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2-24일 강원도 삼척과 울진 그리고 영덕을 방문했다. 오카다 다카시 선생과 함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한일간의 교류를 염두에 두고 다녔다. 토요일 10시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버스로 출발해 오후 3시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강당 수준의 널찍한 사무실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붕희국장님으로부터 30년간의 반핵투쟁역 역사와 최근의 반핵투쟁이 관련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잠시 뒤 오카다 다카시선생님도 대구에서 울진을 거쳐 도착해 함께 이야기는 나눴고 이번 방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책위의 이붕희사무국장과 최경민조직실장과 난로를 둘러싸고 나눈 대화를 마치고 최경민실장의 승합트럭으로 도계성당을 찾았다. 저녁 미사를 준비중인 박홍표신부님과 인사를 나누고 지역을 돌아보면서 배우고, 수도권에서 할 수있는 일, 한일 지역대책위간의 교류의 필요성에 관해 의논했다. 그리고 핵발전소가 일국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도 공감할 수 있었다. 삼척반핵운동을 정리해 발표한 자료와 영상물이 담긴 자료를 주셨고 가져간 '후쿠시마 사고 Q&A'(고이데 히로아키 저) 한권 드렸다. 다시 삼척시내로 나와 이광우시의원(12월 19일 나선거구(교동 정라동 근덕면 노곡면 원덕읍 가곡면)보궐선거에서 36.7%로 당선된 전 대책위기획실장)과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대화자리를 가졌다. 정의용청년회장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 이의원은 공무원 출신으로 8명의 후보 가운데서 36.7%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어 탈핵을 염원하는 삼척시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고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올 해 실시된 김대수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 실시 과정에서 행정력을 동원한 투표방해와 공포분위기 조성 등의 사례를 들을 수 있어 핵문제가 민주주의의 문제임을 거듭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시측의 재정지원과 연관되어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채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했다. 오카다선생과 근처 모텔에서 숙박하고 아침 일찍 하천을 따라 삼척역까지 둘러보고 마침 정차중인 삼척-강릉 바다열차도 돌아보고 다시 시외버스로 울진으로 향했다. 1시간 반을 달려 울진의 부구터미널에 내려 다리를 건너 원전홍보관과 전시관을 차례로 둘러 보았는데 원자력을 Clean&Green 에너지로 소개하고 있고 특히 후쿠시마원전과는 다른 경수로형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핵안사)의 홍경표대표와 전양규 울진사회정책연구소 집행위원을 만나 울진시내로 이동해 점심을 먹으면서 그리고 오카다 선생이 먼저 떠난 후 커피숍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눌 수 있었다. 울진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농수산물의 가격이 낮을 뿐 아니라 생태환경문화도시라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인구도 계속 줄고 있다고 한다. 울진도 30년의 반핵운동의 역사가 있다면서 그동안의 활동에 관해 설명해 주셨다. 울진은 현재 6기의 원자로가 가동중이고 신울진원전 4기가 추가로 건설중인데 추가 건설의 전제로 합의했던 종합대학과 종합병월 설립 등 14개 요구조건이 이행되고 있지 않기에 2011년 9개월간의 촛불집회 통해 의회 심의에서 중단되었고 그 결과 삼척과 영덕으로 추가건설 후보지로 바뀐 것이라고 하셨다. 최초의 폐기물유리화 시설을 했지만 민간환경감시센터 구성은 군수와 의회 추천인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홍보단체로 전락한 상태라고 했다. 신고리원전건설지역을 잠시 들러보면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건설기간동안의 반짝 경기 효과를 기대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지속가능한 지역발전과는 무관한 '마약효과' 같다. 전교조와 참여연대 그리고 울진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핵안사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장시원 군의원이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일본 출장으로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 울진은 오랜동안 원전을 가동해 온 곳이라 그에 따른 경험이 쌓여 있었다. 오후 4시 반 버스로 영덕으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2층 계단입구에 천지원자력발전소 보상대책위 안내 간판이 붙어 있다. 착오로 영해에서 기다리던 박혜령위원장(녹색당 후보로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3% 득표)이 다시 영덕터미널로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영덕의 핵발전소 반대대책위 활동에 관해 그리고 영덕군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영덕은 1989년부터 핵폐기장반대운동을 전개해 성공한 지역중 하나였었지만 그과정에서 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주민투표법과 중저준위방폐장지역지원법등에 의해 당근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전환되면서 경쟁적으로 원전 또는 방폐장후보지 유치경쟁이 전개되어 경주로 낙착된 과정을 생각하게 했다. 핵발전소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자체적인 투쟁만 하기에도 힘이 부쳐 적극적인 연대를 잘 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함을 공감했다. 후보지가 강구항을 포함하고 있어 대게의 본고장이라는 이미지가 손상될 것이라고 상인들은 우려하고 있고 그런 식의 기대섞인 요청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행정조직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강력하게 행사하고 있어 주민들은 눈치가 보여 나서지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농촌지역은 거의 유사한 상태이다. 여기는 삼척처럼 활동하는 종교조직도 없어 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수도권 위주의 불균형발전이 초래한 지역낙후와 소외가 초래한 결광기도 한 것 같다. 공무원 다수는 포항에서 출퇴근하는 상태이고 교사 역시 그러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향심이 낮다고 아쉬워 했다. 달산의 귀농자 집으로 이동해 밤 늦도록 좀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잠이 들었다. 황토로 직접 지은 집인데 깔끔해 보였고 가족들도 함께 어울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집주인의 자동차로 영덕터미널로 이동해 동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중간에 안동터미널에 잠시 정차했는데 규모가 컸고 버스도 다양해 교통의 요지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천의 물안개가 추운 날씨에 얼어 붙은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중 삼척 터미널에서 만난 주간지 한겨레21 외에는 진보적인 매체를 볼 수가 없었다. 보수적인 신문과 주간지만이 터미널 가판대에 깔려 있어 여론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울진과 영덕 안동을 이동하는 동안 박근혜대통령당선을 축하하는 각종 현수막이 거리마다 붙어 있어 경북지역의 정치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울진 부구에서는 횡단보도인도에까지 새마을 부녀회 명의의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