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이주 프로그램에서 지역 거주 신청을 한 김혜원 선생님(21살)과 함께 하였습니다.
별의별이주 프로그램은 전국 농촌 지역에에서 농촌 활동을 체험해보고자 하는 청년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별도의 지원이 아닌, 전국 각 민간조직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여 네트워크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었지만 그래도 입추가 지난 오늘이어서 조금 선선한 기분을 가져보게됩니다.
9시 15분,
함께 이동한 아침, 여름 날 길가에서 장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있던 찰나 이모님이 걸어오십니다.
반가운 손님입니다. 이런날엔 한 분이라도 물건사러 와주시는 것이 참 큰 힘이 됩니다.
너무 더운 날이라 그런지, 요즘엔 믹스커피보다는 캔커피를 많이 사십니다. 저온 저장고에 넣어놨다 시원하게 한 캔씩 먹는 그 맛이 좋다고 합니다.
9시 30분,
어르신께서 안나오고 계셔서 집에 가보니, 티비소리가 너무 컸습니다. 확인한 볼륨 100중에 90.
귀가 그만큼 어두우신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아래 식사하다 남은 흔적이 보였습니다.
80~90 넘는 어르신들의 식사의 일상입니다. 장아찌 반찬 하나에 밥 한 술. 물에 조금말아서 끼니를 떼우십니다.
약 먹기 위한 식사입니다. 하지만 홀로 드시는 식사에 입맛이 잘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어르신들의 식사 흔적은 밥이 늘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이 남은 밥을 일반 실내 공기중에 계속 두었다가 저녁에 다시 드신다는 것입니다. 괜찮으실진 모르겠으나 어르신들의 기초 식사가 부진해보이는건 사실입니다.
9시 45분,
어르신께서 쌀을 주문하십니다. 이따금씩 쌀 한가마씩 주문해주시는 어르신. 시골 어르신들이라고해서 모두가 다 농사짓고 자급자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10시 10분,
지금 시기는 참깨 수확하는 시기입니다. 긴 참깨대를 잘라서 거꾸로 매달아 말리곤합니다. 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할때까지 말려야 나중에 참깨를 털 때 잘 털립니다. 이 말리는 과정에도 습이 잘 차지 않고, 공기가 잘통하도록 해야 썩지않고 잘 마릅니다.
10시 20분,
지난번 맥주 2박스 외상값 같이 결제해주시면서 맥주 1박스 추가로 사주시는 어르신. 여름날엔 병맥주가 많이 나갑니다. 고된 노동을 하고나면 술을 드시고 싶지만, 소주를 마시기엔 너무 더워 맥주를 많이 찾곤 하십니다.
어르신께선 어제 수확하고 말린 고추를 살펴보며 제게 여쭤보십니다.
"오늘 비소식 있당가?"
말린 고추 비가 조금이라도 맞는다하면 곰팡이가 슬어 고추를 못쓸 수도 있게 됩니다. 비예보는 안보였는데, 비가 올 것 같다는 어르신의 감, 불안한 느낌에 바로 다 쓸어담으십니다. 이후, 어르신의 감이 맞았을까요? 흩날리는 빗방울. 어르신들의 감은 정확합니다.
곳곳에서 참깨에 고추를 수확하고 말리느라 어르신들의 손이 바쁩니다. 바쁜 일정에 폭염이라도 조금 수그러들어 어르신들의 건강에 염려가 없길 바래봅니다.
11시,
오늘은 KBS 1tv 남도가 좋다 라디오 인터뷰도 예정이 되어있는 날이었습니다. 예상 시간은 11시 10분.
평소 사람이 적었던 마을회관에가서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방문하였는데 오늘따라 차와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싶었는데 칼갈이 봉사단이 와있었습니다. 최근 동네 회관을 다니면서 칼갈이 봉사를 하신다고 하였는데 어르신들 반응이 좋습니다. 집안에 있던 칼들 모두 꺼내어 새칼로 만들어주니 얼마나 좋을까요.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라디오방송을 위해 조용한 곳으로 다시 이동하였습니다.
해당 라디오 녹음본을 찾으면 좋은데, 찾기가 어려워 인터뷰지 기록본을 함께 남겨봅니다.
11시 35분,
인터뷰 마치고 옆 마을 오니 어르신 나와계십니다. 왼손 한편은 시컿멓게 멍들어있습니다. 평소에 얼마나 많은 주사를 맞았으면 손이 저렇게 변할까요. 어르신께서는 앞마당 한가득 참외를 심어놓으셨는데, 보이면 하나 갖고 가라고 하십니다.
"작년엔 많이 있었는데, 올해는 어찌 하나도 안보이네." 하시는 어르신.
날씨의 영향이었을지, 어르신 얼굴에 아쉬움 한 가득이십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커피 한 잔 내어주시는 어르신.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가슴 한 곳에 어르신 정 담아갑니다.
13시 40분,
잠시 기다리는 시간, 어르신께서 나오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앞으로 반찬은 안주셔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나는 반찬은 잘 안먹으니깐, 다른 필요한 사람 주쇼~" 하시며 막걸리 3개 사십니다.
술 안주로라도 드시면 어떻겠냐고 여쭤보니, 괜찮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 정말 괜찮으셔서 말씀하셨으리라 생각하며 넘겨봅니다.
14시 10분,
오늘도 시정에 앉아계시는 마을분들.
어르신 아드님이 여러가지 사신 후 고민하시다가 조지아 한 박스를 사십니다. 그러곤 시정에 앉아계신분들에게 커피를 나누십니다.
뭐라도 하나 사서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무언가 하나 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를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선뜻 나셔서 나눔을 하시거나, 움직이시는 분들의 마음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다.
14시 30분,
어르신댁에 가니 누가 와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보니 윗 마을 어르신이었습니다.
윗마을 어르신께서 집에오셔서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식사를 하시는 모습이 일상 같아 보이셨습니다.
손님이오면 식사를 대접하는 어르신. 지난번에도 동네분들이 어르신 댁에 모여서 편안하게 음식을 해드셨는데, 어르신 집이 모두에게 편안하게 느껴지나봅니다.
집 주인 어르신은,
"요플레 중에 큰거 있지? 그거 큰거 난중에 올 때 세개만 갖고와줘~" 하십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르신들 표현은 주로 이러하십니다. 빈 통이라도 보여주면 좋은데 빈통도 버리시니 무엇인지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가늠해서 갖고오고자 내부에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 맞는 요플레이길.
14시 40분,
어르신 집앞에 기다려봅니다. 함께 동행한 선생님, 집 마당에 있는 우사가 신기한가봅니다. 가까이가서 소를 보고 있는 사이 집 주인 어르신 나오십니다. 짜장라면 2개 사시는 어르신. 어르신과 이야기하다 젊은 선생님을 보곤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내가 도시 광주에서도 살아봤는데, 다 필요없어. 시골이 최고여. 시골에서 농사 잘 짓는 총각만나 결혼해! 정말 도시는 돈만 많이 쓰고, 아주 살기 힘들어. 시골에 와"
아들 자식들 모두 도시에 살고 있지만, 어르신께서는 시골의 삶이 좋으시다며, 시골에서 살아가는 여유로움에 대해서 한창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그 사이 어르신 집앞에 있는 특이한 소나무 잎을보며 사진 한 장 남겨봅니다.
15시 10분,
어르신과 집안에서 새로운 사람 소개시켜드리며 이야기하던 와 중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들깁니다.
"장사 안혀? 어찌 차를 새워두고 사라진담"
아랫집 어르신이었습니다. 늘 윗집 어르신 댁에 있다가 가다보니 아랫집 어르신 뵙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랫집 어르신은 필요한 물건 사실 때만 주로 나오시곤 하는데, 간혹 점빵차주를 기다리시다가 이렇게 윗집을 찾아 오시기도 합니다.
급히 인사드리고 아랫집 어르신께 물건 전달해드렸습니다.
15시 40분,
어르신은 점빵차를 보고 집에서 급히 나오십니다. 늘 나오실 때마다 하시는 말씀,
"내가 이래갖고 어딜 가서 못 사갖고와~"
발가락뼈도 휘어서 걷는걷도 불편한 어르신. 간장 하나 들고 오는 것도 일입니다. 그런 어르신께 물건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5시 50분,
마을 회관에 들려서 지난번 외상값을 결제하고 올라가는 길. 우리 회장님은 늘 바쁘셔서 회관에서 뵙기 어렵지만 집 근처로가면 일하다 오신 회장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집 근처에 있다가 안계시는것보고 바로가려고 하였는데, 윗집 어르신 댁에서 나오신것 보고 어쩐일인지 여쭤보니,
"여기 새끼 고양이가 있어서 우유 줄려고 갖고 왔는데 그 새 사라졌네. 근처에서 소리가 나는데..." 하십니다.
비가 오는 날, 회장님과 곳곳에서 찾다가 담벼락 사이에 숨어있는 새끼 고양이를 찾아냅니다. 이미 사람손을 타서 그런지, 사람 손에 잘 옵니다. 안먹던 우유를 회장님께선 걱정이 되었는지 일단 계속 먹여봅니다. 멈칫하던 고양이가 먹기 시작합니다.
"여 어르신, 고양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긴한데, 한마리 집안에 두고 가면 좋겠소." 하시는 회장님.
원래 고양이를 기르고, 길냥이들을 좋아하셨던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런 어르신을 잘 아셔서 고양이를 놓자고 말씀하시는 회장님이었습니다.
집 안에 문을 닫고 토방에 고양이 한 마리 넣어놓고 갑니다. 담주 어르신 뵙게 되면 어떻게 지내시고 계실지 여쭤봐야겠습니다.
장터에, 라디오 인터뷰에, 별의별이주 활동가 체험 장사에 정신없던 하루였습니다.
다음주에도 어르신들께 잘 찾아뵐 수 있도록 주문하신 물건 잘 기억하고 찾아뵈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