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비안나입니다.
먼저 이 글을 읽게 되실 모든 분들에게 평화를 빕니다.
작업에 관한 글을 써 주었으면 한다는 혜명화님의 부탁에 망설였지만, 책 디자인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말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여쭙고자 글을 적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경전이나 게송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혜명화님의 소개로 금강경 필사를 두어 권 해 본 것이 전부인지라 귀한 작업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저처럼 입문하는 분들, 혹은 조금 더 직관적인 접근을 원하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며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초보는 작업 중에도 크고 작은 고비를 거칩니다.
가령, 금강경을 필사할 때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하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느니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였습니다.
그러나 감명을 받은 것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라, 심지어는 법문 작업을 하는 중인데도 욕심은 덜어지지 않았습니다. 글 배치도 더 잘하고 싶고, 얼른 아이디어를 떠올려 디자인도 빠르게 해내고 싶습니다. 조급함은 바람이 되고 마음 속에 파도가 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작업 중인 법문은 자꾸만 저에게 공空을 말합니다.
애초에 한국 사람이 완벽주의를 포기하는 게 가능할까요?
다만 끊임없이 증도가를 읽다 보니 욕심을 버리려 집착하는 것 또한 공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욕행선在欲行禪, 번뇌와 욕심 중에서도 선禪을 행하는 것.
해서 이후로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을 커피 한 잔처럼 책상 한 켠에 올려 둔 채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욕심과 책임감은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눈이 가는 대로 법문을 읽고 좋은 배치와 그림에 집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면서도 지나치게 열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짐은 풀어지고 결심은 흐려지니 언젠가 또 조급한 성격을 못 이겨 동동댈 수도 있겠지만, 한 번 깨달은 경험을 발판 삼아 다시 중도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다시 큰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면 이참에 서핑을 배워 볼 수도 있겠지요.
저희가 모으는 손 모양은 다를지언정 그 안에 모이는 마음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늘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2024년 봄 목련나무 앞집에서
비비안나 올림
첫댓글 _()()()_
유치원 교사인 친구는 말도 안되는 민원 때문에 병가를 내고 일주일을 쉬는 중이라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리는 햇빛과 바람이 일렁이는
부용천에서 만나 한낮의 몇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요.
친구는 유치원 아이들이 잘못하면 "너는 네가 잘 못한 것을 아니?" 라고 한다고요.
그렇다고 하면 "그래 그럼 들어가." 라고 한대요.
쪼꼬만 아이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선생님을 본다고요.
"왜 그냥 들어가요?" 하고 묻는 용감한 아이도 있는데
"응 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 됐어."
라고 했다네요.
'오 양심!이구나'하고
저는 그말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건 카톨릭 신자인 친구가 수녀님께 들은 이야기라고요.
오늘은 제 양심이 두근두근....
힘든 친구보다 연달아 친구를 두 번이나 만나 행복한 기분에 취해 있었나봐요.
돌아와 AI한테 물어보니
공통관심사가 있느냐고,
생각해 보니 없어서,,,,.
문득 얼마전 받은 조카의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조카의 말처럼 저도
'그러나 감명을 받은 것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인가 보다고
친구 한 명이라도 잘 위로하는 데
진짜 공부가 필요한 모양이라고.....생각했습니다.
친구에게 오늘 <108자재어 사경>을 전해주었고, 또 내일 만날 이들에게 전할 <108자재어 사경>과 정말 이제는 악필중의 악필이 되어버린 손글씨로 사경을 권하는 권선문을 쓰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런 권유는 잔소리처럼 들릴 거라고 친구가 말했지만....진심이 통하기를....^^
(그리고 비비안나는 저의 조카입니다.-이녀석도 카톨릭...주변이 다 카톨릭이네요^^- 그 해 추석 때 책만드느라 못간다고 하자 언니가 일단 와서 만두부터( 저희집의 소울푸드라서 아무때나 만두^^) 먹고 하라는 바람에 샘플 책을 가져갔다가 모두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저를 도와주라고 식탁에서 뽑힌 구원투수였어요.그때 즉석으로 코끼리왕을 지지하는 만두모임이 결성됐고요^^~~ '3년동안 나는 사랑하는 너를 얻었지'라고 제가 진심으로 말해준...야곰야곰 증도가의 첫번째 독자였습니다.직장인입니다.^^)
고맙습니다 _()()()_
비비안나 님이 마지막 인사가 되지 않기를 빕니다.
"한 번 깨달은 경험을 발판 삼아 다시 중도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씀에서 참 불자가 되실 것을 기대합니다.
혜명화보살님의 유치원 교사인 친구분!
훌륭하신 교육자 기질이 보여서 참으로 환희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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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나 님 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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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족이 카톨릭신자가 여럿 있고, 또 개신교 신자도 있습니다만,
그들이 저 혼자 열심인 불교를 건드리는 일 없고 저 역시 그들의 종교를 나무라거나
우월감으로 불교를 그들의 종교와 비교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어떤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면, 서로의 종교관을 말하고, 비슷한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래도 저는 '불교가 더 낫다' 를 외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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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나님이 이모님 도와 증도가 삽화 그리느라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회향 고맙습니다._()_
감동~~~ 이 책 한권 나오는데도 역시 온 우주가 함께함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고마움입니다 _()()()_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_()()()_
비비안나 님, 부디 마음의 빛이 항상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_()()()_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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