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마비 사태와 말 뒤집기 ◈
헌법재판관 9명 중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17일 끝나지요
국회가 세 재판관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데 여야 대립으로
이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요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데
일주일 후면 헌재 기능이 마비되지요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8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심판
변론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국회 입장을
따져 묻기도 했어요
헌재 기능이 마비 위기에 처한 것은 민주당이
국회 몫 재판관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하기 때문이지요
현행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하고 있어요
나머지 3명은 국회 몫인데 구체적인 추천 방식은 정해두지 않았지요
그동안 지금과 비슷한 의석 분포일 경우 여야가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서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해왔어요
그런데 민주당은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이지요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장관을
탄핵해 돌아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어요
탄핵 소추가 되면 해당 공직자는 직무 정지 상태가 되기 때문이지요
사실상 공직자 해임권을 민주당이 갖는 셈이지요
당장 민주당 주도 탄핵 의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 등의 소추안 변론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나아가 헌재가 기능을 못 하는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내고
실제 소추가 이뤄진다면 곧바로 헌정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설마설마했는데 헌재 마비 사태가 실제 상황으로 다가와 있지요
재판관 3명의 임기 만료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와
당장 선출 방식에 합의해도 청문회와 국회 동의 등을 밟으려면
이미 늦었어요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지 않으면 초유의 헌재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지요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어도 핵심 헌법기관까지 멈춰 세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대로라면 “야당이 헌재 무력화를 통해 야당 단독으로
탄핵 절차 완성을 노린다”는 음모론이 현실이 되고 있어요
거대 야당이 정치적 계산 때문에 일부러 헌재를 마비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벗어버리려면 민주당은 후임 재판관 선출 절차에 적극 나서야 하지요
정 배분 합의가 어렵다면 먼저 여야 몫 1명씩이라도 선출해
우선 헌재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나는 탄핵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어요
지난 5일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는 등
이날에만 ‘끌어내려야 한다’는 말을 3번이나 했었지요
고위 공직자를 도중에 끌어내리는 것이 탄핵이고,
선거로 뽑힌 공직자 중 탄핵 대상은 대통령뿐이지요
술 마시고 운전했을 뿐 음주 운전은 안 했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이 대표는 “저는 그런 얘기(탄핵)를 한 일이 없는데
여당에서 제가 했다고 우기더라”고 했어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도 했지요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어요
‘탄핵 발의를 위한 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어떤 의원은 좌파 단체들의 ‘탄핵의 밤’ 행사를
국회에서 열어주기도 했지요
이 대표는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고
그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다음 달 1심 선고가 나오지요
판결에 따라 차기 대선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중도 퇴진시키고
대선을 앞당기려 한다는 관측이 많았지요
하지만 이 대표 방탄용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다는
국민 반발이 나올까 봐 ‘탄핵 얘기 안 했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지요
이 대표의 말 뒤집기는 그동안 셀 수도 없어요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차례 공언한 사람이지요
그런데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다가오자
부결 투표를 공개 요청했어요
대선 때는 위성 정당 금지를 약속하더니 총선 때는
“깨끗하게 지면 뭐 하냐”며 위성 정당을 만들었지요
대장동 사건의 유동규씨에 대해서도 처음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이 미어터질 것”이라고 하더니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고 했어요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라고 했다가 지지층 비판을 받자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장난하듯 말을 뒤집기까지 했지요
이 대표는 전남 보궐선거 유세에서
“정권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어요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를 준비한다며 집권 플랜 본부를 가동했지요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실제 집권당 행세를 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은 이 대표를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받들지요
그래서 궁금해지고 있어요
이 대표는 대통령이 돼도 지금처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꿀 것인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문형배·정정미 헌법재판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해 있어요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금정구 온천천 산책로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와
구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