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錦江縱走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자전거로 금강종주를 출발하기 이틀 전인데도 강렬한 기대감에 밤잠을 설친다.
양평-귀여리-팔당댐 자전거여행은 하였지만 지방으로, 그것도 금강종주를 한다고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는 것이다.
대청댐에서 시작하여 공주와 부여를 지나 군산의 금강하구둑까지 146km의 약 13시간 여정.
금강따라서 자전거를 탄다는 생각만으로도 황홀 그 자체이다.
드디어 출발일 용산역 06:30 도장군을 시작으로 오늘의 여행대장 겸 총무로 수고할 해장군, 하장군, 은장군이 모여
07:05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탄다.
오늘 새벽 늦게 잠들며 동행을 고민하던 오천사 영수가 영등포역에서, 황장군은 수원역에서 기다린다는 전갈.
카페식당칸에 5대의 자전거거치대에 자건거를 열병하듯 묶어두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다가 지정 칸으로 간다.
신탄진역에 내려 인증샷과 출발전 점검하며 대청댐까지의 7.85km구간을 출발하니 08:50
대전이라는 도시와 대청댐이라는 시골적 분위기가 어울린 깨끗하면서도 잘 뚫린 자전거 도로.
몸을 푸는 축구선수들처럼 가벼운 마음, 자연과 함께 하는 시원하게 뚫린 마음으로 페달을 밟는다.
대청댐... 마지막으로 온 것이 마누라와 십여 년 전? 주변이 많이 변하였다. 그전에는 주건물 하나만 휑하니...
먼저 대청댐 인증센타에서 인증스탬프를 찍는 일.
오늘을 위해 부랴부랴 택배 신청하여 아직 비닐봉지 안에 있는 인증수첩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드디어 금강종주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선두에 해장군과 하장군이 역시 속도를 내며 치고 나가고 황장군이 뒤를 따르다가 간혹 후미를 챙기랴,
사진을 찍으랴 하며 잠깐씩 멈춘다. 그 뒤를 초보 은장군이 따르며 후미는 도장군과 오천사가 맡는다.
신탄진역까지 되돌아 가는듯 하다가 현도교를 올라가서는 금강을 건너 대안으로 넘어간다.
한동안 한적한 도로를 따라 주행하다가 강둑으로 내려서니 금강의 主流와 支川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길이다.
왜 錦江인지. . . 비단 錦자를 쓰는 江...
그렇다. 항상 출렁이는 북한강을 주로 본 나에게는 강줄기가 비단을 깐 듯 부드럽고 아름답다.
산울림의 노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길목에 서서.....”
혼자 흥얼거린다.
강물은 강물대로 아름답고 달맞이꽃 등 많은 꽃들과 함께 펼쳐지는 자전거길은 편하고도 고즈늑하다.
나루터길목서 휴식하며 작년 종주를 회상하는 고수 구르메들.... 경륜이 쌓이는 듯 점점 수월해지나 보다.
금강종주구간은 한강 자전거길과 달라 강을 따라서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금강 주류를 따라가다가 지천을 끼고 달리다가 내륙으로 쑥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로 민가와 河岸을
들락 날락한다. 마치 충청도사람들의 특성을 보는 듯 하다. 변화무쌍한 자전거길이다.
아직 세종보에 도착하기엔 아니다 싶은데 갑자기 자전거 인증센타 빨간부스가 나타난다.
인증수첩에 내가 못본 부분이 있나싶어 급히 수첩을 꺼내려는데 황장군이 ‘오천자전거길’의 시발점이란다.
새로 만든 구간이라 작년 수첩에는 없는데 이번에 구입한 내 수첩에는 등재되어있다.
합강공원 인증센타. 인증스탬프 힘차게 꽝!!!
세종보 인증센타 9km 전 지점이다.
약 37km의 길을 이어 세종시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더니 세종보 인증센타 도착.
한강에서 45km이면 잠수교에서 행주산성 다녀온 정도라 가볍게 느껴지는데 대청댐서 이곳까지 오며
마신 물의 량도 상당한 것을 보면 로드라이딩이 얼마나 힘 든 것인지 실감이 난다.
세종보 인증센타에서 쉬며 물 보충하고 지나는 동안 황장군이 먼저 앞서더니 자전거를 세워두고 기다린다.
세종보 인증센타가 두 개란다. 그러고 보니 다리 아래 빨간 인증센타 부스가 보인다.
그 위로 지나가는 학나래교의 자전거길은 아주 특이하다. 설계에서부터 자전거 통행을 고려하여 만든 길이다.
한국에서 강을 건너는 다리중 가장 시원하고 아름답고 편안한 최고의 길일 것이다.
세종보에서 공주보까지는 약 19km.
구간도 편안하고 오르막도 별로 없어 강따라 펼쳐진 길이 눈에 아주 익숙하고 편안하다.
다만 중간에 식사할 곳이 없어 허기가 지는 것이 문제... 아예 물로 배를 채운다
공주 시내 도로를 따라 가다가 다리(이름 모름)를 건너며 들른 식당. 공주 청석골냉면집.
배 고픈김에 물냉면 한 그릇을 육수째 통으로 다 마시고 만두도 한접시를 다 먹은셈. 배가 무지 불러오네.
모두들 포만감과 피로감에 인근 숲으로 가서 쉬며 잠도 잠시 자고..... 객고를 달랜다.
꿀맛같은 휴식을 끝내고 공주보를 향하여 출발.
구르메들이 틈을 두고 출발하는 바람에 약간의 알바가 발생하였으나 금방 모두 조인트 한다.
공주보 인증 스탬프를 찍고 백제보를 향한 24km구간을 출발한다.
이 구간에서 은장군이 1004km 달성하여 금강천사에 등극하게 된다고 도장군이 알려준다.
백제보를 약 10km 앞둔 지점... 과연 그 곳이 어디일지 아주 궁금하다.
오른편으로 강물을 두고 자전거도로와의 사이에 풀섶과 야생화들을 둔 아름다운 도로.
자전거길이 그 곳을 벗어나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중턱에 쉼터가 하나 있다.
나의 자전거 ‘타타’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포카리스위트와 생수를 벌컥 들이킨다. 한통은 비상 보관.
등산이든 도보행이든 바이크라이딩이든 이렇게 많은 물을 한 번에 마신 적은 처음이다.
잠시 오르막을 더 올라간 후 다시 강둑길.... 다시 펼쳐진 편안한 길.
황장군은 강을 즐기며 페달을 밟으라고 자주 요청한다.
다시 흥겨운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길목에 서서.....”
앞서 가던 해장군과 하장군이 기다리는 쉼터 ***리2쉼터.
이곳에서 은장군은 816B1K급 금강천사로~~!
함께 금강종주한 오천~팔천급 구르메들에게는 천사가 까마득한 하수이겠지만 과연 2014년에 천사가 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은장군에게는 그나마도 언감생심... 고수 구르메 장군들의 격려와 독려 덕분이다.
하장군의 진한 축하키스를 뒤로하고 다시 백제보를 향하여 출발~~!
백제보는 관람대가 높고 아름답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니 아래로 백제보가 보이고
위쪽으로는 아름다운 금강의 물길이 펼쳐진다.
금강은 지역에 따라 강이름도 다르다. 공주에서는 웅진강으로, 부여에서는 백마강으로 불리운다.
고란사 있는 낙화암 아래 백마강이 바로 금강인 것이다.
부여시내 가기 전 강변 도로에 하루살이가 얼굴을 강하게 때리고 옷에 달라붙는다.
오후 6시 부여대교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인증사진을 찍은 후 다시 익산 성당포구를 향하여 페달을 밟는다.
노을이 아름다운 백마강 석양.... 부여 봉두정에 올라 은장군을 제외한 다섯 구르메들이 기념사진을 찰칵~~!
익산성당포구 인증센타에 다다르니 벌써 칠흑같은 어둠이 구르메들을 누르고 있다. 8시 20분.
여름이 아직 한창이다 싶은데 이 시각에 벌써 어둠이 짙어진다니 계절은 사람보다 정직한 모양이다.
어두운 탓에 갈대가 아름다운 신성리 갈대밭도 몰라보고 지나쳤다.
저녁을 먹으려던 중국집이 문을 닫아 겨우 인근 치맥집을 찾아 허기를 채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지만 시골 치킨집 음식맛이 이렇게 황홀할 수가~~!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구르메와 자전거들에게도 달콤한 휴식을 준다.
익산성당포구에서 군산하구둑까지 거리는 약 27km.
어둠속에 약 2시간반을 가야하는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도로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앞서가는 구르메 후미등의 빨간색만 보고 달린다.
길은 앞서 펼쳐지고 마음도 앞서 벌써 군산포구의 금강하구둑에 가 있는데
자전거와 몸은 아직 힘들게 씩씩거리며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어둠속의 질주. 두려움과 신기함과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환희감이 교차하는...
그 뜨겁게 용솟음치며 섞여 튀어나오는 환희의 마지막에 군산 금강하구둑이 있었다.
23:15 구르메들은 13시간 30분의 금강종주를 마무리하고 금강전사로 금강하구둑 인증센타에 우뚝 서있다.
밤 11시 20분에 도착하느라 어둠속에 묻혀있는 금강하구둑을 보지 못하여 다른 사진으로 대체한다
첫댓글 멋진 종주기! 다시 읽어보고싶습니다.
더우기 가보지도 않은 구간의 여행기는 금강천사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ㅋㅋ 어제 도다리한테 말했지만
은수는 가끔 '얄미운 놈'이란 생각이 든다니까
왜냐고?
술도 세지만, 실수도 안하고, 조곤조곤 말도 잘하고, 산도 잘 타고, 여자도 잘 꼬시고(?), 남을 배려해주는 마음이나 행동도 남다르고
게다가 글까지 잘 쓰니... 가끔 안 얄밉겠냐고...
은수의 금강종주기를 읽고
'새색시 신방에 들어... 마음이... 두근반세근반... 그런... 마음'을 느꼈네.
한 마디로...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