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활'의 의학
우리식 식·의·주와 바른 생활로 병을 다스린다
"병은 약이나 의사가 고쳐 주는 것이 아니야. 자기 자신이 자연과 더불어 고쳐 나가는 거지. 병 나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 첫째지만 병이 들었다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조상들의 지혜를 통해 깨달아야 해."
초등학교 2년 중퇴가 공식학력의 전부이면서 국회의원에서 대학 총장, 신부, 스님, 목사 그리고 의술인 본업인 의사·한의사들에게까지 '장박사'로 불리는 사람. 민족의학자 장두석씨(60), 그의 말이다.
단식과 생채식에 조상 전래의 생활의학, 각종 자연요법을 결합해 체계화시킨 '민족생활의학'은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시켜 병을 다스리는 자연건강법에 다름아니다.
병원치료로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많은 암·간질·나병·중풍환자들이 그에 의해 건강을 되찾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는 '자연건강법의 대가'로 이름이 알려졌다.
병을 다스리는 '자연치유력'
증상을 곧 '질병'으로 생각해 열이 나면 해열제를, 설사를 하면 지사제를, 간질로 몸을 떨면 항경련제로 떨림을 멈추는 것이 서양의학.
이에 반해 우리 조상들은 열이 나면 몸 안에 들어온 세균을 잡기 위해 몸이 열을 내는 것으로 보아 몸이 열을 더 내도록 돕고, 설사를 하면 이물질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설사를 하도록 했다. 또 간질로 몸을 떨면 몸에 피를 돌리기 위해 떠는 것으로 보아 억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이 같은 증상을 곧 '자연치유력의 발현'으로 보아 이때는 인체유지의 기초영양소인 물(생수)·소금(죽염·볶은 소금·된장·간장·고추장 등)·비타민C가 많은 채소만을 적절히 섭취했다.
물이 없으면 산소를 비롯 각종 미네랄이 공급되지 않고 체내의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소금(정제염이 아닌 천일염이나 볶은 소금, 죽염)이 없으면 제독·제염작용이 불가능하고 온몸에 무력증이 오며, 비타민C가 부족하면 혈관괴혈병이 와 만병을 부른다는 사실을 우리 조상들은 알고 있었던 것.
그는 이런 조상들의 지혜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서양의학에 밀려나고 있음을 크게 염려하는 사람이다. "단식·생식 등의 민족생활의학과 제도권 의학이 만나 우리식 의학체계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자연치유력에 관해서는 그 자신이 소년시절 심한 간질환과 폐수종으로 사경을 헤매다 산생활을 통해 건강이 회복되는 체험을 했다. 그 뒤로도 교통사고로 갈비뼈와 내장을 크게 상해 전치 16주의 진단을 받았을 때도 일체의 투약을 거부하고 단식으로 본래의 건강을 되찾은 것.
또 오랫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온 그가 옥고를 치르다 다리를 다쳐 무릎 인대가 늘어났을 때 역시 단식과 심신수련만으로 골절상을 이겨냈다 한다.
무엇이 '병'을 만드는가
'병'에 대한 그의 개념은 독특하다. 잘못된 식·의·주와 바르지 않은 생활로 인한 '개인병', 사회 곳곳마다 뒤틀리고 막혀 있는 '사회병', 온갖 외래식으로 민족혼이 사라지고 있는 '민족병', 욕심으로 자꾸만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환경병'이 그것이다.
그는 병의 원인을 "자연을 거스르고 파괴하기 때문에 즉 역천(逆天), 우리에게 맞지 않는 외래식 식·의·주, 그리고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는 정치나 교육·종교·문화적인 환경 등"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우리의 역사와 풍토에 맞는 우리식의 바른 식의주 그리고 바른 생활"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육류의 지방·단백질은 분해·배설되는 과정에서 독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그 독소를 빨리 배설하려면 장이 짧아야 한다. 그런데 서양사람들보다 장이 긴 우리가 육류를 다량 섭취해 간장에 독소가 장시간 머물러 그 독소가 만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황인종은 본래 장이 길기 때문에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먹어야 섬유질이 장을 청소해 주고 배변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체내 산소를 차단하는 꼭 끼는 바지, 거들, 굽 높은 구두 등의 서양식 차림, 나무도 잘 자라지 못하는 고층 아파트 등 서구형 주택의 통풍이 안되는 밀폐된 가옥구조까지 하나 하나가 답답하기만 한 그다.
그가 가끔 정신질환이나 간질환을 앓는 이들에게 창을 배우거나 장구를 치도록 권하는 것은 우리 노랫가락 하나에도 세상살이의 응어리를 풀어 주는 힘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자연·생활의학이 민족의학이다
실상 민족의학에서는 '병'이란 없다고 본다. 병을 우리 몸이 음양의 부조화로 인해 잠시 균형과 질서를 잃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자연치유력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로 보는 것이다.
"때문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일깨워 자신이 병을 예방하고 치료케 하는 생활건강법이 곧 민족의학이야."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살림살이 개념의 조상의 생활을 되살려야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되찾을 수가 있어." 그가 늘상 하는 말이다.
그가 '민족생활학교'를 열어 숱한 이들에게 '생활'을 이야기하는 뜻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족생활의학 교육을 받은 농민들이 손쉽게 뿌리던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멀리 하고 유기질 비료와 발효 퇴비·효소균으로 유기농법 농사를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서남북·춘하추동에 따라 변하는 장기 상태에 맞게 한랭온열(寒冷溫熱)을 조절해 '밥상이 곧 약상'이었던 조상들의 식(食)문화, 한복 대님 하나에도 혈액순환·치질예방의 효과가 있고, 장신구였던 은비녀 또한 은의 해독작용을 알고 이용한 건강법이었던 의(衣)문화, 적절한 땅의 지기를 주고 한랭온열에 맞게 집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열린 공간인 한옥의 주(住)문화, 그리고 명절음식·민속놀이 하나에도 지혜가 배여 있는 조상들의 생활이야말로 '건강법 바로 그 자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식이 곧 명(命)이다
그는 또 말한다. "식이 개인적으로는 인성을 결정해 사람의 명을, 민족적으로는 민족성을 결정해 민족의 장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야. 식이 곧 건강이고 명(命)이야."
현미·조·수수·콩·통밀 등 다섯 가지 이상의 잡곡을 섞은 밥 30%, 신선한 채소 30%, 기타 반찬 30%에 과일 10%가 그가 권하는 이상적인 식사.
특히 그가 강조하는 것은 '조식폐지'이다. 생리적으로 오전은 몸 안의 각 기관이 전날 몸에 남아 있는 요산 등의 독소를 배설하기 위해 움직이는 시간이므로, 독소배설에 있어 가장 좋은 식사는 하루 한 끼를 오후 2, 3시경에 먹는 것이지만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아침을 먹지 않고 1일 2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몸 안의 잔류 독소량을 100으로 놓고 오줌으로 나오는 독소배설량을 측정했을 때 아침·점심을 먹은 사람은 66%, 세 끼 다 먹은 사람은 75%, 점심·저녁을 먹은 사람은 100%, 한 끼만 먹은 사람은 127%를 배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몸의 균형이 깨져 있는 환자라면 우선 단식과 생식을 통해 몸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단식:배변을 못하면 독소가 체내에 정체해 그 독소가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각종 병을 일으키는 만큼 단식은 가장 무해한 자연치료법.
무조건 굶는 것이 아니라 계획하에 음식을 감식 내지 금해 숙변을 제거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인 만큼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본 단식에 들어가면 물은 하루 2,500cc, 소금은 죽염이나 볶은 소금으로 약 8g, 비타민C는 감잎차로 3∼4잔을 먹고 숙변배설을 돕는 마그밀·피마자유·차전차씨 등을 하루 2번 복용하고, 관장은 매일 해야 한다.
아울러 단식중 1, 2번 복부에 된장찜질이나 두부찜질을 해 숙변배설을 도와주고 여러 운동요법을 함께 해야 효과적이라 한다.
▲생식:단식으로 몸을 비운 후에 생식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채워 넣는 것이 민족의학에서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현미잡곡류·산야초·해초류·채소류·과일·씨앗 등을 익히지 않고 먹는 것만으로 병을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위와 장의 흡수력이 낮아져 있으므로 녹즙기로 즙을 내어 시작하면 한결 쉽고 심한 허약체질이거나 신경쇠약이라면 실행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또 각 채소나 산야초마다 그 약성과 독성이 다양하므로 5가지 이상을 섞어(독성을 중화해 준다) 먹어야 치유력을 갖게 되고, 생채소를 소금에 찍어 먹으면 소화흡수율이 높고 맛도 좋다 한다. 여기에 오곡가루를 함께 먹으면 치유력도 높아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질병을 다스리는 법
민족의학은 크게 자연요법·정신요법·생활요법으로 되어 있다.
몸의 자연치유력을 돕기 위해 정신을 단련하는 정신요법으로는 불가의 선(禪), 요가의 명상, 음악치료법, 대화법 등도 쓰고 있다.
생활요법에서는 우리 풍토와 체질에 맞는 우리식 식·의·주를 찾는 일, 나도 살리고 남도 살리는 '생활'을 특히 강조한다.
자연요법에 있어서는 단식과 생채식을 중심으로 하고, 보조요법으로 우리의 민간요법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자연치료 수단으로 쓰이는 일광욕·산림욕·토사요법·광천수요법·냉온욕·풍욕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 치료수단이 되는 것은 바로 햇빛·공기·물·흙·곡식·소금·채소 등의 '자연'이다.
▲햇빛(일광욕):자외선은 살균작용,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작용 외에도 위액의 산도를 높이고 혈압을 낮추며 이뇨작용을 한다.
자외선의 살균기능은 파장이 짧을수록 강하며 세균·바이러스·각종 효모균·원충류 등에 강하게 작용한다. 자외선을 점차적으로 반복해 쏘이면 면역기능이 높아지고 조혈기능도 좋아진다.
적외선은 인체에 쏘이면 국부적 혹은 전신에 온열작용을 일으켜 통증을 해소해 주고 염증을 가라앉힌다.
적외선이 한 부위에 복사되면 온도가 상승해 홍반이 생기거나 혈관이 확장되는데 혈관확장은 체액의 증가와 혈액량의 증가를 가져와 대사를 왕성하게 만든다.
▲공기(해풍욕·산림욕·풍욕):맑고 깨끗한 공기 속의 공기 이온은 건강에 필수적이다.
공기 음이온은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을 긴장시키는 작용을 해, 세동맥·모세혈관을 넓히고 심장박동을 느리게 해 심장을 쉬게 해준다. 때문에 인체가 쉽게 피곤하지 않게 된다.
또 양이온은 부교감신경, 즉 미주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을 해 양이온이 많은 곳에 있으면 상쾌해진다.
▲물:건강하다는 것은 물의 체내 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물은 중요하다. 하루 2리터가 성인의 1일 필요량. 단 조금씩 자주 마셔야 하며 끓이지 않은 생수라야 한다.
끓인다고 유해물질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돗물이라도 정수기를 사용하거나(필터는 반드시 2개월에 1번 교체해야 한다) 옹기나 유리그릇에 물을 받아 공기가 통하는 소쿠리를 덮어 두었다 8시간 후면 먹어도 좋다(옹기 안에 맥반석이나 돌 등을 넣어 놓으면 좋다).
▲채소:채소(산야초·해초·곡식 등)를 먹을 때는 양성인 뿌리와 음성인 잎, 그리고 줄기를 모두 먹어야 하며 5가지 이상을 섞어 먹어야 한다.
채소를 먹는 것은 식물이 뿌리의 삼투압과 잎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얻은, 흙·공기의 정기 등 자연의 생명력과 각종 효소 및 비타민·미네랄·엽록소를 섭취하는 것이다.
채소는 날 것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최선이지만 경우에 따라 즙을 내 먹거나 튀김·숙채·국으로 해 먹을 수 있다. 채소의 양은 정상인은 식사량의 30%면 되지만 환자는 전문가와 상의한다.
이 채소를 깨소금·참기름·식초로 양념하면 소화·흡수가 잘되고, 산야채 효소·조청·꿀을 조금 넣으면 먹기가 한결 쉽다.
▲소금:소금의 약성과 독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체 중에 염분함유량이 가장 높은 심장에 암이 생기지 않는 것은 소금이 가진 제독·소염작용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인체에 염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혈액 중의 염증을 바로잡을 수 없고 온몸에 무력증이 와 인체에 침입하는 균이 일으키는 각종 염증을 잡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단 가공과정에서 천일염이 가진 각종 미네랄이 모두 없어져 버린 가공염은 좋지 않다. 제대로 담궈 소금의 독성이 순화된 간장·된장·고추장은 그래서 훌륭한 식품이라는 것. 다음으로는 제조과정에서 독성이 극소화되는 죽염과 볶은 소금(천일염)이 좋다.
그러나 소금의 과잉섭취를 막기 위해 20일마다 1일씩 소금을 섭취하지 않는 '무염일'을 지켜 과잉된 소금을 배설시켜 주고 체내 각 부분의 소금 농도를 고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