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긴 스트로브 잣나무
스트로브 잣나무 열매는 잣나무처럼 첫해는 조그만 하게 달리고 이듬해 10월 상순에 익는데, 그 열매는 먹을 수가 없다.
열매의 모양은 긴 원통형으로 길이가 8~20㎝이고 지름이 2.5㎝ 정도로 밑으로 처지고 약간 구부러진 것이 특징이다. 수형은 원추형이며 잣나무와 같은 오엽송이나 줄기와 잎이 잣나무보다 더 부드럽고 약간 꼬여 있다. 미국 북동부 지방과 캐나다가 원산으로 그곳에서는 중요한 조림수종 중의 하나다.
스트로브 잣나무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1920년경이다. 국내에서는 표고 500m이하의 중부 이남에 식재가 가능하며 토심이 깊고 기름진 땅이 좋다. 허나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필가 1990년 영월과 정선에서 근무할 당시 스트로브 잣나무는 묘목으로 배정돼 조림됐다. 산림청 직원들은 스트로브 잣나무를 줄여서 ‘스잣’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활작율이 저조해 기피하는 수종이었다. 처음 조림한 후 며칠 뒤에 가보면 조림목 대부분이 잎이 말라 있으며 죽어가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조림을 실행한 담당 공무원들의 속을 태웠는데 2~3주가 지나면 서서히 살아나기는 했다. 그래도 잣나무나 낙엽송에 비하면 활작율은 저조했다.
잣나무처럼 어린나무는 음수를 좋아하다가 커서는 양수로 바뀌며 생육사항이 매우 좋아진다. 높이 30m, 지름 1m까지 자라며 잣나무보다 2배 이상 잘 큰다고 한다. 각종 공해에도 강한 편이어서 도심지 조경조림에 적합하다. 또 수형조절이 자유롭고 입지를 가리지 않아 새로 조성되는 주택단지의 공원수나 가로수로 적당하며 특히 넓은 공간의 배경 및 녹음수로도 알맞다.
바늘잎이 다섯 개씩 붙는 나무는 스트로브 잣나무를 비롯해 잣나무, 누운잣나무, 섬잣나무가 있는데, 스트로브 잣나무와 잣나무는 바늘잎이 길고 눈잣나무와 섬잣나무는 짧다. 또 잣나무와 비교해서도 스트로브 잣나무는 잎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수피는 반질반질하다.
목재는 흰빛을 띠어서 백송이라고 부르고 있다. 재목이 아름답고 재질이 좋아서 집을 짓고 배나 가구를 만드는 데도 좋다. 또 재질이 연해 칼을 잘 받아서 조각하는 데도 안성맞춤이고 나무가 곧고 높이 자라기 때문에 예전에는 돛대 감으로 으뜸이었다고 한다.
권태원/ 청태산 자연휴양림관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