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경칩 계절 넘어서 복도로 들어오는 햇볕이 조금밖에 남지 않는다. 많은 화분을 햇볕 따라 옮겨도 햇볕이 모자란다. 그늘지는 화분을 수시로 찾아 옮기면 화분이 반갑게 웃는 색을 띄운다. 나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윙크를 보내는 듯한 낌새다. 화분 식물과 대화는 나만의 반가움을 자아낸다. 반가움은 늘 즐거운 생각을 돋아나게 하여 글을 쓰도록 재촉했다. 수필은 한 시간 걷기로 쓸 수가 있었다. 카페로 내 글을 읽는 독자가 늘어나 글 쓰는 의욕이 부채질이다.
이제 낮으로는 바깥 날씨가 따뜻하고 걸을 만도 하나 긴긴밤에는 화분 식물이 주는 신선한 산소를 마셔야 한다. 잠결에도 화분 식물이 내놓는 산소가 아니면 방 안 공기는 숲속 같지 않다. 숲길을 거닐면 생각이 맑아지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다. 그래서 실내 복도에도 숲의 기능을 갖추게 하는 날마다 손질이 바쁘다. 겨울 동안 숲에 가지 않고 실내 화분 숲을 활용해 왔던 일이 늘 즐거웠다. 엽록소가 귀한 겨울에는 실내 푸른 화분이 제격이다.
차츰 복도 햇볕 물러가면 화분은 바깥 출입문과 창 쪽으로 이사해야 한다. 이때는 창과 출입문을 열어 두어도 되니 화분이 만든 산소를 불러들이면 된다. 언제던가 출입문 열어 두니 쥐가 들어와서 빈방을 주인도 모르게 차지했다. 늙은 쥐로 지능이 나보다 한 수 앞서 나를 속였다. 옥수수 씨앗 준비해 둔 것을 나도 모르게 훔쳐 속인 수법이다. 내가 볼 수 없는 구석에 표나지 않게 훔쳐 꼭꼭 숨길 줄도 아는 지능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뒤늦게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나중에 보니 배설물도 옷가지 뜯어다가 흡수토록 감추었다. 쥐를 쫓아내려고 방문 열어 두고 애썼으나 나가지 않았다. 여기가 늙은 쥐의 천국인 줄 아는 모양이다.
쥐약이나 쥐틀로 잡으면 간단하나 쥐에게 기생하는 진드기가 더 무섭기 때문이다. 전에 들판에서 죽는 쥐의 몸에서 쥐의 체온 식기 전에 탈출하는 진드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노는 방에 두었던 물건들을 모두 마당으로 내보내고서야 쥐가 물러났다. 지능이 사람만큼이나 발달한 늙은 쥐다. 아마도 방안의 산소 호흡이 숲보다 좋았던 모양이다. 그 후로는 바깥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 방문을 열면 방충망을 철저히 사용하는 버릇이 생겼다. 쥐의 기능이 높은 줄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먹을 물이 없어 쥐가 살 수 없는 것으로 잘못 알았다. 밤중에 몰래 주방에 와서 물도 먹고 수분 많은 과일이나 고구마를 이용해 나를 속여왔다.
쥐의 기능을 알아챈 나도 늙어서 둔하지 않고 질 좋은 산소 흡입이 자유로운 덕택인 듯하다. 이제 춥지 않으면 마을 앞 공원 숲에 가서 마음껏 거닐 예정이다. 운 좋아 괜찮은 작품이라도 써지면 읽는 친구들의 감동받을 기대도 느낀다. 치매를 멀리하는 것만도 감지덕지 한다. 요즘 유행하는 외래어는 자꾸만 잊어버려 머뭇대는 버릇 때문이다. 82세 노인이 지금 내 정신으로 사는 혜택도 세월을 잘 만나서 이웃들 도움이다. 모두를 사랑하려고 늘 애쓰고 노력하며 살고 싶다. (글 : 박용 20260308 에세이 15집)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