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 시복 추진에 동참을
한국 교회가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을 ‘하느님의 종’으로 부르게 됐다. 교황청 시성부는 6월 18일 서울대교구가 추진하는 김수환 추기경 시복에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했다. 서울대교구는 앞으로 시복 재판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김 추기경은 우리 사회가 가장 어두웠던 시기, 등불로 모두를 밝힌 성직자였다. 군사 독재정권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들을 지켜줬고, 정의를 위해 먼저 크게 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남북 평화를 위하고, 젊은이를 사랑했으며, 어렵고 가난하고 차별받는 이들을 두루 직접 찾아가 만났다.
그는 “서로에게 ‘밥’이 되어달라”며 스스로를 ‘바보’라고 낮췄던 시대의 어른이었다. 사회 혼란 속에 잘못된 가치가 범람하고 사랑이 힘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를 온몸으로 껴안고 함께 울었던 성직자였다. 2009년 2월 16일 커다란 등불이 꺼졌을 때엔 종교와 이념을 넘어 그 따뜻한 품을 직간접적으로 느낀 수많은 이가 그의 마지막 모습에 인사하고자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찾아 조문했다.
김 추기경은 한국 교회에서 가장 최근 선종한 인물로서 ‘하느님의 종’이 됐다. 지금도 그와 인연이 깊은 수많은 성직자와 수도자·평신도들이 곳곳에 있다. 이들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란 추기경 사목표어를 끝까지 실천한 그를 가슴 깊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서 받은 사랑을 우리가 다시금 증언하고, 가톨릭교회 전체가 그 모범을 따를 수 있도록 모두가 그를 위해 기도하고 더욱 현양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픔의 시기, 홀로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져야 했던 상황을 사랑으로 승화한 기적을 보여준 김 추기경을 현양하기 위해 우리도 ‘바보의 후예’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