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그리워 백두대간을 찾아갔다. 해발 600m만 넘어가도 에어컨 바람이 필요없을 정도로 공기는 청명하고 기온은 체온 한참 아래를 맴돈다. 그곳에 가 보니 이미 가을이 당도해 있다. '안반데기'는 해발 1100m에 위치한 고산지대의 밭이다. 그 꼭대기 전망대에 서서 내려다 보노라면, 온 몸이 서늘해지고 할 말도 없어진다.
↑ 해발 1100m 높이의 고산지대 '안반데기'
↑ 광할하게 펼쳐진 고냉지 채소밭이 장관을 이룬다.
하늘 아래 첫 마을 안반데기
'안반데기'는 백두대간 강릉시 구역에 위치한 해발 1100m 높이에 있는 고산지대를 말한다. 이곳은 1965년 당시
화전민들이 정부와의 협의 끝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고산 영농지대로 개척되었다. 해발 1100m 높이의 가파른 산지에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해발 100m 쯤에 사는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화전민들에게 고산 지대란 그저 개척의 대상일 뿐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세상 천지 먹고 살기 위한 땅 한 뙤기 하나 없는 그들에게 안반데기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정부로부터 척박한 땅을 무료로 빌린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몸뚱아리와 소 한 두 마리가 전부였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수십미터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급비탈에서 사람과 소는 하나가 되어 배추밭을 개간했고, 도무지 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에는 사람 혼자 들어가 감자 등 작물을 심었다. 그렇게 수십년 동안 대를 이어가며 가꿔온 고산 농지는 1995년 이곳 농민들이 정식으로 매입하면서 실질적인 소유주가 되었고 '고냉지 배추'라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마을 사람들의 삶을 넉넉하게 만들어주었을 뿐 아니라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선선하게 해 주는 명소가 되었다.
↑ 화전민 생활 체험관
안반데기는 가는 길도 아름답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횡계 IC로 나가 '송천'이 흐르는 수하계곡길을 달리노라면 그곳에 이미 가을이 당도해있음을 알게 된다. 물가에는 이미 찬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고
고루포기산의 나무들은 낙엽을 떨궈내며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안반데기의 시작은 이 길 끝무렵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피덕령 고갯길에서 시작된다. 이 길은 백두대간 고루포기산을 넘어가는 길로 좁고 경사가 심하지만 여유있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름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드라이브족, 바이크족들이 즐겨 찾고 있으며 자전거 동호회들의 도전 코스이기도 하다(연골 약자 도전 주의). 피덕령 정상에 오르면 안반데기의 이국적 풍경은 시작되지만 조금 더 넓고 깊게 보려면 정상 남쪽으로 나 있는 소로를 따라 더 올라가는 게 좋다. 그곳에 가면 남북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고냉지 채소밭의 장관을 확인할 수 있다. 수확을 앞둔 9월부터 10월까지는 특별한 장면을 연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
안반데기는 밭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그 지점에 농가들도 있어서 마주치는 농민들과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안반데기를 개척한 화전민들과 여전히 그 비탈에서 농사에 여념이 없는 마을 주민들의 애환과 도전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멍에 전망대'는 안반데기 여행의 필수 코스. 표시석과 전망을 위한 평평한 소광장이 시설의 전부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꼭 이곳에 올라가야 한다.
안반데기에서는 화전민의 삶을 살짝 맛볼 수 있는 '체험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새끼꼬기, 솟대만들기, 딱총만들기, 물총만들기 등 시골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일거리들을 배울 수 있다.
35번 국도 구불구불 강원도길 달리기
↑ 35번 국도를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강릉
안반데기에서 안반덕길을 따라 백두대간 동쪽으로 내려가면 강릉 지역에서 태백을 지나 부산까지 이어지는 35번 국도를 만난다. 산간 지방의 전형적인 도로 모습을 한 이 길은 한 마디로 핸들을 쉴 새 없이 돌렸다 되돌렸다 돌렸다 되돌렸다 해야하는 긴장의 곡선을 갖고 있다. 성산삼거리에서 직진을 하면 강릉시다. 오죽헌, 경교장,
참소리박물관, 경포대, 경포호, 경포해변 등 강릉의 대표적인 유적지와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구비길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면 강릉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되돌아 나와 성산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바로 대관령이 시작되는 곳이 나온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새로 개통된 뒤 이 길은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코스가 되었다. 고갯길 드라이브는 물론이고 그 옛날 봇짐꾼들,
신사임당, 율곡 이이, 허난설헌 등이 한양땅을 향해 걷던 '대관령 옛길'(바우길 구간)도 이 곳에서 걸을 수 있다. 한반도의 민속 유물을 전시해 놓은 '대관령박물관'도 길 초입에 있다. 대관령을 넘으면 직선 도로가 나오는데, 그 길 역시 '여기가 한국 맞아?' 소리가 나올 정도로 깊고 곧은 숲길이다.
대관령 목장마을 큰 형님, 삼양목장
↑ (위)대관령 목장마을, (아래)양 방목장
대관령에는 크고 작은 목장들이 숱하게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랜 세월 초지를 조성해 온 삼양목장이 제일 큰 형님이다. 1972년부터 초지를 조성하기 시작한 이곳은 해발 850m에서 1400m에 이르는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는데, 평균 900여 두의 얼룩소가 풀을 뜯거나 뛰어놀고 있어서 언제나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해 주는 이국적 공간이다. 지금의 형태로 완성된 것은 1985년. 워낙 아름다운 곳이라 한국인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 상위 순위에 늘 링크되곤 하는데, 일반인들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 현장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이곳에 가면
거북바위와 노송과 주목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청연원', '양 방목장', '타조 방목장', '소 방목지' 등 고즈넉한 정원과 사육중인 동물들과 광활한 초지를 볼 수 있으며 드라마 <가을 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살던 집, 그들의 나무도 여전히 여행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차태현, 손예진, 이은주 등이 출연했던 <연애소설> 촬영지도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시설물들은 모두 목책로를 따라 걸으며 볼 수 있으며 그길 끝에는 해발 1140m 높이에 있는 '동해 전망대'가 등장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지금까지 걸어 온 목장의 풍경과 백두대간의 겹겹 산줄기, 그리고 동해의 푸른 파도를 볼 수 있다.
대관령 삼양목장은 오전 8시 30분에 개장하며 매표 마감 시간은 9월이 오후 5시, 10월 오후 4시 30분이고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는 오후 4시다.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어린이와 청소년(36개월~고3)은 6000원이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2리 산1-107번지 www.samyangranch.co.kr
아이와 함께 간다면 알펜시아 DIY 투어
↑ 캔터키 목장
배우 하정우를 일약 스타로 만든 영화 <국가대표>의 배경이 되었던 알펜시아리조트는 이제 대관령의 인기 리조트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고속도로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횡계, 안반데기 등 연계 여행이 쉬우며 무엇보다 테마파크, 숲, 스키, 보드, 골프 등 사계절 내내 스포츠와 레저를 즐길 수 있고 인터컨티넨탈 리조트, 홀리데이인 리조트, 홀리데이인 스위트 등 선태의 폭이 넓은 숙소, 그리고 생태학습원, 대관령스키역사관 등 문화 체험 공간들도 알펜시아의 장점이다.
대관령 여행에 자녀가 동반한다면 DIY 투어에 참가해 보는 게 어떨까? 알펜시아에서는 투숙객을 상대로 평창과 강릉 일대에 있는 체험 시설을 10~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깃발 여행이 아닌, 스스로 동선을 짜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여행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DIY 투어'는 강원도의 숨은 10곳의 관광지와 연계해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10곳에서 선보이는 18가지의 프로그램은 '안반데기 마을'의 화전민 체험, '로하스가든 와카푸카'에서 사계절 눈썰매 타기, 화덕 피자 만들기, '동양자수박물관'에서 자수로 수놓아진 브로치, 에코백, 필통 만들기, '돈키호테 목장'에서 아기 동물과 친해지기, '켄터키 목장'에서의 승마와 ATV 체험, '참소리박물관'에 가득한 에디슨 발명품 둘러보기, '대관령체험학교'에서 고소한 빵 만들기, 달콤한 딸기잼 만들기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티켓은 알펜시아의 콘도 프론트, 워터파크 오션700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