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는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들이 진행됐다. 경기도가 러시아의 원천기술 도입및 협력을 위해 설립한 '경기 러시아기술협력센터'가 지난 1년간 얻어낸 성과들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러시아 투자유치 협약식과 경기도와 러시아간 기술제휴 협약식 등이 열렸고, 모두 44개사가 참여한 경기도-러시아 온라인 상담회도 진행됐다.
주목을 끈 행사는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Gazprom)과 러시아 '스타트업'의 전설(?)인 '엑소아틀레트'의 유럽 진출기업 '엑소아틀레트 글로벌'(Exoatlet Global) 간에 이뤄진 투자협약식이다. 가스프롬은 엑소아틀레트글로벌에 500만 달러(57억원)를 투자하겠다는 협약이다.
2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기술협력 행사들. 투자유치 협약식(위)와 기술제휴 협약식/사진출처:경기도
기사를 보고 든 의문은 "러시아 기업들이 한국에서 왜 협약식을 하지?" 였다. 경기도 측은 "러시아 첨단기술 기업의 글로벌 본사를 국내에 유치하면서, 동시에 가스프롬으로부터 500만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홍보했다. 그게 전부일까? 알려지지 않는 뒷 이야기는 없을까?
러시아 포탈 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엑소아틀레트'를 검색했더니, 의문은 한번에 풀렸다. 엑소아틀레트 홈페이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체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로봇 관련 스타트 업 'ExoAtlet'는 2014년에 출범한 뒤 러시아의 혁신 도시 '스콜코보 재단'이 주최하는 '스타트 업 빌리지 컨퍼런스'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스콜코보' 입주는 당연한 뒤따르는 절차다.
이후 하지마비 환자들을 위한 외골격 보행로봇을 2016년 개발해 러시아 흑해 휴양지 소치에서 열린 'World Robotics Olympiad'에서 소개했다.
엑소아틀레트의 아시아 진출, 아래에 한국으로부터 약 2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되어 있다/2017년 7월 4일자 언론 캡처
미국과 유럽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엑소아틀레트 글로벌' 설립. 아래에 코스모앤컴퍼니로부터 500만달러를 유치했다는 기사가 일부 보인다/2018년 4월 3일자 현지 언론 캡처
한국과의 인연은 한때 GS그룹에 속했던 코스모앤컴퍼니(코스모 그룹)로부터 2017년 7월 2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투자로 아시아 진출(엑소아틀레트 아시아 ExoAtletAsia)의 길을 열었고, 그해 11월에는 '로봇의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까지 진출한다. 당시 일본측 파트너의 투자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고, 일본 시장에서 마케팅, 관리 인증 등 전반적인 업무는 한국 측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엑소아틀레트 아시아'는 지난해 10월 경기러시아 기술협력센터에 입주했다.
이듬해(2018년) 4월에는 코스모 그룹이 500만 달러를 더 투자해 글로벌 진출(엑소아틀레트 글로벌 Exoatlet Global)을 꾀한다. 러시아의 스타트 업 기업이 특정기업으로부터 무려 700만 달러를 유치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엑소아틀레트에 대한 코스모 그룹의 영향력을 쉬 짐작할 수 있다. 엑소아틀레트 글로벌이 룩셈부르크에서 경기도로 옮기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러시아 스타트업 엑소아틀레트(위)와 코스모 홈페이지/캡처
경기도 측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소위 스타트 업 아시아 자회사 격인 '엑소아틀레트 아시아'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시제품 제작비용과 국내 판매를 위한 각종 인증 등 상용화 사업에 예산을 지원했다. 오주영 엑소아틀레트 아시아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러시아 첨단기술과 경기도내 기업 간의 합작 사례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컨벤션센터 행사에서는 또 경기도와 러시아 기업간 기술제휴 협약도 4건이나 체결됐다.
▲경기도 파웰코퍼레이션(Powel Corporation)과 러시아 폴리텍 대학 간 접합 공정용 스마트 포일(Smart Foil) 공동개발 협약
▲경기도 엠젠(MGEN)과 러시아 다바이 오토모티브(Dabai Automativ) 간 자동차부품 3차원 검사 장비 공동개발 협약
▲경기도 에스랩(S-LAB)과 러시아 뉴메리칼비전(Numerical Vision) 간 인터페로미터 기반 나노 변위 측정 스테이지 공동개발 협약
▲경기도 에스엠지머티리얼즈(SMG Materials)와 러시아 펠콤(Pelcom) 간 반도체 공정 고온 히터 공동개발 협약 등이다.
이용철 행정2부지사는 “오늘 기술협력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4개 기업처럼 더 많은 중소기업이 러시아 첨단기술기업과 협업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며 "경기 러시아 협력센터를 통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본 행사 후에는 도내 22개 기업과 러시아 18개 기업 간 온라인 상담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