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으면 즉시 답변을 한다는 습관이 그 동안 생겼습니다.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국가와 개인은 차원이 다르다. 국가는 개인과 달리 도덕을 갖지 않는다. 일제 식민지 당시 국가의 명령을 받은 개인이 조선인을 유리한하였다. 그 개인은 윤리를 갖지 않고 경제 차원에서의 국가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개인을 윤리와 도덕으로 질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논의가 한국에서는 있는가 라는 것으로 이해해 봅니다.
논리적으로는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차원의 한국에서의 논의가 있는지 여부는 과문하여 잘 알 수 없지만 내가 경험한 차원에서는 일단 없습니다.
단, "인간의 조건"이라는 일본인이 쓴 소설에서 만주사변 당시 장교의 명령으로 중국인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병사의 고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 병사였던 소설가가 "시장과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쓴 소설(선생의 이 글의 제목과 비슷합니다.)에서 경제 차원의 전쟁과 인간의 윤리가 충돌하는 고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라는 부분이 없다면 참회록을 쓴 개인은 해체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존재의 부정은 곧 자신의 지상의 존재이유의 부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논리를 일단 긍정한다면, 선생이 지적한 국가의 개인의 분리 문제가 피해자가 가해자와 화해하는 국면에서 반드시 이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그런 측면에서 선생의 질문을 이해합니다.
그루지야 전쟁을 포함한 모든 문제는 국가와 경제의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 문제를 막기 위하여는 도덕을 가진 개인의 차원이 반드시 제기되어야 하기에 선생의 질문은 더욱 간절해지는 것입니다. 국가와 경제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고 인간이라는 이름의 개인이 그 주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