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여행도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달 동안 천천히 이동하면 자와 섬 횡단하고 발리와 롬복까지는 갈테고 '잘하면' 코모도 섬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길리 트라왕안을 지나면서 열흘 정도가 남았으니 얼추 예상대로 움직인 셈이다. 다만 쉬엄쉬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여행의 피로함이 좀 느껴진다. 좀더 쉬엄쉬엄 롬복 본섬이나 구경하고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코모도는 다음 기회로~
2024. 2. 5
길리 트라왕안에서 퍼블릭 보트를 타고 방살에 도착하니 과연 삐끼들이 달려든다. 200을 넘기지 말라고 했겠다? 170에 흥정을 마치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지폐를 보여주며 자기 몫은 100리부 뿐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삐끼가 아니라 항구를 장악한 조폭들인가?
방살에서 승기기로 가는 해안길이 아름답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멋지게 펼쳐지는 해변도, 멀리 보이는 길리 섬과 더 멀리 보이는 발리 섬도 운전 기사가 자랑할 만한 경치 인정이다. (내려서 사진 찍겠냐고 권했지만 눈으로만 봐도 되니까...)
승기기는 롬복에서 제일 먼저 개발된 관광지라는데 2018년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코로나를 만나 침체해졌고 지금도 피해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사이에 남부 해안 쪽으로 자본이 몰리고 있다고... 우리가 숙소를 잡은 곳은 코코넛 비치 근처인데 (소규모 숙박 시설들이 많은데 비해) 관광객이 많이 보이지 않는 한산한 분위기다.
숙소는 새미 코티지 승기기(Sammy Cottage), 구글 지도에 입구가 잘못 나와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큰길 아무데나 내려주면 우리끼리 걸어가겠다고 했지만 기사가 유턴을 두 번이나 해 가면서 끝내 길을 찾아내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작년에 알타미라 동굴 갈 때도 구글 지도가 틀려서 고생 좀 했지.
하루 18,000원씩, 이번 여행 중 제일 저렴한 숙소였으나 3박을 쉬어 가는데 불편은 없었다. (처음에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은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바로 방을 바꾸어 주었다.) 사람들 친절하고 소박하지만 맛있는 아침 식사도 공짜로 주는 좋은 숙소다.
저녁은 바닷가에 있는 퍼시픽 리조트에 기사 먹었다. 중국 식당 분위기가 났지만 당기는 메뉴가 없어서 그냥 나시고렝을 시켰다, 나시고랭 두 그릇에 과일 디저트 하나 더해서 200리부를 주었으니 저렴한 식당은 아니다.
코코넛 비치는 일몰이 유명하다는데 (서쪽 방향 해안들은 다 그런 건가?) 오늘은 날이 흐려 안되겠다. 내일을 기약하자.
2024. 2. 6
평화로운 동네다. 숙소 근처만 살짝 들락거리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야 일몰을 감상하러 코코넛 비치로 출동했다.
오늘은 제법 그럴듯한 일몰 풍광을 즐겼다.
2024. 2. 7
구글 지도에서 찾은 알람 끄란당안(Alam Kerandangan)이라는 국립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인데, 지진과 호우 피해를 복구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열었다는 후기도 있고 해서 동네 구경도 할 겸 설렁설렁 올라가 봤다.
공원 안에는 폭포도 있다고 하던데, 유실된 길이 복구되지 않아서 중간에서 돌아와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입장료(100리부 씩이나)는 전액을 다 받고 있다.
승기기 -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호젓하게 잘 쉬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