되려면 정규직 노조의 발상 전환과 양보가 필요하다.
일자리 나누기 못지않게 고용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양질의 안정적인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신기술 분야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모두 1만3,000명의 청년을 신규 채용하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정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누구보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투자와 창업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왕도는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015금] ‘폐쇄적 인맥문화’ 쇄신 비켜간 외교부 쇄신안
외교통상부가 어제 ‘장관 딸 특채 파동’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인사·조직 쇄신안을 발표했다. 문제가 됐던 5급 이상 특채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본부 고위직과 재외공관 일부 직위를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게 뼈대다. 외교부에 쏟아진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자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은 엿보인다. 하지만 폐쇄적 인맥문화와 특권의식 등 조직문화의 고질병을 근원적으로 뜯어고칠 처방은 결여됐다.
개선안에서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관리실장과 정책기획국장, 문화외교국장 등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로 한 대목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공언한 대로 적절한 인물을 영입해 조직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70여개 재외공관 고위공무원단 직위 가운데 14개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해 다른 부처와 민간의 인력을 영입하기로 한 것도 방향을 잘 잡았다. 다만 처음에는 그 직위들을 개방형으로 운영하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외교부 퇴직자들이 자리를 다시 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개선안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의 그릇된 조직문화가 확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외교부는 특정 학연과 특정 공관에 근무한 인연을 토대로 서로 끌어주는 ‘우리끼리’ 문화가 만연한 것으로 비판받아왔다. 가족주의적 행태를 드러낸 장관 딸 특채 사건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풍토의 산물이다. 이 문제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과 문화의 문제가 더 크다. 따라서 제도 운영의 열쇠를 쥔 고위 인사들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함으로써 환골탈태의 계기를 제공하는 게 더 유효한 해법일 수 있다.
그런데 엊그제 한덕수 주미대사는 “외교부 특채 비리를 도맷금으로 비판하지 말라”며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매우 실망스런 언동이다. 외교부 고위 인사들의 인식이 이런 수준에 머무는 한 조직문화의 쇄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이번 쇄신안을 만들기 위해 직급별 의견 수렴과 전체 토론 등 나름의 내부 소통을 했다고 한다. 이번 파동은 인사 비리 근절을 넘어 21세기 외교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인재 충원방법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기회로 삼아볼 만했으나 거기엔 미치지 못했다. 외부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광범위한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은 이런 까닭이다.
[동아일보 사설-20101015금] ‘숨은 피오리나’ 찾아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칼리 피오리나는 HP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HP CEO 시절에 그는 2002년 컴팩을 인수합병해 HP를 한때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피오리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지만 남편이 데려온 두 딸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다섯 자녀를 키운 뒤 막내딸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정계에 입문했다. 미국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를 지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다섯 아이의 어머니다.
이처럼 일과 가정을 양립하며 최고위직에 오른 여성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처럼 들린다.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100대 기업의 여성 인력 활용 현황을 조사했더니 여성 근로자는 22.9%인 데 비해 여성 관리자는 7.1%, 여성 임원은 1.1%에 그쳤다. 지난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처음으로 남성을 넘어섰고 여성 취업자가 늘고 있음에도 30대에 임신과 출산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경력이 단절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많은 여성이 한창 나이에 일을 그만둬 경륜과 리더십을 요구하는 고위직 진출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성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불이익도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3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2010년도 성 격차 지수(GGI)’에서 한국은 104위에 그쳤다. 지난해(118위)에 이어 10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111위), 입법자 및 고위관료 관리직(111위)과 정치적 권한(86위) 점수가 특히 낮았다.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현상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성주 성주D&D 회장은 올해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포럼에서 “고급호텔에서 점심 때 노닥거리는 상류사회 여성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대학교육 받고 유학까지 다녀온 여성들이 일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여성인력 활용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로 떠오른 여성을 이해하고 21세기 환경에 적합한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여성 인력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고위직 여성은 남성 위주의 직장문화를 가정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고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조직의 위험 요소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지원 시스템과 함께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20101015금] '황장엽 以後'의 북한 민주화 운동 방향 찾을 때
지난 10일 세상을 떠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4일 국립 대전현충원에 묻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영결식 조사(弔詞)에서 "황 선생님이 한국에 온 것은 60년 북한 독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치명타였고, 선생님이 들고 계시는 '북한 민주화의 깃발'이 평양에 힘차게 꽂히는 그날 선생님의 영정을 다시 모시겠다"고 했다.
황씨는 대한민국에서 보낸 13년 세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 민주화 운동에 바쳤다. 황씨가 높이 든 북한 민주화의 횃불은 탈북자들에게 북한 동포를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했고, 이것이 탈북자가 중심이 된 북한 민주화 운동 단체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주체사상을 떠받들었던 주사파(主思派)의 핵심 인물들도 1997년 황씨의 망명을 계기로 공개적으로 주체사상을 비판하면서 북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황씨가 위원장을 맡아 이끌어온 '북한 민주화위원회'에는 '탈북자동지회' 'NK지식인연대' '북한전략센터' '자유북한연합' 등 대부분의 탈북자 단체들이 속해 있다. 주사파 출신들이 만든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포함해 북한 관련 운동 단체치고 황씨의 도움을 받지 않은 단체는 거의 없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당분간 북한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었던 황 선생님을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황씨를 떠나보낸 아픔과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북한은 탈북자 단체들이 띄워 보낸 풍선과 '열린북한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상 및 북한 체제 비판이 북한 동포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용납하지 않겠다"고 거듭 협박했다. 북한 권력자들이 그만큼 북한 민주화 운동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이 작년 말 실시한 화폐 개혁에 대해 주민들이 공공연히 반발하는 모습이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것도 북한 민주화 운동 단체들의 활동 덕분이다.
북한 민주화 운동은 왜 통일이 대한민국 주도로 이뤄져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통일 운동의 명분이고 이론이다. 북한 주민을 독재 권력의 폭정(暴政)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통일돼야 하며,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려면 그 통일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련 및 동(東)유럽 공산국가에서도 체코의 하벨, 소련의 사하로프와 솔제니친 같은 인물들을 구심점으로 삼아 모여든 민주화 운동 단체들이 있었기에 공산정권 퇴진과 민주 체제 성립이 비교적 큰 유혈 사태 없이 진행됐다. 북한 민주화 운동은 북한 급변 사태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비상 대책이기도 하다.
북한 민주화 운동은 그동안 탈북자와 몇몇 활동가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이제 북한 민주화 운동이 대한민국 안에서 더 넓은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리도록 하려면 북한 민주화 운동 단체들은 운동 목표와 의제(議題), 방법 등을 가다듬어야 한다. 정부와 국민도 북한 민주화 운동의 진로와 지원방안을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찾아나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1015금] ‘편법증여’ 구태 못 벗는 재벌 태광뿐인가
재계 순위 40위인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16세 아들 현준군을 오너로 만들기 위해 편법 상속 및 증여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그 수법은 기왕의 삼성그룹 등과 비슷한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언제까지 재벌들의 구태를 봐야 하는지 반문하게 한다. 이 회장은 그룹 산하 3개 비상장회사의 신주를 헐값에 발행해 아들이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2대 주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아가 자신과 아들이 대주주인 이 회사들을 내세워 모기업이자 상장회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지분과 자산을 싼 값에 매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서울인베스트는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상장기업 지분을 헐값에 3개 회사에 넘겨 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세금 없는 대물림에서 벗어나 투명 상속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내세워 어정쩡하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 태광산업은 ‘장하성 펀드’로부터 공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을 만큼 재벌 중에서도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투자설명회(IR)는 물론 홍보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폐쇄적 구조는 부당내부거래나 편법 상속의 온상이 되기 쉽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점들을 십분 활용했을 것이다.
더욱이 경영권은 주주들에게 위임받은 것이다. 재산은 후세에 넘길 수 있지만 경영권은 주주들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동시에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갖도록 해야 한다. 지분을 멋대로 조정해 경영권까지 세습하려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다. 소극적인 수사로는 편법 상속을 바로잡을 수 없고 경제 정의를 세울 수도 없다. 이번 수사가 재벌기업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한 점의 의혹이 없이 철저하게 진행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015금] 기준금리 3개월째 동결, 물가관리 더 중요해졌다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해 3개월째 연 2.25%로 묶였다.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은이 결국 환율안정을 더 중시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옳은 결정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글로벌 환율 전쟁의 영향으로 급등세를 타고 있는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세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다급한 현안이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8월 말만 해도 달러당 1200원 근처에서 움직였지만 지금은 1100원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처럼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세가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 · 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선까지 하락할 경우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이 6조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급격히 밀려드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경제에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도 금리인상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는 매달 수조원에 이르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와 채권값을 밀어올려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주요국들과의 금리차가 확대된다면 부동자금의 유입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경기회복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6%에 이르렀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세가 꺾이고 있고, 내년 이후에는 연4~5% 정도의 성장에 머물 것이란 게 일반적 전망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경기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강조해 둘 것은 물가 관리에 한층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3.6%나 뛰어올랐고 이 달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생필품 가격과 공공요금 등을 중심으로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해나가는 한편 혹시라도 물가상승세의 장기화 조짐이 보인다면 연내에라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 인플레 심리가 재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015금] 적반하장격인 일본의 환율정책 간섭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라"고 한 것은 경제주권 존중이라는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월권적 발언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한국은 G20 의장국의 역할을 엄하게 추궁 당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저의가 의심스럽다. 노골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일본이 다른 나라한테 이래라 저래라 시비를 걸고 나온 것은 적반하장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9월 중순 엔화강세를 막기 위해 2조엔 규모의 시장개입을 했고 그 결과 환율전쟁이 가열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자신은 발권력까지 동원해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한국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경제대국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국제적 무역불균형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높아지고 엔강세로 수출이 어렵게 된 기업의 압력이 거세지는 등 사정이 좋지 않자 엉뚱하게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을 걸고 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 행사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안인 환율 문제도 의제에 포함시켜 국제공조를 모색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는 일본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치고 빠지는 작전'이 일본의 상투적인 수법이라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이 한국과 중국을 공격하고 나섬에 따라 환율전쟁의 구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더구나 태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해외자본 유입에 제동을 걸고 나설 조짐이어서 G20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기 위해서는 의장국인 한국이 이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
일본은 환율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환율갈등이 원만히 조율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G20 서울회의가 환율전쟁터가 돼 실패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1015금] 묏자리
프린트 메일로보내기 내블로그에 저장 콘텐트 구매 PDF죽어서도 편히 잠 못 드는 모진 팔자가 있다. 생전에 ‘빈자(貧者)들의 성녀’로 추앙받던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이 그랬다. 그녀가 서른셋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등지자 온 나라는 슬픔에 몸부림쳤다. 대통령 관저로 인파가 몰려들며 밟혀 죽은 이만 여덟이다. 성대한 국장이 끝난 뒤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큰 기념 조각을 세우고 그 아래 방부(防腐) 처리된 에바의 시신을 안치키로 했다.
페론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되며 사달이 났다. 감쪽같이 사라진 시신은 16년이나 행방이 묘연했다. 알고 보니 바다 건너 이탈리아 지하 묘지에 남의 이름으로 묻혀 있는 게 아닌가. 페론의 세 번째 부인 이사벨이 집권하고 나서야 겨우 고국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서운할 구석은 남아 있다. 두 번째 부인인 그녀는 가톨릭 관례 탓에 남편 곁이 아닌 친정 가문 묘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여전히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피플 파워’로 쫓겨난 그는 망명지인 미국 하와이에서 루푸스 합병증으로 숨졌다. 끈질기게 요청한 지 4년 만에 시신은 고국에 돌아왔지만 “독재자를 영웅 취급할 수 없다”며 국립묘지 안장은 거부당했다. 가족과 지지자들이 “다른 대통령은 다 되는데 왜 마르코스만 안 되느냐”며 지금껏 맞서는 중이다. 고향집 유리관 속에 임시로 누운 마르크스의 귓전이 어지간히 시끄러울 터다.
좋은 자리 골라 고이 잠든 유해를 굳이 국립묘지로 옮기려다 말썽이 나기도 했다. 올해로 서거 50주년을 맞은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 얘기다. 소도시 루르마랭의 언덕에 묻힌 그를 프랑스 정부가 흔들어 깨우려 했다. 앙드레 말로·빅토르 위고 등 위대한 지성들이 대거 잠든 ‘팡테옹’으로 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반발이 거셌다. “일평생 반골로 산 카뮈를 주류(主流)의 성전에 편입시킨다니!” 우파 정부가 고인을 모욕한다며 좌파 쪽에서 야단한 것이다.
분분한 논란 끝에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어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승 사람들의 이런저런 말에 저승에서조차 편히 못 쉴까 싶어 안타깝다. 어차피 그곳은 잠정적 거처 아니겠나. ‘걸머지고 걸어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가나/정든 산천과 갈라진 겨레는/또 어떻게 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분단을 안타까워한 시를 남겼던 그가 진정 눕고 싶은 자리는 통일된 고향일 테니.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1015금] 억새 축제
시월의 한복판이니, 가을이 제법 깊었다. 볕과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볕은 어느 때보다 너그럽지만 또한 분명하다. 열매와 잎들을 색색으로 물들여 가을 속으로 끌어간다. 바람은 그 속이 보일 만큼 맑지만 또한 예리하다. 과거와 현재를 벗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들을 풀어놓는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보면 문득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이맘 때에는 모든 것이 간절해진다.
우리가 거둬들인 열매 속에는 신의 축복이, 흙의 자비가, 인간의 정성이 들어 있다. 가을은 감사의 계절이다. 그래서 특히 시월에는 온 나라가 축제로 뒤덮인다. 대하, 탈춤, 연어, 송이, 단풍, 고인돌, 쌀, 하늘, 소리, 지평선, 허수아비…. 이렇듯 수많은 이름의 축제가 열린다. 봄 축제에는 동적인 갈망이 있다면 가을 축제에는 정적인 성찰이 들어 있다. 시월은 그 자체로도 축제이다. 풀벌레 소리만으로도 그리움을 지피고, 온갖 상념들은 저마다 익어서 차례로 나타난다.
전국의 가을축제 중에서 억새 축제가 의외로 많다. 명성산, 민둥산, 천관산, 화왕산 등의 억새 축제는 잘 알려져 있다. 억새들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면 실로 처연하다. 인간에게 손을 흔드는 억새,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차마 울 수가 없어 희게 웃는 것 같기도 하다. 억새들의 군무(群舞)는 이 땅에서 스러져간 민초들의 아우성 같기도 하다. 가을은 하루로 치면 아무래도 노을빛이 스며든 시간이다. 노을에 잠겨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억새들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런 처연한 풍경에 감히 축제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울에서도 내일부터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억새 축제가 열린다. 벌써 9회를 맞는다. 가을 하늘공원은 사람보다 키가 큰 억새들이 서로의 몸을 비비고 있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보는 일몰 광경은 압권이다.
본래 하늘공원은 난지도 쓰레기장이었다. 난초와 지초(芝草)가 자라는 향기로운 섬이었지만 온갖 오물이 모이는 악취의 땅으로 변했다. 서울시민이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버린 쓰레기가 산을 이뤘다. 우리의 헌 옷과 해진 신발, 그리고 발라먹고 남은 생선뼈도 그곳에 들어 있을 것이다. 도시인의 생존을 위해 바쳐졌던 모든 것들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무덤인 셈이다. 그 위에서 인간을 향해 억새가 손을 흔들고 있다.
먼 훗날에는 우리도 어디선가 다시 무더기로 피어나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 것이다. 지금 하늘공원에서는 억새들이 우리를 굽어보며 희게 웃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의 창/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20101015금] G20에 거는 기대와 우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이란 국제 잔치를 위해 혐오시설을 없앤다는 명분을 내세워 보신탕 전문 식당을 거의 모두 사대문 밖으로 밀어내는 해프닝을 벌였다. 요즘 영양탕이란 이름으로 성업 중인 우리 나름의 토속 음식인 보신탕이 권위주의 정권 아래 하대를 받던 시절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현 정부 또한 대회질서 유지라는 명분으로 회의장 주변 지역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노점상과 이주노동자,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통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은 발상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의 논리와도 동떨어질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시대에 인권과 참여의 후퇴를 초래한 권위주의 시대를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에서 열렸던 G20 회의가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바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한국의 국제정치ㆍ경제적 역할이 그만큼 커진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에 개도국이 포함되는 G20는 종래 G8만 가지고는 오늘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국제 공조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범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경제에서 북미와 유럽의 기존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금융 무역 환율뿐 아니라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자원 등을 둘러싸고 나라마다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이렇듯 선진국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제 현안에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개도국의 참여는 이제 필수적이라고 본다. 지난 6월 토론토 정상회의 이후 G20가 세계 경제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을`이란 주제로 토론토 정상회의 의제였던 금융안전망 도입, 국제금융기구 개혁, 우리 나름의 저탄소 녹색성장,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개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올해가 유엔이 `새천년 개발목표(MDG)`를 추진한 지 10년이 된다는 점에서 종전의 경제개발을 사회개발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 나라들이 G20에서 소외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요 관심사인 사회개발에 관한 합의를 이끄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지난날의 발전 경험을 통해 선진국과 후진국 간 가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비단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한 한국형 발전 모델의 제시를 넘어 세계 경제의 기본 문제인 국가 간 발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행동 지침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다. 최빈국의 외채 문제 해결 방안, 개도국의 경제위기 예방 및 극복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보이는 환율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정상회의의 결론을 `의견을 달리하기로 합의한다(agree to disagree)`고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데 있다. 최근 미국 중국 일본 EU 사이의 환율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통상전쟁으로 나아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는 보호주의에 의해 무역장벽을 쌓는 악순환으로 흐를 수 있다. 정상회의가 문제 해결보다 문제 제시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미국식 신자유주의 발전 논리의 정당성에 손상을 주고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베이징 컨센서스의 도전이 그것이다. 실상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로서 달러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선진국들의 이해 갈등 과정에서 과연 서울 G20 정상회의가 달러체제 이후의 대안을 포함해 세계 경제의 구조적 개혁을 위한 서울 컨센서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