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원래 계획은 공룡-동물전시장 가보고 아부오름 간단하게 등반하고나서 해맞이도로변 바닷가가서 지치도록 물놀이 하는 것이었는데 어째 아침 일찍부터 조짐이 별로입니다. 압력솥에서 밥익어가는 소리가 딸랑거리며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밥달라고 악을 써대는 리틀준이때문에 모두의 신경이, 특히 태균이의 신경이 너무 곤두서버렸습니다.
오늘따라 냉장고있는 재료들 다 동원해서 아침을 준비하다보니 돼지고기 계란 장조림까지 했으니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리틀준이의 무작정 떼는 한참 이어졌습니다. 이럴 때는 냉담해지는 게 최선입니다. 저라고 왜 빨리 주고싶지 않겠습니다만 방법이 잘못 된 행동인데다가 그 동안 집에서 강화된 것들이기에 이제는 이 정도의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맛있는 밥을 해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갖는 배려는 영원히 안될지 몰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상황인지는 스스로 갖추어야 합니다. 냉담을 넘어서 식사주는 것도 꼴찌로 받았습니다. 다른 때는 당연 첫번째로 받는데 오늘은 울음그치고 자리에 제대로 앉고나서야 식판을 받았습니다. 미친듯이 먹어대는 아이를 보니 배가 고프긴 했나봅니다. 그래도 시간은 겨우 8시반일 뿐입니다.
식사예절의 모범은 역시 태균이와 준이입니다. 준이는 편식은 심하지만 먹으라고 하면 바로 자리에 앉고 끝날 때까지 일어나는 법은 없습니다. 식사태도는 태균이만큼만 배우면 졸업시켜도 됩니다. 편식없고 주어진 양은 다 비우니까요. 며칠 전 태균식사 후의 잔반상황이 너무 훌륭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던 사진입니다. 매운탕 생선뼈만 남겨놓았을 뿐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공룡동물전시관부터 갔으나 포기, 차 멈췄다고 또 악을 쓰는 리틀준이도 달래야하고 전시장이라고는 하는데 너무 조잡해서 준이와 태균이는 보고싶다고 하는데 그냥 패스. 아부오름 주차장으로 달려 차를 멈추니 리틀준이의 몸부림이 장난아닙니다.
아부오름은 15분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데 아침부터의 북새통 때문인지 완이는 더욱 산만하고 태균이 기분상태도 강박형으로 이미 전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주 잘 압니다. 태균이는 스트레스받으면 강박적 모습이 확 돌출하게 됩니다. 겨우겨우 달래 오름을 오르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바지벗고 소변을 봐버리는 실수를 해서 엄청 혼나고...
혼나고나니 15분 오름이 두 배는 걸린 것 같습니다. 준이는 묵묵히 잘 따라주어서 고마왔죠.
그렇게 준이와 완이, 먼저 정상에 올라 태균이를 기다리는데, 아부오름은 올라가는 높이는 수월하나 정상은 길게 탐방로가 있어 좀더 가고싶은 욕심이 납니다. 태균이가 올라오고 있나 잠시 계단을 보고있는데 갑자기 완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워낙 빠르게 도망가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이름불러대면 곧바로 나타나곤 했는데 아무리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잠시 앉았던 벤치 앞에 덩그라니 놓여있는 완이크록스. 가슴철렁이며 준이앉혀놓은 길 반대편으로 부지런히 따라가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보이지않고... 마치 하늘로 솟구친 것 같은 찰라의 사건. 주변에 한 무리의 어른들이 수다 중이었는데 전혀 못 보았다하고...
그 때 한 커플이 오길래 혹시 올라오면서 맨발의 아이를 보았냐고 물어보니 못보았다고 하는데 자기네는 계속 정상길 따라 걸어갈꺼라고 보이면 바로 전화해주겠다는 고마운 제안까지... 혹시나 해서 119에 신고까지하고 (혹시 다쳤을까봐) 혹시나 내려갔나 싶어 다녀오려고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아까 그 커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길 위에 있었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뛰쳐올라가서 보니 저멀리 커플 남자손을 꼭 잡고 오는 완이 모습이 보입니다. 그 남자도 땀은 뻘뻘 흘리고... 오늘 천사분이 우리 곁을 스쳤습니다. 완이를 보니 가시덤불에 발등도 긁히고 오늘따라 각성이 너무 회복이 안되나봅니다. 유난하다싶었는데 이런 해프닝까지..
오전까지만 해도 푹푹찌던 날씨가 완전 표정돌변한 마녀얼굴처럼 스멀스멀 짙어지는 안개때문에 해가 가려지니 기온이 서늘해지네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섭지코지 해변가 전체 세냈습니다. 어제 리틀준이를 위해 지치도록 운전한 것처럼 완이가 얼마나 물에 있어야 만족할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해변이 너~~무 넓어 혹시 완이 놓칠새라 저도 같이 물 속에서 대기 중입니다. 생각보다 물이 차갑지는 않네요.
완이녀석 가까이오면 나가자고 할까봐 자꾸 멀리 달아나려하면서도 그래도 일정 반경 속에서 빙글빙글 돕니다. 물에 굶주린 이 녀석들을 도대체 어찌해야 될런지요... 정말 해무가 장관이네요. 해무 중간에 서있자니 모든 풍경들이 희미해져가고 있습니다.
첫댓글 대표님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넘 고생이 많으셨네요. 태균씨가 안쓰럽습니다. 완이가 안이랑 넘 비슷하니 끝에서 세번째 문단 속의 완이는 모두 안이로 쓰여졌습니다. ^^
제가 대표님 가족이라면 태균씨와 준이 이렇게 사시라 하고 싶네요.ㅜ.ㅜ 넘 힘드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