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립수목원이 자리한 경기도 포천시 광릉에서 1940년 처음 채집되어 우리나라에도 화경버섯이 사는 것이 학계에 처음 알려졌다. 화경버섯은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관찰되어 버섯 중에서는 처음으로 또 유일하게 2012년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화경버섯 자생지는 처음 발견된 광릉 지역을 비롯한 전남 장성군,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계룡산, 지리산이다. 세계적으로는 일본, 중국 동북부, 러시아 극동지역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 화경버섯은 가을철(9월)에 죽은 서어나무(Carpinus laxiflora)나 살아있는 서어나무의 죽은 부위에서 주로 발생한다. 졸참나무 같은 참나무류의 활엽수에서도 드물게 발견된다. 일본의 경우 여름과 가을에 활엽수인 너도밤나무, 개서어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 고로쇠나무, 서어나무, 분비나무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어나무
화경버섯의 유래
‘화경버섯’이라는 우리말 이름의 유래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하지만 화경(火鏡)이라는 한자어가 ‘햇빛에 비추어서 불을 일으키는 거울’이라는 뜻이므로, 화경버섯이라는 이름에도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화경버섯을 ‘독느타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느타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식용버섯인 느타리와 달리 독성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북한에서는 ‘달밤독버섯’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른 화경버섯을 뜻하는 일본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화경버섯은 일본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버섯으로, 지역마다 다양한 방언으로 불렸다. 현재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이름인 ‘츠키요타케(ツキヨタケ, 月夜茸)’이다. 여기서 츠키요(ツキヨ)는 ‘달밤’을, 타케(タケ)는 버섯을 의미하므로 합치면 ‘달밤버섯’이라는 뜻이다. 화경버섯의 영어 이름(Moon night mushroom)도 일본 이름에서 유래했다
화경버섯이 빛을 내는 이유
버섯들이 빛을 내는 이유는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에 이끌려 온 곤충의 몸에 자신의 포자를 묻혀서 멀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화경버섯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로 빛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화경버섯은 람프테로플라빈(Lampteroflavin)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빛을 낸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받침애주름버섯(Mycena chlorophos)도 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받침대 주름버섯
치명적인 독버섯 항암치료의 새희망이 되다
2015년 가을 설악산에서 14명의 등산객이 야생버섯을 먹고 중독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사고의 원인은 바로 화경버섯이었다. 화경버섯이 식용으로 즐겨먹는 느타리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해서 벌어진 일이다. 화경버섯은 독성이 매우 강해서 먹으면 30분에서 3시간이 지나면 구토, 복통, 설사, 오한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증세가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화경버섯의 독성은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일본 헤이안 시대(794~1185) 말에 나온 설화집인 <금석물어집(今昔物語集)>에는 화경버섯으로 암살을 시도한 기록과 느타리버섯으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중독된 사례가 등장한다.
1963년 일본의 화학자 나카니시 코우지(中西香爾)가 화경버섯에서 독성분을 추출하는데 성공하여, 그 이름을 당시 사용하던 화경버섯의 학명(Lampteromyces japonicus)에서 따서 람프데롤(Lampterol)이라고 붙였다. 그러나 이후에 이 물질이 일루딘(Illudin S)라는 물질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루딘(Illudin S)은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되어 암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느타리 느타리
<화경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대표적인 식용버섯인 느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