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늦깎기 할머니 화가들
벌써 사계절 중 마지막 철인 겨울을 맞는다.
1년 행사 중 가장 중요한 김장과 메주 쑤는 일을 마치면 겨우내 잠시 일에서 해방된다.
나를 위해 오롯이 할애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작년 어떤 작가가 신문 연재 글에 직접 삽화를 그려 넣은 것이 너무 부러워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얘기를 했더니 큰딸이 모지스 할머니라는 분은 76세에 그림을 시작했다며
엄마도 늦지 않았으니 그려보라고 간단한 그림 도구와 함께 책 두 권을 사서 보냈다.
모지스 할머니가 92세에 펴낸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습니다> 라는 책과
94세에도 그림을 그리는 김두엽 화가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 그리는 할머니 화가 김두엽> 에세이집이었다.
나는 처음엔 의욕적으로 그림을 그려봤지만 한가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니
바쁘다는 핑계로 흐지부지됐다.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빛나는 결과가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딸이 함께 보내준 두 권의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자극을 받게 되었다.
모지스 할머니는 평범한 삶을 살다가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활동하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로 추앙받는 국민화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그의 그림들은 어느 유명 화가 작품보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었다.
그녀가 92세에 쓴 책,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습니다> 의 책 장를 넘길 때 마다
요란하지 않고 은은한 부드러운 색감, 평범한 일상을 주제로 한 섬세한 구성이 놀라웠다.
잠시도 쉴틈없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그녀는 76세에 그림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
80세에 개인전도 열고 라디오,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92세에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할머니의 유명세로 작품이 많이 팔리며
상업화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이 줄었다.
101세까지 1600여 점의 그림을 남긴 할머니는 백악관에도 <독립 기념일>이란
작품이 걸려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한치 앞을 모를 우리의 삶이지만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그녀의 인생과 그녀의 책을 통해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명.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 김두엽 화가.
한글도 모르셨던 할머니가 70세가 넘어서 글을 배워 여든 셋에 그림을 그리고 아흔 넷에
<그림 그리는 할머니 화가 김두엽>이란 에세이집을 냈다.
어느 날 심심해서 사과를 그렸는데 무명화가로 택배일을 하던 막내 아들의 칭찬에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고 한다.
한마디의 칭찬이 이렇게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큼 중요하다.
이후 KBS '인간극장'과 '황금연못'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책속 그림의 대부분은 평범한 일상과 주변의 풍경들이다.
유난히 색감이 선명하고, 아기자기한데 꽃그림을 예쁘게 그리는 게 특징이다.
두 예술가는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나는 왜 노력도 하지 않고 찬란한 결과만 부러워할까? 하루 아침에 그냥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는데.
김두엽 할머니는 50세가 넘은 총각 화가 아들과 <89세 어머니와 아들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타이틀로 2016년 9월 첫 전시회를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었다.
전시회를 열 번 이상 해도 작품이 잘 팔리지 않았는데 7번째 전시회 때
인간극장에 출연하고 그림이 팔리기 시작했단다. 방송의 위력은 이처럼 대단하다.
경기도에서 열었던 전시회를 보러왔던 처녀가, 멀고 먼 길을 어머니와 광양에 그림을 사러 왔다가
인연이 되어 며느리가 되었단다. 노총각 막내 아들을 장가보내니
여한이 없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명성을 날리며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 며느리가 '광양 갤러리 엠'을 열어주었다.
꿈같은 날을 보내고 있는 할머니처럼 나도 언젠가는 저런 날이 오기나 할까?
늦깎이 할머니 화가들을 보면서 찬란한 내일을 꿈꿔 본다.
난로가에 앉아서 백수 잔치를 앞둔 시어머니와 함께 75세의 나이에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한다.
첫댓글 책표지와 할머니 화가들의 그림을 글에 넣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가 있어 아쉽습니다.
지난번 구멍가게 글도 출판사에 허락을 받고 글에 그림을 실었습니다.
이번에는 번거롭고 귀찮아서 김장과 메주로 대신했습니다.
벌써 메주를 달고 김장을 하셨습니까?
메주는 덕은 선배님께서 거들어 주셨겠지만 김장은 누가 거들어 주셨나요?
76세,83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큰성공을 이루신 두 할머니의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나도 할수 있다'라는 도전정신에 이미 불이 붙은 소담 누님!!!
10년뒤 KBS와 MBC가 소담 누님의 명작들을 앞다투어 소개할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메주는 덕은님과 같이 쑤고 밟아 틀에 넣어 만들어 메다는 것 덕은님 몫입니다.
예전에는 남편을 시키면 절대 안되는 줄 알고 혼자서 했는데
허리 병이 나서 꼼짝 못하고 누워 있으니 총각 김치랑 김장 혼자서 쉽게 섞어서
그 다음부터는 김장을 할 때마다 시켜요
올해도 50포기 혼자서 다하고 저는 배추 날라주고 김치 통에 넣는 역활만 해서
매해 편하게 합니다.
늙으니 부부밖에 없어 잘 합니다
마지막 하단의 글 신바람 나지만 희망 사항입니다.
실천이 어렵긴 하더군요
작년부터 공개했지만 결실은 꽝입니다..ㅎㅎ
두고 봐야 알일! 늘 응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