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다시금 하느님께로부터 허락받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양적 계산보다, 주어진 전체 인생에서 얼마만큼 성숙한 열매를 맺어왔는가에 대한 고뇌가 깊어집니다.
과연 그럴 때마다, ‘품위’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품위(品位)’란 사전적 정의로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품이나 위엄’를 뜻하는 말이지요.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어디에 삶의 지향을 두었느냐 하는 기준, 또 그 지향이 목적하는 바에 다다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가, 그러면서 자기 삶의 주변과는 어떤 관계를 이루었는가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말할 수 있겠지요.
그것은 바로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올바르고 깊게 인식하는 데서 비롯되고, 자신이 내디딘 발자취마다 의미 있는 사랑이 수놓아지길 바라는 선한 목적성이 결합될 때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요한 1서 2장 20절, 21절에서, “여러분은 거룩하신 분에게서 기름 부음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이 진리를 알기 때문입니다. 또 진리에서는 어떠한 거짓말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일러줍니다. 진정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아, 세상이 좇아가는 가치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자기를 합리화하는 거짓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살아가려는 세상의 오류에 맞서서, 고독할지라도 진리를 추구하는 삶이 되길 바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때로는 세상에서의 삶과는 궤적이 맞지 않아 힘겨움과 상처를 겪을 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그 자체로 떳떳하고 투명하며 빛이 나는 것이기에, 궁극에 이르러서는 후회하지 않은 결과로 응답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 세상 너머의 것일지라도요.
요한복음 1장 9절, 12절, 16절, 17절에서는,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라고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당신의 영광을 나누어 주십니다. 그 영광 역시 세상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가 창조된 순수한 목적에 맞갖게 살아갈 영적 자유로움과 내적 평화로 충만해지는 기쁨과 영원한 행복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주나요?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찾아 헤매거나 그것에 투자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골몰하는 것은,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주인공들처럼, 정작 자신과 주변에 빛을 발하는 파랑새, 곧 참 빛과 행복을 알아보지 못하고 먼길을 떠도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단 한 번 주어지는 우리의 삶에, 소중하고 아름답게 꽃을 피울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것도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으로부터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주님의 진리로부터 오는 지혜의 은총을 갈구하였으면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소박한 감사, 주변의 모든 존재를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 동반자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따뜻한 연민, 허락된 모든 일과 책임을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성실함, 이처럼 보이지 않는 일들로부터 채워나갈 때, 우리 삶이 남겨주는 향기가 짙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자연스로운 경외와 사랑이 우러나게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을 아는 이들이 더욱 깊게 풍길 수 있는 삶의 참된 아름다움과 품위입니다. 기름 부음 받은 사람답게 이루어 온 한 해, 이제 다시금 기적처럼 소중하게 가꾸어 갈 새해에 대한 희망을 품어도 좋을 일입니다.
주님, 당신만이 주실 수 있는 시간이라는 선물을 통해, 저희 발걸음이 당신께로 향하는 축복된 여정이 되게 하소서. 아멘.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