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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 맞춰 전략핵잠수함 입항
'반발' 북한, 19일 새벽 탄도미사일 2발 동해 발사
확장억제‧연합군사훈련‧국제제재 '대북 3종 세트'
북한, 제7차 핵실험과 ICBM 추가 발사 가능성 커
미국 "조건 없는 대화"…내용 없는 알리바이 용도
22개 6·25 참전국 국제기념식 vs 대규모 열병식
‘하나둘셋 김치~’ (이하 작) ▲작가의 말 “난 가끔 꿈을 꾼다. 상상해보자~. 남한과 북한의 젊은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상상. 두 배의 땅덩이와 8000만의 인구로 더 큰 시장을 만드는 상상. 원산 앞바다에서 스킨스쿠버를 하고 개마고원에서 캠핑하고, 기차 타고 유럽에 가서 손흥민 축구 경기를 보고, 우리 공장에서 만든 값싸고 좋은 물건을 기차에 실어 전세계로 실어나르는 상상. 유럽인들이 기차 타고 한국에 들어와 보령 머드축제를 즐기고 전주 비빔밥을 먹는 상상. 나는 한국전쟁 당시 실종되신 나의 큰아부지와 사촌들을 찾는 상상을 한다. 당신은 무엇을 상상하시는가? 한반도의 평화는 어느 민족, 어느 국가도 갖지 못한 엄청난 상상력 덩어리다. 나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 나는 통일운동을 하는 화가이다.”
정전 70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남북 군사 대결 구도는 더 굳어지고 있다.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의 섬'인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과 북 주민 모두에 평화통일의 희망을 갖게 한 종전선언과 평화 체제 구축 시도는 이미 빛바랜 과거사가 되어 버렸다.
남과 북 지도자들 간에 하루가 멀다고 상대를 자극하는 '호전적' 발언들이 오가고, 양측 모두 각종 전략무기를 동원한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우발적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맞춤형 폭격'을 검토했던 2017년 말의 위기 상황과 흡사하다.
이렇듯 한반도 평화가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남북 간 소통라인은 전면 폐쇄된 채 양측 모두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며 맞서고 있어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은 현재론 기대 난망이다.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책임도 능력도 있는 미국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실질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알리바이용 제스처에 그치고 있다.
미국 "조건 없는 대화"…내용 없는 알리바이용
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적대 의식을 고취하기에 바쁠 뿐 대화 의지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본인이 누구보다 강경한 게 더 큰 문제다. 종종 '멸공' 운운하던 1950~70년대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축사였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 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사실상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리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善意)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팩트가 틀린 잘못된 주장임은 물론이다. 윤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 유지는 '가짜평화'라고 못을 박았다.
분단의 밑자락을 깐 일제 식민 지배를 합법이라 우기고 군대 위안부와 강제동원(징용)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독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숨기지 않고,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강행하려는 일본에 대해선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선의'를 믿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윤석열, 대화 의지 없고 대북 군사 압박에 '올인'
한반도 평화는 대화가 아니라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6‧25 전쟁 발발 73년을 맞이한 지난달 25일에는 SNS에 "공산 세력의 침략에 온몸으로 맞서 싸워 자유를 지켜낸 영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자유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히 수호하겠다"면서 "강력한 힘만이 평화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보도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강력한 힘과 억제력을 통한 평화가 가장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평화"라고 거듭 같은 주장을 했다.
북한도 대화 자체를 거부한 채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담화를 통해 현 정세에 대해 "2017년 조성됐던 대결 수위를 훨씬 넘어서 실제적 무력 충돌 가능성, 핵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곤 "현재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방도는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 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미 군사동맹 체제 강화를 '대화 거부'의 이유로 거론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국가 주권을 침해하고 인민의 안녕을 위협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며칠 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 것은 이미 개시된 북한의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따름"이라고 말해 대미 공세 강화를 예고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했다고 이튿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6천648.4㎞까지 상승해 거리 1천1.2㎞를 4천491초(74분51초)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2023.7.13
북한, 7차 핵실험과 ICBM 추가 발사 가능성 커
앞서 북한은 12일 신형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고각 발사해 정점고도 6천600㎞ 상공 도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김여정의 발언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북한은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 맞춰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이 42년만에 부산에 입항한 것에 반발해 이튿날인 19일 오전 동트기전 기습적으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앞으로도 한‧미와 한‧미‧일의 군사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7차 핵실험이나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의 추가 발사에 나설 공산이 크다.
호전적이고 적대적 발언도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이 작년 8‧15 경축사에서 대북 정책으로 '담대한 구상'을 공개하자 사흘만인 18일 담화를 내고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남한이 대북 독자 제재 방침을 밝히자 수위를 더 높였다. 그는 담화를 통해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라고 비난한 뒤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말해 대남 군사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 7함대 소속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7)가 16일 오전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길이 170.6m에 배수량 1만8천t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중 하나다. 사거리 2,000㎞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히 요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150여 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6.16. 연합뉴스
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 맞춰 전략핵잠수함 입항
윤 대통령이 말하는 '힘'은 군사력과 국제사회 연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미국의 전략자산 상시 전개 등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 한‧미,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확대와 3국 군사 동맹 추진 △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등 '대북 압박 3종 세트'를 활용해 대처하겠다는 얘기다.
이번 ICBM 화성-18형 발사에서도 한‧미 양국의 대응은 위와 같은 세 측면에서 이뤄졌다. 다음 날인 13일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H가 전개된 가운데 한국 공군과 연합 공중훈련을 벌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18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NCG 첫 회의가 열렸으며, 여기에 맞춰 이날 오후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SSBN의 부산 입항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한국 방문 이후 42년 만이다. 그러나 미 해군은 19일 현재 켄터키함의 부산 입항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NCG 창설과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와 함께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이 약속한 내용이다.
이 켄터키함은 ICBM급 사거리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II 20기를 적재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1기당 12발씩, 총 240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로써 조지 H 부시 미 행정부의 1991년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군 핵무기가 다시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다.
일각에선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 1조(남북이 1991년 12월 31일 발표) 위반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에 따르면 SSBN이 실고 온 핵탄두는 접수(receive)·보유(possess)·저장(store)·배비(depoly)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시민언론 민들레, 미 전략핵잠함 메인 함 북상…전대미문의 '태풍' 예고. 6월 2일자)
앞서 16일에는 한·미·일 해상 전력이 3국 이지스 구축함들이 참가한 가운데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 미사일 방어훈련을 벌였다. 앞서 14일엔 한·미·일 3국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 해상 미사일방어 훈련 △ 대잠수함전 훈련 △ 해양 차단 훈련을 포함한 3국 간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북한 규탄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북한 국가우표발행국이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7월 27일)을 맞아 기념우표(6종)를 발행한다고 조선우표사가 12일 전했다. 2023.7.12 [조선우표사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유엔 22개 참전국 국제기념식 vs 대규모 열병식
그러나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한·미·일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13일 즉시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과 안보리 대북 결의안 위반을 규탄했으나, 추가 결의안은커녕 의장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한·미·일의 반중국, 반러시아 압박 구도를 강화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 두 나라의 협조를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미·일은 특히 북한에 영향력을 지닌 중국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더욱 빈번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로 부담을 주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외려 한·미, 한·미·일의 잇단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들이 북한을 자극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 중부 지역에서 첫 연합 해군훈련을 벌일 예정이어서 한반도 주변 정세는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인 오는 27일에 남과 북은 둘다 '평화'보단 '대결'을 고취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윤 정부는 22개 한국전쟁 참전국 정부대표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군 참전의 날 국제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참전했던 유엔사령부(UNC) 전력제공국 등이 다시 유엔사 깃발 아래 집결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행사다. 북한은 '전승절'이라 부르는 이날 대규모 열병식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과 북이 둘 다 '힘에 의한 평화'를 부르짖지만, 한반도에서 평화는 더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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