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강민준은 창밖의 참새 떼를 바라보다가 담배를 비벼 껐다. 사무실 안은 냉기가 가시지 않았고, 책상 위에는 지난 석 달간 벌어진 사건들의 파일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정당 대표가 자리를 내려놓고, 기획사 의장이 부정거래 혐의로 송치되고, 실종 아동 수색 매뉴얼이 부실했다는 게 밝혀지고…" 이수연이 파일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겉으로는 다 다른 사건인데, 왜 자꾸 같은 계절에 몰려서 터지는 걸까요."
"우연이 아니야." 민준이 말했다. "우연이 아니니까 우리가 불려온 거고."
두 사람이 맡은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의뢰인은 익명이었지만, 요청은 명확했다 — 최근 몇 달간 반복적으로 불거진 '신뢰의 붕괴'가 한 사람의 잘못인지, 아니면 더 큰 구조의 문제인지를 밝혀 달라는 것.
수연은 창가로 다가가 까치가 앉은 전깃줄을 올려다보았다. "용의자는 많아요. 자리를 내려놓은 정치인, 곳간을 흔든 기업가, 낡은 매뉴얼을 방치한 조직… 하지만 다들 각자의 이유가 있고, 각자 발을 뺄 구실도 있죠."
"그런데 말이야." 민준이 파일 하나를 책상 위로 던지듯 내려놓았다. "이 도시 밖에서 들려온 소식이 하나 더 있어."
파일에는 태평양 건너 강대국 지도자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 나라가 자신들의 군사작전 요청을 거절했던 사실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우리는 어리석은 나라가 될 수 없다." 관세와 방위비 협상을 앞둔 시점에 나온, 명백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이것도 같은 사건이라는 거예요?" 수연이 물었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하지만 패턴은 같아." 민준이 파일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국내에서 벌어진 균열들도, 저 바깥에서 날아온 압박도,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여. 누가 방패를 제대로 들지 않았는가."
수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범인은… 개인이 아니라는 거군요."
"맞아." 민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참새 몇 마리가 눈 쌓인 처마 밑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정치인 한 명을 끌어내리고, 기업가 한 명을 구속시킨다고 해서 이 계절의 균열이 메워지진 않아. 매뉴얼을 새로 인쇄한다고 실종 사건이 다시는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저 사자 같은 강대국의 발언도 결국, 우리가 오랫동안 균형을 잃어온 외교의 허점을 짚어낸 것뿐이야."
"그러면 우리가 이 사건에 쓸 결론은…" 수연이 펜을 내려놓았다.
"용의자는 없어. 구조가 범인이야." 민준이 낮게 말했다. "방패를 다시 세우지 않으면, 이런 청구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해서 날아올 거야."
수연은 창밖의 까치가 길게 우는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문장을 수첩에 적었다. 다음 봄, 이 도시는 스스로 판단하는 외교와, 법 앞에 예외 없는 권력과,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청춘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무실의 냉기는 여전했지만, 참새들은 이미 처마 밑을 떠나 눈 덮인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