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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언어학 특강>
문학작품의 인지시학적 접근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서론
Ⅱ. 인지의미론이란 무엇인가
Ⅲ. 인지시학의 원리
Ⅳ. 인지의미론의 시학적 적용
V. 은유의 인지적 연구
Ⅰ. 서론
요즘 ‘인지’라는 말이 주목받고 있다. 메타인지는 자주 들어보는 말일 것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에서 있어서 비유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이는 다시 말해 시에서의 비유적 표현은 작가의 주제의식과 관련된 겨우가 많기 때문에 비유 표현의 이해가 곧 작품의 이해로 이어질 만큼 중요한 학습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시의 인지적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학작품은 기호인 언어로 대상인 사물을 형상화․의미 구조화 해놓은 구조물이라 할 수 있는데 언어 기호는 지시 대상과 지시 기호의 결합에 의해 그 존재 의의를 갖고,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의 결합을 통하여 기호가 성립된다.
언어는 표현․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동체의 문화를 스스로의 구조에 반영하는 상징체계이며, 표현․전달의 가장 중요한 매체가 되게 함으로써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의 양식까지를 특정방향으로 규제할 수 있다. 언어는 인간이 만들어서 사용하는 약속된 기호이며, 따라서 인간의 인지성을 내재적 특질로 소지하고 있다. 언어를 통하여 조성하는 의미 작용은 그 조성 주체자의 주관적인지 태도에 따라 상대성, 주관성,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한편 그 의미의 불완전성은 언어의 인지 과정(cognitive process)으로 말미암아서도 초래된다. 이것은 조성된 기호 의미를 풀이․이해할 때, 해석자의 주관적인지 태도에 따라 야기되는 측면을 말한다.
‘사과’라는 지시기호(어휘)를 말할 때, 실제 지시대상인 사물로서의 사과에는 색깔과 크기 형태 등에 있어서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인지하는 사과는 보편적 특성 또는 다양한 개체에 공통되는 기본적 항목(basic item)으로서의 사과가 환기되는 것이다. 또한 문학에 사용되는 언어는 첫째, 단순한 표현 전달의 매체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cognitive function)을 통해서 언어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무한한 의미 창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둘째, 미적 기능이 전면화하는 시적 언어에서는, 몇 층으로나 구조화된 콘텍스트에 의해서 생겨난 의미가 코드에 바탕을 둔 의미에 대해 그 자립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대립에 바탕을 둔 긴장 관계를 조성한다.
곽재구의 「소평택에서」에서 미적 기능에 대하여 살펴보면
<전반 생략>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중략>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언어학을 현대과학으로서 더욱 발전하기 위하여 인지 심리학, 철학, 인공지능 등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에 문학과 언어학을 가장 밀접하게 관련시킨 분야는 인지의미론(cognitive semantics)이라 할 수 있다.
Ⅱ. 인지의미론(Cognitive Semantics)이란 무엇인가
인지체(cognizer)가 환경에서 얻는 정보 항목은 무한하고 연속적(analogical)인 것에서 유한하고 단절적(digital)인 것까지 다양하나, 전자에서 후자로의 전환 과정(process)은 대단히 중요하며 이를 주로 인지 과정(cognitive process)이라 한다. 사진을 보면 첫단계는 지각(perception)단계로서, 여러 종류의 정보가 한꺼번에 주어진다. 이 주어진 환경에서 감각기관(senser)을 통해 인지체가 직접 받아들일 수 있는 이 단계의 정보의 흐름은 연속적이다. 두 번째는 인지(conition)단계로서, 지각된 ‘연속’에서 하나의 구체적인 정보 항목을 추출하는 과정이 들어있다.
인지의미론이란 언어의 객관적․고정적 의미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의미의 생성․부여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인지의미는 전통적 의미론에서 행해온 미리 결정되거나 고정화된 코드에 따라 언어의 의미를 인지․인식하지 않고, 이해 주체자의 주관에 따라 의미를 인지․ 인식하려 하는 것이다. 언어를 통한 의미의 이해에는 이해 주체자의 체험, 환경 세계, 역사성, 지식 등의 개입이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지의미론에서 의미란 이해 주체자의 의식의 문제이지 물리적 부호나 사물의 문제가 아니다. 곧 의식은 인간의 문제이며, 이해는 그 자체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Ⅲ. 인지시학의 원리
인지시학은 언어학의 한 분야로 “시인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대상에 대한 사고와 정서에서부터 독자반응으로 드러나는 개별적 구체화까지의 전 과정을 문학으로 보고 이 과정을 절차적이면서 통합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 ”주로 인지모델에 의해 사물과 현상을 인지할 때 일어나는 주관적으로 신체화된 상상력에 의거하여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범주화하는 방식이나 모델을 의미한다.
범주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지 모델은 그 내용면에서 신체화되거나, 직접 신체화된 모델과 결합하여 나타나는데 인지의미론의 연구자인 마크 존슨은 그의 저서 <마음 속의 몸>을 통해 신체화된 상상에 의한 반복적 이미지 도식을 통해 의미가 창출된다고 보았다. 이미지 도식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에 대한 경험과 이해에 대한 질서를 부여하고 구조화한다. 한 시인에게 있어 그의 작품의 통일적 구조는 개인적인 시적 체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지 도식들은 개념화된 이미지나 유형적인 감각 및 시대의 공통적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시의 인지시학적 접근은 시작품 이해뿐만 아니라 시창작의 배경을 언어인지적인 측면에서 활용한다면 보다 상력력이 깊은 독자를 위한 좋은 문학작품의 텍스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시의 인지시학적 접근은 상상의 인지시학적인 사고를 의미한다. 사물은 인간의 인지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은유화하여야 독자에게 상상력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Ⅳ. 인지의미론의 시학적 접근
인지의미론은 스스로 사고하고 기능을 발휘하면서 생존하는 주체에 무엇이 ‘의미’있는 것으로 되는가 하는 문제에 주목한다. 인지 주체가 경험에 입각해서 의미 부여하는 주된 방식으로 카테고리(category)의 형성이라는 것에 관심을 표명한다. 카테고리화(categorization)는 무질서한 세계에 대해 경험을 통하여 질서를 부여하는 인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카테고리라는 것은 거기에 속하는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지니는 특성에 의해서 전적으로 특징지워진다. 인지의미론에서의 카테고리 개념은 유동적이고 주관적인 특성을 갖는다. 카테고리의 개념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정신 개념을 바꿀 뿐만 아니라 세계에 관한 우리의 이해 방식까지도 바꾸는 일이다. 카테고리화는 인간의 경험과 상상력 양쪽과 관계가 있다. 즉 경험의 측면에서는 지각, 신체활동, 문화 등이 개입되고, 상상력 측면에서는 메타포, 메토니미 등과 관련되어 카테고리화가 이루어진다.
유동적이고 주관적인 인지 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카테고리화에 중요한 개념은 ‘가족적 유사성(family resemblances)’이다. 장기와 바둑, 화투와 카드는 각각 공유되는 속성이 있지만, 게임 모두에 공유되는 속성 집합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단 하나의, 명확히 정의되는 공통 속성의 집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족적 유사성’이 ‘게임’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소월의 "초혼"에서 살펴 본다
붉은해는 西山마루에 걸리웟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운다.
ㅼㅓ러져나가안즌 山우헤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여기에서'山우'라는 위치 공간은 '붉은해'가 '걸리운' '서산마루'와 가족적 유사성에 의해 동일화 되고 2행의 '사슴'과 '무리'는 '슬픔'이라는 가족적 유사성에 의해 동일 범주로 카테고리화 된다. 이와 같은 가족적 유사성의 개념은 시의 이미지나 메타포, 혹은 상징의 분석에 있어 동일화(identification)의 관점에서 의미론적 계열체 형성을 인지하고 설명하는데 유용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비트겐슈타인은 가족적 유사성에 의해 성립되는 카테고리에서, 그 카테고리를 이루는 성원들 중에서 더욱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성원을 ‘중심성(centrality)’이라 개념화했다. 예컨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자녀들로 구성되어 있는 한 ‘가족’의 중심․ 대표자가 된다면, 아버지는 가족의 카테고리에서 중심성을 띠는 것이다.
서정주의 『自畵像』
'에비는 종이었다. 방이기퍼도 오지않었다.'에서
아버지를 따라 아들도 종이 될 수 밖에 없는 가족의 종속적 신분 상태를 나타낸다. 여기서 아버지는 가족의 중심성을 보여준다
인지모델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인지 모델이란 우리가 사고를 조직화하거나 카테고리 형성에 대해 추론을 할 때 이루어지는 인지상의 특정한 유형화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경우, 여기에는 다양한 인지 모델이 관여하여 하나의 ‘어머니’라는 카테고리를 형성한다. 그 다양한 인지 모델은 다음과 같다.
출산 모델 : 출산하는 사람이 ‘어머니’이다.
유전 모델 : 유전 물질을 기여하는 여성이 ‘어머니’이다.
양육 모델 : 아기를 키우는 여성이 그 아기의 ‘어머니’이다.
결혼 모델 : 아버지의 처가 ‘어머니’이다.
가계 모델 : 가장 가까운 여성 조상이 ‘어머니’이다.
카테고리화를 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지 모델은 그 내용이 직접적으로 신체화되거나, 직접 신체화된 모델과 체계적으로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시인들은 신체화된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인지 모델을 통하여 세계와 사물을 카테고리화 함으로써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의미 부여를 한다. 마크 존슨은 신체화된 상상력에 의한 반복적 이미지 도식을 통하여 의미가 창발된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미지 도식(image schema)이란 인간의 신체운동, 대상의 조작, 그리고 지각적 상호작용에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패턴이다. 이미지 도식을 통하여 우리는 환경세계에서의 혼돈스러운 신체적 경험에 질서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의미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이미지 도식은 세상을 이해하거나 의미화하는 인지 주체자의 주체적인 인지방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 도식은 특정한 경험을 도식적으로 구조화하고, 그 결과 우리의 지각과 개념화 작용에 질서와의 결부를 부여하는 수단이다. 한편 우리는 이미지 도식의 갖가지 구성 요소를 은유적으로 해석함으로서 세계에 관한 이해나 경험에 구조를 부여한다.
1) 용기(container) 도식
자신의 몸이 삼차원의 용기-혹종의 사물(음식물, 물, 공기)이 여기에 담겨지고, 다른 사물(음식물, 액체 배설물, 공기, 혈액 등)이 여기서 나가는 용기-라는 것이다.
이상화의 「빼앗긴들에도 봄은오는가」에서 예를 들어보자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밧고
푸른한울 푸른들이 맛부튼 곳으로
2) 길(paths) 도식
길도식은 “-에서 -으로”의 구조를 지닌 과정의 도식이다. 이 이미지 도식은 세 가지 요소(기점, 종점, 양자간의 길을 더트는 힘)로 이루어진다. 이 길도식은 외견상 서로 다른 다수의 사건에 되풀이 나타나는 구조이다. 이를테면 ① 어떤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걸어간다. ② 누이동생에게 야구공을 던진다. ③ 형이 아우를 때린다. ④ 어머니에게 선물을 한다. ⑤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 이러한 사례들에는 같은 기초적 부분과 관계를 갖춘 도식이 있다.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화자의 님 상실에 대한 인지 구조는 물질적 길도식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길도식은 고체의 부서짐(1행) - 기체의 흩어짐(2행) - 이름의 소멸(3행) - 나의 죽음(4행)이라는 이미지 도식으로 드러난다.
멀리있는 기인뚝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시간 운행을 왔다가 가는 길 도식으로 인지하고 있다
3) 연결(links) 도식
우리의 지각 능력과 지각 환경의 상태가 결합해서, 방대하고도 복잡하게 헝클어진 구체적 및 추상적인 연쇄가 생기는데 연결 도식으로 우리는 연결된 두 대상 사이에서 유사 관계 혹은 기능적 통일의 사례를 얻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때가 아닙니다
늙은山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끓어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인지자의 시야로부터 인지 대상인 산이 멀어지지 않은다는 진술인바, 아직 낮이어서 인지대상이 환하게 보인다는 묘사이다. 이는 시간의 진행을 인지 대상과의 거리감으로 인지하는 연결도식이 바닥에 깔려있다.
4) 주기(cycles) 도식
주야의 교체․계절․인생의 과정․식물이나 동물의 성장 단계․천체의 공전 등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간의 주기이다. 주기는 어떤 초기 상태에서 시작하고, 결부된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진행하고, 시작한 상태로 되돌아 와서 끝난다. 그리고 되풀이되는 주기적 패턴을 다시 새로 시작한다.
허소라의 「봄이 오는 소리」에서
'겨우내 잠자던 강심의 실핏줄 풀리는 소리
〈중략〉
땅이 부둥켜안고 있는
꽃씨들의 층계마다 파아란 불이 켜지고'
자연의 순환 이치에 따라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온다는 계절적 주기도식이다.
5) 계측(scale) 도식
양적 측면에 관하여 말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계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산적 대상과 양을 증감할 수 있는 물질에 의해서 점유되어 있다. 사물의 집단이나 퇴적에 대상을 더할 수 있으며, 거기에서 빼낼 수도 있다. 질적 측면에 관해서 말하면, 대상이나 사건은 어떤 강도를 지닌 것으로서 경험된다. 어떤 빛은 다른 빛보다 밝고, 어떤 감자는 다른 감자보다 뜨거우며, 어떤 청색은 다른 청색보다 짙고, 어떤 아픔은 다른 아픔보다 강한 것이다. 중심-주변(center-periphery) 도식, 힘의 도식, 반복도식, 원근 도식, 분할 도식, 접촉 도식 등이 제시되고 있다.
주요한의 「불노리」에서 원근 도식을 살펴 보면
아아날이저믄다, 西便하늘에, 외로운강물우에, 스러져가는 분홍빗 놀.......
아아 해가저믈면, 해가저믈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우는 밤이 또오것 마는, 오늘은 사월이라패일날 큰길을물밀어가는 사람소리 듯기만하여도 흥
셩스러운거슬 웨나만혼자 가슴에눈물을 참을수업는고?
화자의 공간에 대한 인지는 먼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즉 원근의 방식에 따라 초점이 점점 자아 쪽으로 좁혀주고 있음을 모여준다.
V. 은유의 인지적 연구
은유(metaphor)는 인류가 사고의 능력을 가지고 언어를 사용한 이후 지난 여러 세기를 거쳐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논의되어 왔다. 이것은 은유가 세계의 모든 언어와 사고에 기저해 있기 때문이다. 은유에 관한 연구는 인간 언어의 본질에 관한 연구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 체계에 관한 연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언어와 사고에 관심이 있는 여러 분야-철학, 언어학, 문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미학, 인류학에서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은유는 시와 문학에만 사용되는 특별한 언술 장치 또는 수사적 장치로 간주되거나,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선택 제한을 위반한 일탈로 논의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은유를 미지의 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것을 기지의 것으로 바꾸어 부르는 명명의 전이양식이라고 파악하였다. 이후 리챠즈(I.A.Richards)는 원관념(tenor)과 보조관념(vehicle)의 용어를 사용하여, 은유는 이 두 관념의 결합으로 새로운 은유적 의미를 생성한다고 설명하였다.
필립 휠라이트(Pilip Wheelwright)는 은유를 치환은유(epiphor)와 병치은유(diaphor)로 분류하였다. 치환은유를 비교를 통한 의미의 탐색과 확대-의미론적 이동-를 이루는 것으로, 병치 은유를 병치(juxtaposition)와 합성(synthesis)에 의한 새로운 의미의 창조-새로운 결합-로 이해한다.
막스 블랙(M. Black)은 이상의 은유에 대한 논의를 크게 대치이론, 비교이론, 상호작용이론 등으로 요약 정리하였다.
① 대치이론(substitution theory)에서 은유적 표현은 그와 동등한 축어적 표현을 대치하여 씌인 것으로 본다. 예컨대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은유적 표현은 ‘내 마음은 맑다, 넓다, 수용한다’라는 축어적 표현 대신에 쓰인 것으로 본다. 즉 'A is B' 의 은유적 표현은 'A is C'를 표현하기 위해 대신 쓰인 표현이라는 이론이다.
② 비교이론(comparison theory)에서는 은유가 그것을 구성하는 두 요소에 기저해 있는 닮음과 유사성으로 인해 결합된다고 파악한다. ‘그녀는 수선화이다’를 ‘그녀는 수선화와 같은 사람이다’의 축약형으로 보는 것이다. 'A is B'의 은유적 표현은 'A 는 B와 같다'를 표현한다는 이론이다.
③ 상호작용이론(interaction theory)은 ‘그녀는 버들입이다’라는 은유표현에서 비유하는 ‘그녀’의 개성과 비유되는 ‘버들잎’이 상호 작용하여 새로운 은유적 의미를 도출한다는 이론이다. 원주제는 '그녀'이고, 부주제는 '버들잎'이다
최근에 G. Lakoff, M, Johnson, M, Turner 등은 은유가 언어 차원의 일탈 현상이거나 단순한 수사학적 장치가 아니라, 일상언어 생활에서 빈번하게 드러나는 정상적인 언어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즉 이들은 은유를 우리의 사고와 언어 속에 널리 편재한 인간 인지(human cognition)의 기본적인 개념체계로 파악한다. 그리하여 은유를 우리의 개념 체계와 경험, 지식 등의 인지의 관점에서 해석하려 한다.
은유는 사물의 감춰진 속성을 인지하는 주요한 도구적 기능을 담당한다. 은유는 사물 인식의 과정에서 기존의 평범한 개념위에다 기폭제 역할을 함으로써 사물과 세계를 새롭게 묘사하고 사물과 세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비춰주는 것이다.
레이코프와 존슨 그리고 터너 등은 인간의 사고 과정이 대체로 은유적이며, 인간의 이해는 은유적 구조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구조에는 의미있는 신체․지각․문화․언어․역사․경제 등으로부터 나오는 경험의 모두가 섞여 있다고 본다. 이들은 은유를 연구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 사용 방식이 아니라 체험적 동기화의 문제인 사고와 인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은유를 단순한 수사의 차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의 차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한 레이코프와 터너는, 은유를 하나의 인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것과는 완전히 상이한 개념적 영역으로부터 받아들인 구조를 활용하는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은유 작용에서 이들은 이해하려는 대상을 목표 영역(target domain), 대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끌어들인 영역을 근원 영역(source domain)이라고 명명한다. 이 용어를 사용하여 은유를 설명하면, 은유란 목표 영역을 이해하기 위하여 근원 영역을 끌어들여 사상寫像(mapping) 하는 작업이다.
나태주의 「대숲 아래서」에서 살펴보면
<생략>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을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1행이 근원영역(source domain)이 되어 2행 목표영역(target domain)에 사상되는 형식을 지닌 이미지 사상寫像(mapping)의 메타포라 할 수 있다. 또한 '논쟁은 전쟁이다(Argument is war)'를 예로 들면 이 은유는 지적인 ‘논쟁’이라는 목표 영역을 이해하기 위하여 ‘전쟁’이라는 근원 영역을 끌어들여 사상한 것이다. 어떤 논쟁에 참여할 때, 논쟁 상대를 적수로 간주하고서 공격, 방어, 반격, 후퇴를 하며, 이기거나 짐으로써 논쟁을 끝맺는다. 지적 논쟁의 영역을 전쟁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들은 이미지 도식들에 의해 은유적으로 구조화된다. 이미지 도식은 우리의 지각활동에서의 상호작용, 신체 경험, 그리고 인지 조작이 반복되어 등장하는 구조, 혹은 이러한 것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이다.
이미지 도식에서 용기 도식(container schema)은 3차원의 공간 영역에서 안과 밖을 지닌 그릇을 모습으로 부각시킨다. ‘나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어’ 또는 ‘그녀와의 사랑이 깨졌어’ 등의 실례에서 보듯, 정서적 상태들도 용기로 개념화된다. 길 도식(path schema)에는 출발점, 경로, 목적지가 있으며, 길 위의 장애와 우회의 도식이 있을 수 있다. 인생 그 자체는 흔히 여행으로 개념화된다. ‘그는 거친 길을 달려 왔다’, ‘우리의 앞길에는 가시덤불이 놓여 있다’ 등의 표현에서 길 도식이 투사된 은유를 읽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안-밖의 도식, 근접-거리 도식, 연결-분리 도식, 전체-부분의 도식, 위-아래 도식 등을 제시한다.
이상화의 「빼앗긴들에도 봄은오는가」에서 안박 도식을 살펴보면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들에도 봄은오는가?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밧고
푸른한울 푸른들이 맛부튼 곳으로
가름아가튼 논길을 따라 꿈속을가듯 거러만간다.
입슐을 다문 한울 들아
내맘에는 내혼자온것 갓지를 안쿠나
네가들엇느냐 누가부르드냐 답답워라 말을해다오.
신석정의 「아직 촛불을 켤때가 아닙니다」에서 연결 도식을 살펴보면, 늙은山의 고요히 冥想하는 얼굴이 멀어지지 않고는 인지자의 시야로부터 인지 대상인 산이 멀어지지 않는다는 진술인 바, 아직 낮이어서 인지 대상이 환하게 보이는 묘사이다. 이는 시간의 진행을 인지 대상과의 거리감으로 인지하는 연결 도식(link-schema)이 바탕에 깔려 있다. 화자가 봄(시간)의 들(공간)로 나온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나오기 이전의 용기는 겨울(시간)과 폐쇄(공간)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연에 드러난 화자의 자기 행위에 대한 점검과 검증의 태도는 앞으로의 보행 행위에 대한 의미를 강화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화자는 이러한 인지구조 속에는 안-밖 도식(in-out schema)이 자리잡고 있다.
은유는 근원영역의 논리를 목표영역에 사상하는 데 있다. 은유의 종류에 대하여 살펴보면 관습적 은유(conventional metaphor)와 비관습적 은유(nonconventional metaphor)로 대별한다. 비관습적 은유는 우리의 관습적인 체계 밖에 있는 것으로서 관습적인 은유보다 상상적이고 창조적인 은유이다. 이 역시 우리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므로써 이해의 폭이 확장되면 관습적인 은유가 된다. 관습적인 은유의 하나인 구조적(structural) 은유는 한 개념 영역을 다른 개념 영역에 의해 구조화 하는 은유이다. ‘논쟁은 전쟁이다’의 은유에서 ‘논쟁’의 개념은 “전쟁”의 개념에 의해 구조화된다.
지향적(orientation)은유는 한 개념을 다른 개념에 사상하는 구조적 은유와는 달리 여러 개념 체계들이 상호 관련되어 전체 체계를 구조화 하는 것이다, 이 은유는 공간적 방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지향적 은유라 한다.예컨대 행복-슬픔, 선-악, 많음-적음, 의식- 무의식 등의 개념을 공간 지향적 차원에서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재론적 은유는 추상적인 사건, 활동, 감정, 생각 등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물체나 물질을 통해 이해하고 개념화 하는 방식이다. 존재론적 은유는 비물질적인 것들을 물질적인 것으로 인지하는 실체와 물질은유 예컨대 ‘그녀와의 사랑이 깨졌다’ 와 지역, 시야, 사건, 행위, 상태, 등을 하나의 용기로 인지하는 용기 은유(container metaphor)로 구분되는데 ‘그녀가 나의 시야 속으로 들어 왔다.’라고 표현한다.
서정주의 「아직 촛불을 켤때가 아닙니다」에서 존재론적 은유를 보면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않습니까.'
1행은 2행에 대한 까닭을 제시하고 있다. 존재론적 은유를 사용한 2행의 주된 의미는 (촛불을 켜면)저녁 햇살이 서운해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은유는 기본 개념적 은유가 개념과 개념을 사상하는 은유인 것과는 달리 이미지와 이미지를 사상하는 은유이다. ‘그녀의 허리는 모래시계’라는 이미지 은유에 사상되는 이미지들은 지각 이미지에 해당하는 것들로서 이 지각 이미지들은 이미지 구조를 가지며 그 이미지 구조는 부분-전체 구조와 속성 구조들을 포함한다. 연쇄은유는 일반적인 인간의 성격을 인간이 아닌 존재의 잘 알려진 특성에 의해서 파악하도록 해준다. 예컨대 ‘칼은 제 손잡이를 깍을 수 없다’는 연쇄 은유는 인간 존재의 어떤 특성을 은유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준다.
나태주의 「대숲 아래서」에서 연쇄 은유에 대하여 살펴 보면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각 시행의 서술어 ‘몰고’에 주어와 서술어가 교체 반복하여 몰고 몰리는 연쇄 작용은 자연 사물들과 화자(자아)의 조화를 효과적으로 집중화하고 있다. 이는 자연계의 현상을 존재의 거대한 연쇄로 인지한다. 인지론자들은 수많은 세계 내의 경험들을 통하여 발생하는 이미지 도식들이 근원 영역과 목표 영역을 대응시킨다고 주장한다. 즉 은유는 구체적인 체험 영역을 추상적인 개념 영역에 사상하는 우리 인간의 인지 방식인 바, 이미지 도식이 우리의 신체적 경험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고 근본적으로 신체적 체험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VI. 결론
최근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학문이 생성되어 다양한 방법에 의해 문학작품이 연구되고 있는 추세다. 문학의 창작은 메타포의 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비유에 관한 접근 가운데에서 수사학적 관점과 언어학적 관점은 각각 서로 그 내용은 다를지 몰라도 비유의 기초를 언어와 관련된 문제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말부터 비유는 우리의 경험에 근거한 사고의 문제로 간주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식의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면서 최근 인지시학적 접근은 학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지시학적 접근의 개념은유, 신체은유 등의 연구와 텍스트언어학적인 연구 등의 다양한 이론적 접근방법으로 문학작품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이러한 인접 학문에 관심을 갖고, 인지시학적 그리고 인지언어학적인 접근법으로 다양한 문학적 표현방식을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비유에 대한 연구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언어와 관련된 문제였던 것을 인지적 관점에서 사고와 관련된 문제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많은 연구물이 축척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유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은유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환유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은유와 환유의 상호 작용에 대한 연구 관심도 그다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본고의 문학작품의 인지시학적 접근은 앞으로 이러한 연구의 방향과 과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비유 연구를 비롯한 앞으로의 의미론 연구의 방향은 이와 같이 의미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인지 과정을 모색하고 탐색하는 과정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학작품의 인지시학적 연구가 시문학 분야에서 수필문학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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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호, <한국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 태학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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