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어(北魚) -최승호- 최승호시선<고해문서>(1991) 민근홍 언어마을 --------------------------------------------------------------------------------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 *쾌 : 북어 스무 마리를 한 단위로 세는 말
▶주제 : 비판 정신과 삶의 지향점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초상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식료품 가게에 진열된 '북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느 순간 북어의 모습은 화자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곧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은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막대기 같은 생각'은 '문제 의식과 진지한 사고력마저 상실함',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은 '꿈과 이상을 상실한 사람'을 의미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거봐, 너도 북어지"라는 환청을 듣고 화자는 그러한 북어의 모습이 곧 자기 자신의 모습임을 고통스럽게 확인하고 있다. 시적 화자의 진지한 모색이 독특한 발상을 통해 드러난 작품이다.
[확인 학습]
1.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 --- 나 2.화자는 언제, 어디에 있는가 ? --- 밤의 식료품 가게(혹은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3.화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 --- 식료품 가게에 있는 북어를 들여다 보고 있다. 4.가게 안에 있는 북어는 어떻게(어떤 상태로, 어떤 모습으로) 놓여 있는가? --- 손때 묻어 먼지에 묻혀 있다. --- 일렬로 대가리가 꼬챙이에 꿰어져 있다. 5.이런 북어를 본 화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 --- 볼품없다. 안됐다. 불쌍하다. 6.그런 느낌을 가지고 북어를 바라보던 화자는 좀더 다가가서 자세히 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본 북어의 세부적인 모습은 어떠했나 ? --- 혀가 자갈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눈은 말라붙어 짜부러졌다. --- 지느러미는 빳빳하게 굳어 있다. 7.그런 북어를 보고 화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 사람들도 북어같다. --- 말의 변비증을 앓고(할말을 속시원히 하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사는 사람들 막대기 같이 뻣뻣하게 굳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생명의 지느러미를 잃고 헤메이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였다. 8.그래 화자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러다 갑자기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데 뭔지 찾아 보아라. ---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이고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하고 부르짖었어요. 9. 너! 너라! ... 너가 누군데 ? --- 화자. 10.정말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나? 정말 그런일이 일어난게 아니라면 어떻게 된 일일까 --- 화자가 그렇게 느낀 것이다. 그러니까 화자의 생각이다. 11.그럼 화자가 처음 북어를 본 순간부터 화자의 머리속에 일어난 생각들을 차례로 정리해 보면 ? --- 가게 안에 있는 북어가 참 볼품없다. --- 북어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불쌍타. --- 어! 가만 있어봐! 나도 북어아냐. 젠장 !!!
< 생각해보기> 1.나는 어떤 사람이겠는가 ? 어떤 처지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겠는가 ? 2.북어가 살아난다면 원하는게 뭘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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