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강애희님 작품세계
사월 지는 벚꽃 (허효순님 시) 64X29
글밭에서 : 어린 시절 땅 따먹기 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장지에 각가지 서체를 써보았음. 97X65
대숲에서 (왕유시 죽리관) 크기: 27X48
獨 坐 幽 篁 裏 彈 琴 復 長 嘯 深林 人 不 知 明月 來 相 照
:홀로 그윽한 대나무숲속에 앉아 거문고 타다가 또 길게 휘바람을 분다
깊은 대나무 숲을 아는 사람 없는데, 밝은 달이 찾아와 비추어준다.
<연리지와 비익조>,52x38 (連理枝와 比翼鳥의 글귀를 돌에 새겨서 꾸밈)
<주자의 권학문>,23x21(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고대에서 현대로 통하는 소통의 서예미학
-강애희 작품전에 대한 단상-
1. 최근 들어 빈번하게 사회각계에서 ‘소통‘이라는 말이 일반명사화되어 떠돌더니 마침내 서예계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세기 아날로그 시대 문자 패러다임의 정수였던 서예는 디지털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인 현재에도 유한한가? 우리는 문자를 통한 인식사유가 영상의 감각적 인지로 재편되면서 수용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예술에서도 기존의 장르가 시대적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여 혼성적 특성을 더해 가기도 한다. 따라서 회화, 공예, 서예 등 순수미술이 서로 혼성되거나 기존의 장르에서 일탈해서 음악, 공연 등을 넘나들며 퓨전(Fusion) 혹은 크로스 오버(Cross Over)하는 새로운 조류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조류에 맞춰 강애희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소통‘이라고 정하였다. 작가가 희망하는 소통은 과거와 현재의 소통, 장르간의 소통이 모두 포함된다. 그것은 이번 전시의 성격이 ‘어떻게’라는 방법론에 더 방점이 가해졌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2. 현대미술이 이렇게 빨리 전개되는데 비해 서예는 비교적 느린 걸음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있어 다소 뒤쳐진 입장에 처한 듯이 보인다. 예술적 표현, 소통, 유통 등 모든 조건에서 상대적 노화조짐을 보이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떻게 동시대의 문맥과 개념을 확보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실험적 단서가 점차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 서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 높은 위치에서 귀족예술이라는 자긍심에 만족했던 영광을 버려야 한다. 다시금 저변을 돌아보고, 방법적 통찰을 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것’이라는 민족성에 기대지는 않았던가. 그렇기에 미약한 작업논리로 임했어도 타 장르에 비해 우호적인 대접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젠 위기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더 이상 보호막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기 위해 파인아트에만 머물러 있는 서예의 스팩트럼을 넓혀야 한다. 작가들의 조형적 기호나 작업관에 따라 지향해야할 가치나 방식도 타 장르의 영역까지 수렴하며, 그 범주를 확대해서 반성적 모색을 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서예가 갖는 전통적 속성의 연구 및 장점의 현대적 수용은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강애희의 신작에서는 서예범주에 드는 여러 가지 장르를 한 작품 안에 수용하고 있다. <글밭>이라는 작품은 한문, 한글, 전각, 문인화 등 여러 가지 분야가 한 작품 안에 수용하고 있다. 통일감이 문제가 되는듯이 보이지만 작가는 나름대로 시각적으로 잘 구성하여 하나의 꼴라쥬 작품을 보는듯하다. 이런 작품을 제작한 배경에는 20년이 넘는 서력이 바탕이 되었고, 경기대 대학원에서 서예를 전공하면서 서예학에 대한 이론과 다양한 실기를 연마함으로써 조형시각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예가 지닌 전통성을 견고하게 하면서 현대성을 넣고자 한 작품 시도는 <사월 벚꽃>에 드러난다. 단아한 한글궁체를 세련되게 쓴 뒤 배경엔 봄을 연상하는 색이미지들을 넣어 이미지와 내용이 동화되는 느낌을 자아낸다. 이렇게 서예장를 혼합하여 한 작품 안에 구성한 시도는 신선하다고 보여 진다.
3. 전통이 두터울 때 역사성을 지닌 문화는 형성된다. 이런 시각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한국의 서예를 보면 단순하게 실용적 측면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감성적 미감을 발현한 격이 있는 예술이었다. 그렇지만 빠른 현대사회의 속성상 문화도 생로병사 하듯이 급변하고 있다. 예컨대 미술사조인 이즘도 생성하고 소멸해 가는 과정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는 바로 동시대를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조형적 개념을 창출하고,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며, 과거를 되짚고 미래를 준비해야할 시기인 것이다.
강애희의 작품 <꾸준함의 승리>는 전각의 요소를 확대하고 화면을 쪼개어 한글과 문양을 넣어 분산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서예작품으로는 생소함이 있는데 그것은 이런 시도가 시각적으로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주자의 권학문> 역시 방각을 확대해서 음양각으로 새기고 한자를 그림처럼 배치하였다. 특히 작품을 제작할 때 프레임(액자)까지 고려한 점이 주목된다. 작품집을 만들때도 프레임까지 인쇄를 함으로써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볼 수 있게 고려하였다. 분명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문화에 어울리는 작품을 연구한 흔적이자 시대문화에 대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적으로 현재성을 중시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전통적 서예의 문맥이 점점 좁아져 가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아날로그적인 서예장르는 역설적으로 보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장점은 장점대로 그 전통성을 살려나가고, 아울러 현대적인 시각에서 많은 변주, 실험, 다양한 이종교배가 필요한 것도 자명하다. 이와 같은 인식에서 강애희의 도전적 시도는 작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긍정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예문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역할모델의 시도여서 신선해 보인다.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도전으로 서단 내외의 반향이 있기를 기원한다.
2010. 3.15
정태수(월간 서예문화 주간, 한국서예사연구소장)
강애희 인사말
봄바람에 용기 내어......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는 것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투명한 봄 햇살 속, 거울에 비춰진 드러내기 싫은 눈가의 실주름 자국만큼이나,
붓과 함께 지내온 시간에 비해 저울대 위에 드러나는 자신의 필적들은 마냥 부끄럽기만 합니다.
붓을 처음 잡는 젖먹이부터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늘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성실함과 꾸준함의 가르침으로 키워주신 하림 최용준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다 폭넓은 학서 과정을 눈뜨도록 채찍을 아끼지 않으셨던 박영진교수님, 곽노봉교수님, 김대원교수님, 난정 이지연교수님 등 여러 선생님께서 베풀어주신 훌륭한 가르침에도 둔함을 채 떨궈 내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죄송함과 감사함을 늘 새기고 있습니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에서 아무 벽이나 굵어대며 통로를 찾는듯한 느낌에
심한 좌절감과 망연함으로 범벅이 된 채 시간의 배위에 서 있기를 얼마나 했는지...!
어디서건 제자의 서툰 점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시는 하림 선생님께 누 되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음마를 망설일 때, 옆지기 동료들인 ‘경기대학교전통예술대학원 오기동인’의 격려는 큰 힘을 보태주었고, 실수하더라도 장을 펼쳐보는 기회는 더 나은 진화를 위한 필요한 계기라고 격려해 주시는 여러 선배님의 응원에 힘입어 부끄럽지만 조심스레 장을 열어보았습니다. 늘 가까이서 챙겨주시고 힘주시는 선배님께도, ‘오기동인’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에 선 보인 작품들에는 전통적인 서예와 전각에 약간의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액자를 자석으로 처리하여 글자를 탈부착하여 글자의 모양을 바꿀수 있게 꾸며보기도 했고, 작품을 둘러 싼 액자까지도 작품의 영역으로 끌어안는 방법을 시도해보는 등 약간의 걸음을 달리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서툴고 어눌한 부분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귀담아 듣고, 다시 태어날 각오로 여러 선생님들의 관심어린 눈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시회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서예문화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늘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 사랑하는 딸, 늘 가족처럼 곁에 있어 주는 경화언니, 한현진 샘,
다정한 벗들과 저를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우리 제자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혜원 강애희 올림
약력
惠元 姜愛姬(kANG Ae Hee)
<학력>
경기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서화예술학과 석사졸업
<개인전>
제1회 : 한국서예여류유망작가전 초대 개인전 이형아트센타, 서울, 2010년
< 논문>
서예학습이 ADHD성향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주요 작가 활동>
서울서예대전 초대작가(서협)
경기서예대전 초대작가(서협)
대한민국서예대전 특선 및 입선 5회
독일마브르크시초청전-한국의 미
일본 미와자끼현 초청전-한국서예특별전
금화묵림전(4~10회)
경기 전국한글묵향전
한글과 세계문자전(2008, 예술의 전당)
한글서예축전(2009, 예술의 전당)
한글묵향전(경기, 전국)
필묵초대전(경기, 전국)
경기 전국지부초대전(서협)
의정부지회전 (서협)
경기대학원 5기 동인전
한국인장박물관(인장 기증)
삼광중학교 교문휘호
세계인터넷홈페이지대회 대상기념비문(용화여고 소장)
통일서예백일장 4,6회 심사
서울 도봉구 도봉1동 579-15 화진 그린빌라 2동 107호
010-3194-6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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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