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자랑하는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1934년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레너드 노먼 코헨. 17세 때부터 컨트리 밴드를 결성해 음악계에 뛰어들었지만 사실 그는 1960년대 팝계에 본격 투신하기 이전에 맥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도 잠시 수학했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한 비평가는 “제임스 조이스의 새로운 혁신”이라고 상찬하기도 했다. 작가로 명망을 얻던 그가 팝 음악계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주디 콜린스가 자신의 앨범에 코헨의 노래 ‘Suzanne’을 수록해 히트시키면서다. 코헨은 이어 주디 콜린스의 권유로 1967년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에 출연했고, 이듬해 데뷔 앨범 <Songs of Leonard Cohen>을 내놓았다.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은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영화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McCabe and Mrs. Miller>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사용됐다.
이후 코헨은 일련의 ‘Songs’ 앨범 시리즈를 잇따라 발표하는데 데뷔 앨범을 비롯해 <Songs from a Room> <Songs of Love and Hate>, 라이브 앨범 <Live Songs>로 이어지는 연작이 그것이다. 포크 음악의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히는 ‘Suzanne’ ‘Famous blue raincoat’ ‘Bird on a wire’ ‘잔다르크Joan of Arc’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곡들이다. 한국에서는 이 곡들 말고도 특히 ‘Nancy’가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4집 <Live Songs>에 수록된 라이브 곡들은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의 성가를 드높였다.
코헨은 1970년대 중반 그리스의 한 섬에 살면서 문필 작업과 작곡 활동을 계속한다. 1977년 필 스펙터가 프로듀스를 맡고 밥 딜런이 백업 보컬을 담당한 앨범 <Death of a Ladies Man>이 나왔다. 1979년에는 전통적인 포크 팝 스타일로 다시 회귀한 앨범 <Recent Songs>이 발표됐는데 이 앨범에서는 그의 오랜 친구인 조니 미첼이 프로듀스와 엔지니어링을 맡았고 소련의 바이올리니스트 라피 하코피안 등이 반주를 맡았다. 인기곡을 내지는 못했지만 코헨의 포크에 대한 고집과 애착을 보여주는 특별한 앨범으로 꼽힌다. 이후 코헨은 ‘If it be your will’ ‘Hallelujah’ 등의 곡이 담긴 앨범 <Various Positions>를 내놓고 세계 순회공연을 펼쳤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반만큼 큰 히트곡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198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포크 음악의 맥을 이어온 코헨은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과 파리, LA 등지를 오가며 새 앨범 <I’m Your Man>을 녹음했다. 코헨 자신이 대부분 프로듀스한 이 앨범에서 그는 제니퍼 원스 등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참여시켜 특별한 코러스를 빚어냈다. 또 모던 포크의 실험 정신을 중시하는 아티스트답게 전자악기도 효과적으로 배치, 전통 포크를 파격적으로 변형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아울러 50대 중반에 들어선 나이에 맞게 한층 원숙해진 목소리는 가사의 극적인 여운을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앨범의 곡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노랫말은 1960~70년대 시절의 것과는 조금 다른 맛으로 깊은 연륜이 묻어난다. 총 8곡 중 ‘First we take manhattan’은 다소 음울한 영상미를 전개한 가사가 특징적이고, ‘I’m your man’과 ‘Ain’t no cure for love’는 사랑과 욕망에 관한 차분한 독백조의 읊조림으로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반면 ‘I can't forget’는 그가 음악 활동 초기에 들려준 ‘컨트리 앤 웨스턴 사운드’를 되살린 곡. 한편 스페인의 순교 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를 노랫말로 택한 ‘Take this waltz’, 사회성 있는 가사와는 대조적으로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Everybody knows’, 그리고 제니퍼 원스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유머러스한 내용의 ‘Tower of song’ 등도 모두 특색 있고 음미할 만한 곡들이다.
코헨이야말로 삼라만상을 포용할 것 같은 부드럽고 차분한 자신만의 분위기를 데뷔 때부터 줄곧 지켜온 대표적인 가수다. 중요한 것은 이 ‘분위기’를 감상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분위기에 공감하고 이 아티스트와의 거리감을 없앨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알기 시작하면 그 분위기에 매료돼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애착을 갖게 된다. 그만큼 예외적이고 독특한 케이스가 바로 레너드 코헨이라는 뮤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