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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대간 팀 계획에 따라 '좌석리 -(접속 트럭 약 4.7km)→ 고치령 → 칼바위 → 마당치 → 연화동 삼거리 → 늦은맥이재 → 상월봉 → 국망봉 → 초암사 삼거리→ 어의곡 삼거리 → 비로봉 →어의곡 갈림길 → 어의곡 탐방지원센터 → 어의곡리 주차장'의 23km, 7시간 30분 코스를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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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국립공원
1987년 12월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건설부 고시 제645호)된 소백산국립공원은 총면적은 322.011㎢로 경북지역에 168.407㎢, 충북지역에 153.604㎢가 분포되어 있다.
소백산은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의 하나다. 한반도의 등뼈 같은 백두대간 줄기가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중심에 우뚝 선 소백산국립공원은 영주분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으며, 행정구역상으로는 충청북도 단양군 1개 읍·3개면, 경상북도 영주시 1개 읍·4개 면과 봉화군 1개 면에 속해있다.
비로봉(1,439m),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신선봉(1,389m), 형제봉(1,177m), 묘적봉(1,148m) 등의 많은 영봉들이 어울려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소백산국립공원 및 주변 지역은 주로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선캄브리기에 형성된 편마암이 두터운 풍화층을 형성하여 주 능선은 토산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소백산국립공원은 중생대 조산운동의 영향으로 습곡, 단층이 발생하였으며, 소백산 북서부의 단양지역은 석회암 분포지역으로 인근에 천동동굴 등 석회동굴이 위치하고 있다.
소백산국립공원의 지질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지질명소로는 희방폭포가 있는 희방계곡, 죽계구곡의 하천 지형이 있으며 소백산 주 능선을 따라 풍화와 침식으로 만들어진 토르 지형을 볼 수 있다.
소백산은 소백이라는 이름 때문에 작은 산이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소백산은 큰 명산이며, 주봉인 비로봉은 수많은 야생화의 보고로 희귀식물인 왜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는 지역으로 봄이면 철쭉이 만개하여 그 은은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군락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어 그 고고한 자태와 함께 능선의 부드러운 멋, 우아한 곡선미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목은 제1연화봉에서부터 비로봉 사이의 북서사면(해발 1,200 ∼1,350m)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목의 평균 수령은 350년(200∼800년)으로 총 본 수는 3,798본(천연기념물 제244호 1,999본 포함)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 군락지이다.
국망봉에서 시작되는 죽계구곡은 고려 경기체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죽계별곡의 배경이며 연화봉에서 이어진 희방계곡은 높이 28m의 웅장한 희방폭포와 더불어 뛰어난 경관을 보여주고 있으며, 북으로 흐르는 계곡들은 단양팔경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한반도 온대 중부의 대표적인 식생 지역인 소백산국립공원의 식물자원은 낙엽활엽수가 주종으로 이루고 있으며, 멸종위기종 47종, 식물자원은 철쭉 등 1,513종, 동물자원은 포유류 등 3,369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 국립공원 자연 자원조사 생물 종 목록)
주요 문화재는 국립공원 내인 경북 영주시 부석사 지구와 이에 인접한 순흥 일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부가 충청북도 단양읍에 분포하며, 국보 5점, 보물 8점, 명승 1개, 천연기념물9개, 시도유형문화재 8점이 소백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 국립공원공단
이번 주 토요일은 지난주에 이어 안내산악회 종주팀과 함께 소백산 종주 2구간 산행으로 '고치령'에서 '어의곡 삼거리'까지 달린다. 시작은 좌석리에서 종료는 지난주와 같은 어의곡리 주차장으로. 지난주 산행 "3구간으로 나눈 소백산 종주 중 죽령에서 비로봉을 거쳐 어의곡 삼거리까지 설산을 달렸다[링크]." 참조! 그런데 지난주 산행을 하면서 뿐만 아니라, 처음 구간으로 나눈 종주 계획을 세울 때부터 1구간과 2구간의 하산이 '어의곡 삼거리'에서 '어의곡리 주차장'으로 똑 같다는 게 걸렸다. 한번 내려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다. 그렇다고 그 구간 산행이 특별히 재미나거나 조망이 좋은 것도 아니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1구간을 달리다가 등산로에 서 있는 지도를 보고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았다.
2017년 8월 구인사에서 시작해 어의곡리에서 끝낸 소백산행 중 폭우 속 하산 구간인 '늦은맥이재'에서 어의곡리에 이르는 계곡이 당연히 '어의곡'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에 의하면 어의곡이 아니라, "벌바위골"이다. 어의곡은 국망봉에서 시작한 계곡으로 벌바위 부근에서 벌바위골과 합수해 하일천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지도로만 보면 어의곡이 벌바위골로 합류하고 있는 거로 보이나, 벌바위골이 아니라 어의곡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골이 소백산 서편 계곡을 대표하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주요 등산로로 애용하고 있는 '어의곡 탐방센터'에서 '어의곡 삼거리'까지의 명기리골은 아예 국립공원 지도에는 표기조차 없다. 어쨌든 소백산 서편 계곡을 대표하는 게 어의곡이라면 당연히 그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있는 게 상식이다. 해서 귀가 후 비탐방 등산로가 잘 나와 있는 등산 앱의 지도를 먼저 확인했다. 그리고 과거 산꾼이 애용했던 소백산 지도를 구글링해봤다. 예상대로다. 과거 지도에는 국망봉에서 어의곡을 따라 등산로를 표기하고 있었다.
해서 이번 산행은 대간 팀 계획과는 달리 국망봉에서 어의곡을 따라 하산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백두대간 종주 팀에게 있었서는 끊임없는 연결이 중요해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는 산행을 하나, 빈틈없는 연결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가는 걸 더 좋아하는 나야 뭐?! 다만, 산꾼이 아니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 갈림길을 찾기 쉽지 않고, 비록 한 주 전이나, 눈이 내려 길을 가리고 있어 갈림길을 찾는다고 해도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된다. 등산객이 다니지 않아 눈이 오랜 기간 남아 있다는 건 정상적인 산행이라면 대단히 즐거운 일이나, 길 찾기가 쉽지 않은 구간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일 국망봉 주변의 상황을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 예정이나, 1안은 국망봉에서 하산이고, 2안은 굳이 비로봉에 다시 갈 이유가 없으니, 어의곡 삼거리에서 하산하는 거다.
산행 하루 전까지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비록 영하임에는 지나주와 다름없으나, 지난주와 비교해 바람도 강하지 않고, 최저 기온도 영하 4도에 불과해 날씨 때문에 문제가 될 거는 없어 보인다. 다만, 하산 코스 1안이 오지 탐험이 될 확률이 높아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 여분의 옷과 심설 산행용 스패츠, 들고만 다녔지 최근에는 사용해본 적 없는 스틱을 다시 챙긴다. 물론 먹거리는 동계 산행 시 늘 준비하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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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역 기준 6시 50분 출발로 다른 산행보다 10분 이른 출발이나, 모든 걸 그 기준에 맞춰놓아, 다른 산행과 다름없이 집에서 나와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이 6시 37분경이다. 다른 때라면 앉아서 추위를 피하려고 승차장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며 10여 분의 시간을 보내고 나왔을 거지만, 10분 이른 출발이라, 바로 12번 출구로 나왔다. 지난주 같이했던 산악회 기준 10분 이른 시각이나, 벌써 그 산악회가 이용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은 등산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외교원 앞으로 가 소백산행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이번에 이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소백산행이 죽령에서 시작하는 '소백산+국망봉+스탬프 1200M + CHALLENGE 인증'과 고치령에서 시작하는 '대간47-24(고치령-소백산 비로봉)+스탬프 1200M+CHALLENGE 인증' 두 개라는 게 기억났다. 출발점이 다르나, 소백산 인증이라는 것만 놓고 보면 인증꾼에게 다를 바가 없는 산행이라 헷갈릴 수 있다. 물론 지난주에 죽령에서 시작한 나는 고치령에서 시작하는 대간 팀과 같이한다.
6시 49분 비슬산행 버스를 선두로 6시 50분발 버스가 속속 도착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기다리는 소백산행 차는 보이지 않아, 혹시 잘못 보지 않았나, 해서 처음부터 다시 버스 앞창의 목적지를 알리는 LED를 유심히 보며 끝까지 갔으나, 없었다. 그리고 50분발 버스가 목적지로 출발한 이후 내가 못 보고 놓친 게 아닌가 하고 슬슬 짜증이 밀려왔으나, 어쨌든 기다려 보기로 하고 조금 있으니, 7시발 버스가 도착하기 와중에 끼어 출발 공지 시각이 6분 지난 6시 56분에 전면 LED에 “대간47-24”는 글이 빛나는 차가 도착했다. 아니, 이럴 거면 왜 10분 일찍 출발한다고 공지한 거야?
어쨌든 도착했으니, 불만을 잠재우고 배낭을 짐칸에 넣고 체온 측정 후 버스에 타 내 자리로 가보니, 지도가 놓여 있었다. 해서 지도의 사진을 찍은 후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버스 문 앞에서 '죽령행' 버스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것도 이 버스가 늦었기 때문에 발생한 거로, 애초 국립외교원 기준 대간 팀은 6시 50분 출발, 소백산 팀은 7시 출발로 두 버스 간 10분의 차이가 있었으나, 같은 안내산악회의 목적지가 비슷한 두 대가 거의 같은 시각에 도착하는 바람에 발생한 촌극이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가 출발해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운 후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려 버스가 갈 수 있는 최대한인 좌석리로 향했다.
책을 보다가 잠을 청해 깨어나 시계를 보니, 8시다. 해서 다시 책을 보고 있다가,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했으나, 딱히 볼일이 없어 그냥 앉아서 책이나, 볼까 하다가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주와 같은 치악 휴게소가 아니라, 고구려 소공원이 있는 충주의 천등산 휴게소다. 죽령과 고치령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다른가? 그런데, 이 의문은 같은 어의곡리 주차장에서 출발했음에도, 지난주와는 다른 고속도로를 달려 양재로 돌아온 걸 보면, 기사의 특성에 따른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다시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대간 코스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우려를 했던 건 주어진 시간에 비해 코스가 길다는 거였는데, 그 우려를 말끔히 해소해 주었다. 일단 좌석리에서 트럭을 이용해 고치령까지 가는 구간은 산행 시간에 들어 있지 않다는 거다. 말인즉 주어진 7시간 30분은 순수하게 고치령에서 시작해 어의곡리 주차장까지로,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좌석리에서 고치령까지 운행하는 트럭이 작아 한 번에 18명 정도를 실어 나를 수 있어, 보통 두 번 왕복한다. 물론 두 번째 팀이 고치령에 당도하는 순간부터 시간을 계산하니, 1진에 속한 등산객은 그만큼의 추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시각이 대략 20분이다. 안내산악회에서 추가 20분은 대단한 거 다 보니, 1진에 속하기 위해 눈치 싸움이 대단했는지, 인솔 대장이 지난번 산행 시 노년의 등산객이 주춤하는 사이에 젊은(그래봐야 40~50대지만) 등산객이 1진으로 출발하겠다고 먼저 선점하는 바람에 미안해 어쩔 줄 몰랐었다며, 제발 노년과 초보 등산객이 1진에 속할 수 있도록 양보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사실 그 얘기를 듣기 전에는 1진에 속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서 어떻게 트럭에 재빠르게 오를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자 내가 노년인가? 라는 첫 질문에 이어 7시간 30분이면 지름길로 내려가기로 했으니, 산행 후 하산주 할 시간까지 충분한데, 굳이 20분을 더 얻기 위해 추해지지 말자고 결론짓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자려고 하는 순간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다시 잡고 트럭이 한번 움직이는데, 3만 원이라 1인당 2,000원씩 걷겠다며, 돈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난 당연히 인당 4,000원이고 각자 낸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좌석리발 고치령행 트럭은 처음임에도 그렇게 알고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 2000년 6월 개인산, 방태산 연계 산행[산행기] 시 개인약수에서 안내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마산교까지 트럭을 이용했는데, 그때 요금이 인당 4,000원으로 걸어 내려갈 사람이 있어 각자 냈다. 해서 고치령 트럭도 메모리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야 뭐 생각했던 요금의 반이라 고마울 수밖에. 어쨌든 신나게 달린 버스는 9시 45분에 좌석리 트럭 차고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기 전 대장이 마지막으로 주의사항과 코스에 관해 설명하고 마감 시각을 5시 50분이라고 공표했다. 그거로 봐서 트럭 2회 운행 시간을 30분 정도로 잡고 있었다. 왕복 20분!
버스를 타고 오며 트럭 준비하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한두 번 대간 팀이 방문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약속해, 트럭이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이미 1진은 트럭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물론 노년이나, 초보 대간꾼일 거다. 트럭이 고치령에 승객을 내려주고 돌아오는 동안 할 일이 없어, 주변을 둘러보고 마을을 관통하는 개울 소리가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거 같아 동영상을 찍고 이것저것 사진으로 남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 쌍의 대간꾼이 마냥 기다리지 말고, 위로 올라가자고 제안해 모두 배낭을 둘러메고, 트럭이 회전할 수 있는 곳까지 대략 600여 미터를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내려온 트럭을 타고 고치령으로 올라갔는데, 급경사에 급커브 길을 올라가는 트럭이 중동에서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10시 20분 '산령각(山靈閣)'이 있는 고치령에 도착해 트럭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십여 대의 자가용이 주차해 있는 게 차를 타고 많이들 오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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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은 후 고치령 표지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출발하려고 차량에 가린 표지석으로 다가갔다가, 줄 서서 인증을 찍고 있는 대간꾼을 보고 약간 놀랐다. 그것도 한 명씩 차례로. 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산악회 코스 안내에 고치령이 까만 소 백두대간 인증 장소라는 게 떠올랐다. 해서 그들이 교체하는 틈새를 노력 표지석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옆에 있는 바위가 의미하는 바를 알 수가 없었다. 고치령이니 처음에는 고치를 닮아 고치령이라 불려, 비슷한 바위를 상징물로 표지석 옆에 둔 거로 생각했는데, 기단 전면에 새긴 글을 보면 그것도 아니고. 뭘까? 해서 구글링해 보니, 백호(白虎)를 닮은 자연석[기사]을 가져다 둔 거라는데, 일단 고치령의 명칭과는 무관하고, 백두대간과 백호는 관련이 있나? 한반도가 호랑이 모양이고, 백두대간이 그 척추니,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야!
고치령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등산 앱을 기동하고 출발하려고 보니, 통신 불량 지역이다. 국립공원이라고 다 통신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고로 어의곡으로 하산했을 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등산 앱이 정상 작동하기를 기다리는데, 통신을 잡기 위해 시간만 끌고 있어 핸드폰을 껐다가 다시 켜, 새로이 기동해도 마찬가지라 그 상태로 산행을 시작했다. 통신이 잡히지 않으면 바로 오프라인으로 기동하면 되지, 굳이 온라인으로 동작하려고 폰 상태까지 불량으로 만드는 앱이라니. 차라리 내가 하나 만들고 말아?! 어쨌든 그 상태로 5~6분이 지나자 등산 앱이 오프라인으로 동작을 시작해서 그 순간부터 산행이 기록됐다. 그런데 트럭을 타고 고치령으로 올라오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난주와는 달리 음지가 아니면 눈을 볼 수가 없었다. 일주일 사이에 다 녹아 없어졌다.
고치령에서 국망봉까지 11.1km, 고치령 출발 시각이 10시 23분경이고 산행 마감이 17시 50분, 즉 오후 5시 50분이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핸드폰에 담은 산악회 산행 설명을 보면 총거리는 비로봉 왕복 포함 19.9km다. 고로 하산주 시간 한 시간을 뺀 6시간 30분 만에 산행을 종료하려면, 평균속도 3.06km로 달려야 한다. 지난주 죽령에서 어의곡리 주차장까지 3.2km로 달렸으니, 불가능한 속도는 아니다. 하지만, 고치령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등산 앱이 말썽을 부려 지체하느라, 같이 온 멤버 중에는 제일 뒤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바람에, 등산 앱이 음성으로 알려주는 정보에 집중해 최대한 빠른 속도를 달리려고 했으나, 시작부터 급경사로 숨은 가쁜데 생각보다 속도는 나지 않아, 15분 만에 고치령 기준 900m를 왔다. 이 상태라면 하산주를 포기해야 하나, 애초 산악회 코스가 아니라 지름길인 어의곡으로 하산하기로 한 만큼 큰 걱정은 안 했다.
딱히 보이는 것도 없는, 잎이 없어 앙상하나 울창한 숲속 능선이라 그저 앞만 보고 달려, 몇 사람의 대간꾼을 추월하고, 숲 사이로 보이는 저 멀리 있는 봉우리가 국망봉이 아닐까 기대하며 가다 보니, 의외의 문명의 이기가 등산로에 놓여 있었다. 폐타이어를 깐 목재 다리다! 그걸 보는 순간, 여기가 국립공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른 백두대간과 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늦은맥이재에서 고치령, 늦은목이까지는 대간꾼이 아닌 일반 등산객은 잘 찾지 않는 구간이라, 시설도 다른 구간에 비해 그만큼 형편없어, 국립공원 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없었다. 국립공원 내에 있음을 알게 한 그 목재 다리를 건너, 11시 3분에 고치령 기준 1.9km 거리에 도착했다. 고로 23분 만에 1km를 왔으니, 시속 3km에 조금 못 미친다. 일단은 해발 1,000m가 넘는 위치에 도착해야 기복이 심하지 않은 산행이 가능하니, 그 순간부터 속도를 내기로 하고 그 위치에 도착할 때까지는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기본 속도인 2.5km 이상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저 앞만 보고 가파른 고개를 올라, 11시 6분에 드디어 해발 1,002m 능선에 도착했다. 해발 670m 고치령에서 시작해 43분가량 걸렸고, 그 거리가 2.2km니, 대단한 급경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해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왔다. 그런데 대간은 다시 고개로 내려가고 있었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간다. 아마, 아래 고개가 ‘마당치’가 아닐까 생각하며 내려가 11시 17분에 고개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마당치다. 농사를 지어도 될 거 같은 이름 그대로 마당이다! 문제는 간신히 해발 천고지에 도달했다가 다시 80m를 내려왔다는 거! 어쨌든 해발 900m가 넘자, 북서사면은 눈이 녹지 않았고, 눈 위에 남은 인적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든 대간꾼이든 이 구간을 지나갔다는 거다. 해서 그들이 눈을 다져 놓아 생긴 빙판이 녹지 않은 위험한 구간도 있어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나, 고민하며 가야 했다. 북서사면의 상태를 보고 길 위에 남은 인적에 놀라기도 했으나, 녹을 여지가 보이지 않는 눈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지름길이자 계곡미가 보고 싶어 선택한 어의곡이 바로 북서사면에 있는 가장 깊은 계곡이라 과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겨우살이 군락을 지나, 점심시간이라, 주저앉아 컵라면 먹을 만한 곳이 있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국망봉 쪽으로 가다가, 작은 고개를 오르며 보니 왼쪽으로 큰 바위가 있고 그 아래 눈이 조금 녹은 곳이 보였다. 더 가봐야 더 좋은 자리가 있을 거 같지도 않아, 바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하나 걸리는 건 등산로가 바로 코앞이라는 거. 지난 하설산행[산행기] 시 산신이 원해 주고 온 방석 대신 이번에 새로 산 가벼운 방석을 돌 위에 놓고 앉아 늘 그렇듯이 김치를 곁들여 컵라면을 먹고, 오미자차로 입가심하는 거로 점심을 마쳤다. 이후 모든 인적을 인멸하고 12시 11분에 식당을 떠나 국망봉을 향한 대장정을 다시 시작했다. 국립공원 구간 내에 있음을 알려주는 철계단으로 작은 암봉을 넘고, 오른쪽 아래로 구봉팔문을 보며 지난 2019년 6월 폭우 속에 올랐던 구봉팔문 산행[산행기]에 관해 기억을 더듬으며 달려 12시 32분에 '연화동 삼거리'에 도착했다.
연화동 삼거리에서 이정표와 지도를 보며 다시 이번 산행을 리뷰했다. 고치령에서 삼거리까지 6.1km, 국망봉까지 남은 거리는 5km! 일단 국망봉까지 반 이상 왔다. 소요 시간은 2시간이 조금 넘었다. 속도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번 산행의 주요 목적은 '상월봉'과 '국망봉', '늦은맥이재'라 다른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상월봉과 국망봉은 천고지가 넘는 소백산의 주요 봉우리라 올라야 했고, '늦은맥이재'는 지난 2017년 8월 산행을 복기하기 위해서다[산행기]. 그 목적만 달성하면 하산은 어디로 하든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연화동 삼거리를 지나자,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국망봉 같았다. 그 믿음은 그 봉우리에 도착할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와중에 비로봉이 거의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인 상월봉과 국망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망각하고, 그 뾰족 봉우리 주위에서 기상레이더의 흰 기둥을 찾았으나, 당연히 보이지 않아, 뭐가 잘 못됐나, 한참을 고민하고도 이유를 깨닫지 못했다.
이제는 음지가 아님에도 중간중간 쌓인 눈이 발목을 넘는 길이 나타났다. 그 눈길을 걷는 와중에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아, 눈이 등산화에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해 눈을 빼내기도 하며 전진해, 1시 28분경 저 아래로 고개가 보였다. '늦은맥이재'다. 1차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 그럼 '신선봉'은? 신선봉으로 향하는 길을 찾으며, 늦은맥이재로 가기 위해 오르는 봉우리에 목책이 쳐 있는 걸 발견했다. 당연히 금지 구역이라 목책으로 막았다는 건 알았으나, 그게 신선봉으로 가는 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봉 위를 내려와 고개로 내려가는데, 의외의 장소에 이정표가 있는 걸 보고, 뭔가 감이 와 주위를 둘러보니, 이정표 맞은편 목책 건너편에 출입금지 경고판이 서 있었다. 그럼 그 경고문 뒤에 비법정 등산로가 있다는 건데, 안 보인다. 이상하다 고개를 갸웃하며 목책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자 목책에 출입금지 경고판이 붙어있고 목책 뒤로 길이 보였다. 신선봉으로 가는 길이다. 정확히는 소백산 주 능선이다. 이번 산행 며칠 전에 소백산에 관해 조사를 하다가 주 능선은 대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늦은맥이재에서 신선봉을 거쳐 구인사까지 이어진다는 걸 알았다. 고로 소백산 종주는 죽령 아니 더 가자면 묘적령에서 구인사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달리는 거다. 사실 그 대부분이 백두대간이나, 늦은맥이재부터 주 능선과 대간이 나뉜다.
아래로 보이는 늦은맥이재에는 서너 명의 등산객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뭘 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 등산객이 뭘 하느냐보다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는 부분적으로만 볼 수 있었던, 심설이 봉우리까지 이어지는 모습에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해발 1,000m가 넘는 응달이라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으나, 그만큼 많은 눈이 내렸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다만, 특정 지역을 경계로 겨울과 봄으로 나누어진 건 태양 덕임은 부정할 수 없다. 등산화에 눈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며 ‘늦은맥이재’로 가 먼저 5년 만에 다시 온 걸 기념하며, 이정표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국망봉 2.1km, 비로봉 5.2km다. 그럼 어의곡 삼고리에서 비로봉까지 400m니, 늦은맥이재에서 대간 팀 하산 지점인 어의곡 삼거리까지는 4.8km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5년 전의 기억이 전혀 안 난다. 그동안 주변 환경이 변한 건지, 나이를 먹고, 5년 전이라는 길면 긴 과거라 메모리에서 사라진 건지.
어의곡리로 내려가는 길을 사진으로 남기고 위에서 봤던 평상 주위에 있는 등산객이 뭘 하고 있는지 봤더니,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아이젠과 스패츠 없이는 진행이 어려워 보였다. 해서 나도 배낭을 한쪽에 벗어 두고, 먼저 스패츠 착용 후 그 위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이번 산행의 주목적인 상월봉과 국망봉을 향해 본격적인 심설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심설은 많은 등산객이 다녀 단단히 다져져 빠질 염려가 전혀 없어, 스패츠 착용이 별 의미가 없었다. 그 눈길을 따라 재를 떠난 지 16분 정도 후 작은 언덕에 오르자 지금까지 국망봉이라 생각했던 뾰족한 봉우리가 앞에 나타났다. 너무 가깝다. 분명 이정표와 지도에는 2.1km였는데! 국립공원의 많은 이정표가 그렇듯이 오류가 있는 거로 생각하며 봉우리를 향해 가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객이 꽤 많은 게 늦은맥이재가 주요 지점 중 하나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심설의 좁은 등산로에서 교행이 쉽지 않아, 먼저 본 사람이 서서 반대쪽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 산에서 외국인을 많이 보는데, 위에서 대략 십여 명으로 이루어진 내외국인 혼성팀이 내려와 한쪽에 서 지나갈 수 있도록 하자, 그중 한 명이 '감사합니다!'하고 지나간다. 외국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 게 요즘의 산이다. 이에 ‘네’라 대답하고 정상을 향해 갔다.
다시 봉우리를 향해 가며 위를 보니, 올라가는 나보다 앞선 한 쌍의 등산객을 보내기 위해, 바위 앞에서 대기 중인 예닐곱의 등산객이 보였다. 처음 그들을 봤을 때는 전망대에서 주변을 조망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등산로가 바위를 끼고 돌고 있었다. 한 쌍이 올라갔으니, 위에서 대기하던 팀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올라, 바위를 끼고 돌자, 암릉의 연속이라 조심스럽게 위로 7분 정도 오르자 앞에 암봉이 나타나고 눈 위에는 그 암봉으로 올라간 등산객의 많은 발자국이 보인다. 그런데 그 앞에 있는 이정표에는 그 봉우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고, 그저 길을 따라가면 국망봉이라는 것만 알려주고 있었다. 고로 대간 팀에게는 그 암봉은 별 의미가 없으나, 상월봉과 국망봉이 목표인 나는 이정표를 보자, 지금까지 국망봉이라 믿고 왔던 뾰족 봉우리가 국망봉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오른쪽 대평원 위에 언덕처럼 보이는 게 국망봉이다. 그럼 앞에 있는 건 상월봉! 분위기로 봐서는 암봉을 왕복해야 할 거 같아, 배낭을 벗어 두고 가려는데, 위에서 아래에 있는 동료에게 반대편에 길이 있다는 알려주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바위를 기어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같이 올라갔던 여성 등산객은 바위를 오르지 못해 되돌아 가고.
그 전망대에서 뒤로 돌아서서, 앞을 보자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바둑판 바위의 신선봉과 민봉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왜 주 능선이 대간 라인이 아니라, 신선봉 라인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 왼쪽을 보니 국망봉이다. 봉우리보다 언덕에 가까운! 그 모든 걸 사진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나, 상월봉 정상에 도착해 정상석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소백산에서 본 어떠한 이정표나 지도에도 상월봉에 관해 언급이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대신 어느 산악회인지 대간 팀이 만든 "상월봉 1,372m" 명패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좁은 정상에 서너 명의 등산객이 주변 경치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거나, 국망봉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어, 명패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상황이 아니라 바로 반대편으로 하산했다. 그런데, 그 길은 암릉임에는 반대편과 같으나 네 발을 사용하지 않아도 내려갈 수 있는 정도였다. 다만, 양지바른 남동사면이라, 뜨거운 햇볕에 얼었던 눈과 얼음이 녹아 진흙탕을 이루고 있었다. 암봉의 남동사면과 북서사면의 차이다!
상월봉에서 내려와 전면을 보니, 위에서 보기와는 달리 꽤 넓은 평지다. 그리고 거기에 서너 명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당연히 이번에 같이 온 대간 팀이라 생각하고 내려오며, 상월봉을 우회한 길과 다시 합류하는 지점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상월봉에 대한 정보가 있나 확인해 봤으나, 역시 없었다. 금줄 등으로 굳이 막지는 않았으나,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위험해 이정표에는 국망봉과 고치령만 표기해 등산객을 바로 고치령 쪽으로 유도하지 않았을까? 이정표를 사진으로 남긴 후 다시 국망봉으로 향하며 위에서 봤던 둘러앉아 점심 먹는 팀을 보니, 이번에 같이 온 대간 팀이 아니라, 4명으로 이루어진 야영 팀이었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물론 불법이나, 환경 자체는 야영에 딱 맞았다. 물론 여기까지 그 장비를 지고 올 수 있는 사람에게만! 결과적인 얘기나, 어의곡 삼거리까지 가는 동안 의외로 야영 장비를 짊어진 팀을 많이 만났다. 소백산에서 야영을 많이 하는 듯.
그들을 지나 관목 지대를 통과하는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그 관목이 철쭉이라는 걸 깨닫고,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소백산에 철쭉이 유명했었나? 철쭉 터널의 길이도 길고, 주변이 다 철쭉인데, 유명하지 않을 리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귀가 후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면 확인해 본 결과 해마다 5월 말에 단양 군청 주관으로 소백산 철쭉제를 연다! 물론 코로나 시절인 최근에는 취소했지만[기사]. 소백산은 원래 눈으로 유명하나, 철쭉도 못지않을 거 같다. 철쭉 지대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앞에 보이는 봉우리라기보다는 언덕인 국망봉을 전면으로 보며 가끔은 뒤로 돌아 철쭉밭인 상월봉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올라, 2시 35분에 정상석을 배경으로 서너 명의 등산객이 인증을 찍고 있는 국망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한 팀이 인증을 찍고 있어, 찍사 노릇을 하던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셔터를 막 누르겠다고 하며, 다양한 자세를 잡아보라고 해 의도치 않게 십여 장의 사진을 찍어 기다리던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증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사죄를 한 다음 국망봉 정상에서 내려와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국망봉에서 어의곡 삼거리까지 가는 길목에서 어의곡으로 내려가는 비법정 등산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 멀리 눈에 덮여 흰 비로봉을 앞에,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해 등산객으로 붐비는 국망봉을 뒤로 두고 수시로 핸드폰의 등산 앱 지도의 GPS를 확인하며 갔다. 그리고 2시 44분에 죽계구곡으로 내려가는 초암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비로봉까지 남은 거리는 2.8km고, GPS 지도에 의하면 어의곡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은 여기서 500m 내외에 있다.
이정표 반대편에 있는 ‘출입 금지’ 경고문을 보며, 그 뒤로 등산로가 있어야 하는데, 법정 유무를 따지지 않고 모든 등산로를 보여주는 등산 앱의 지도는 더 가야 한다고 주장해 지도를 믿고 계속 갔다. 물론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고, 보조 충전기를 이용해 핸드폰의 배터리도 보충하며. 그렇게 단단히 다져진 심설의 등산로로 가 드디어 GPS의 위치가 갈림길을 가리키는 위치에 도착했다. 오른쪽에 어의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거의 내 키에 육박하는 눈이 가로막고 있고, 그 눈의 장벽을 뚫고 내려간 어떠한 인적도 없다. 해서 일단 폰을 그 눈의 장벽 위에 놓고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갈림길을 향해 가며, 혹시 GPS의 오차 때문에 아직 갈림길에 도착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작은 기대를 하며 오른쪽을 주시했다. 그런데 오차 범위 내에는 없었다. 하다못해 나뭇가지에 달린 리본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보이는 대로 요원이 다 제거했겠지만.
다음 갈림길을 목표로 기복이 심한 능선을 따라 비로봉 방향으로 가다가 작은 언덕에 올랐는데, 의외로 정규 등산로에서 벗어나 오른쪽으로 들어간 발자국이 보였다. 처음 든 생각은 ‘화장실 가는 길이다!’였으나, 혹시나 해서 그 발자국을 따라 50여 미터를 들어갔다. 예상대로 화장실이라, 바로 돌아 나와 지도가 가리키는 갈림길을 향해 갔다. 그 와중에 퇴계가 다녀갔다는 소백산성 흔적을 구경하기도 하며. 소백산에 산성이 있었다는 건 이 순간 알았다. 이 작은 땅덩이에 명멸한 국가가 많다 보니, 웬만한 산에는 다 산성이다! 그런데 두 번째 갈림길도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인적이 전혀 없다. 고로 러셀하며 내려가야 한다는 건데, ‘봉 감독’이나, ‘돌고래 조’만 있었어도 시도해봤겠지만, 단독으로 인적 없는 눈에 덮인 계곡을 내려간다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라 포기하고 내키지는 않지만, 지난주와 같이 ‘어의곡 삼거리’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는 순간 온몸의 힘이 쫙 빠지며, 거의 탈진에 가까운 기분이 들었다.
그 결정을 내린 지점에서 어의곡리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5.2km 정도, 남은 시간은 2시간 35분 정도라, 그나마 페이스만 유지하면 한 시간가량 하산주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페이스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갔다. 그런데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눈썰매장의 슬로프로 변한 계단을 올라가기도 쉽지 않아 계단 정상에서 쉬면서 숨을 돌려야 할 정도였다. 3시 31분에 비로봉을 900m 남겨둔 지점에 도착했는데, 비로봉을 다시 갈 이유가 없는 내 기준으로는 500m만 가면 어의곡 삼거리라는 의미라,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에 힘이 나야 하는데, 이미 체력이 바닥이라 끌어 올릴 힘도 없었다. 해서 하산주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저 위로 데크 길이 보인다. 다 왔다. 3시 47분에 삼거리에 도착해 이정표를 확인하니, 주위에 배낭이 널려 있었다. 볼 것도 없이 이번에 같이 온 대간 팀이 배낭을 벗어 이정표 아래에 두고 인증을 위해 비로봉에 간 거다. 나야 지난주에 다녀왔으니, 다시 갈 이유가 없어 바로 어의곡리 주차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시각이 3시 47분으로 마감 시각인 5시 50분까지는 2시간 3분이 남았고, 거리는 4.7km다. 해서 일단 4시까지 식당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잡았다. 마지막으로 저 멀리 기상레이더의 우뚝 선 기둥을 사진으로 남기고 하산주를 위해 달렸다. 어차피 내려가는 길이야 지난주와 같고, 시간만 좀 늦었을 뿐이라, 이것저것 따로 주변을 관찰하거나 조망할 이유도 없었다. 주위의 달라진 거라면,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는 눈을 볼 수 없다는 거 정도! 그렇게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신선봉에게 작별을 고하는 걸 잊지 않았다. 눈이 다져진 빙판길을 지나, 돌밭 길을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로 내려가려니 아무래도 불편해 지난주보다는 1km가량 위에 있는 쉼터에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내려갔는데, 가면 갈수록 이거 너무 빨리 벗었다는 후회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으나, 무시하고 달렸다. 다행히 왼발이 미끄러져 오른무릎을 꿇어 딱 한 번 빙판에 굴복한 거 외에는 큰 사고 없이 내려가다가 지난주에는 눈에 덮여 단순한 등산로를 막은 거로 생각했던 길이,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철제 계단이 무너진 거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주의 데자뷔인지 거의 같은 장소서 같은 또래의 여대생으로 보이는 등산객을 추월해 4시 54분에 탐방지원센터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5시 전 식당 도착은 틀렸다. 해서 10분 늦춘 5시 10분 식당 도착으로 목표를 변경해 그저 앞만 보고 갔다. 그런데, 막 초소를 지나치려는데, 초소 창문에 붙은 버스 시간표가 눈에 띄었다.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깐 멈춰 사진으로 남겼다. 다시 길을 재촉해 주차장이 보이는 위치에 도착해 아래를 보니, 버스가 주차해 있는 건 보이나,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아니다. 늦은맥이재로 내려간 등산객이 많았으니, 아마 그들을 태우고 온 산악회 버스이리라! 보통 안내산악회에서 소백산 무박 종주라 하면 죽령에서 출발해 비로봉과 국망봉을 거쳐 늦이맥이재에서 어의곡리로 하산하는 걸 가리키는데, 그 팀인가? 무박 종주 산행 팀이라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뭐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라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해 5시 1분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소백산 종주 2구간 산행을 마쳤다.
3
주차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지난주에 문을 닫았던 식당이 문을 열었는가?’였다. 주차장에 붙어 있는 식당이고, 뭔가 새로운 안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으나, 여전히 입구에 ‘오늘 영업 안 함’이라는 안내문이 서 있었으나, 몇몇 등산객이 비닐하우스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게 보여 다가가 보니, 식당은 영업을 안 하나, 매점은 영업 중이라, 술만 사서 지신들이 가져온 음식을 안주로 마시고 있었다. 물론 과자 부스러기도. 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서서 마지막 보루 “홍가네”로 향해, 처음 계획보다는 5분 늦고, 변경된 계획보다는 5분 이른 5시 5분에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한 명의 등산객과 인솔 대장이 막 나온 송어회를 옆에 두고 소주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 대장이 불렀던 거 같은데, 명확하지 않아 주방 쪽으로 이동해 주인장에게 “또 왔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주인장도 아는 체를 한다. 해서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감자전과 막걸리를 달라고 부탁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하자마자, 지난주에는 보이지 않던 남자 주인장이 밑반찬으로 김치와 나물을 막걸리와 함께 가져와 식탁에 놓으며, 나물이 ‘눈개승마’라고 자랑하듯 알려준다. 해서 내가 좋아하는 나물이라고 얘기해 주고 먼저 막걸리를 따라 눈개승마와 김치를 안주로 한잔하려는 순간 주문한 감자전이 도착했다. 그렇게 감자전과 김치, 눈개승마를 안주로 천천히 막걸리 한 병을 거의 비우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여 시계를 보니 5시 40분이다.
해서 나도 늦지 않게 마저 막걸리를 비운 후, 음식값을 지급하고 5시 44분경 식당을 나와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사실 버스는 내가 식당 입구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있을 때 식당 앞을 지나 주차장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도착한 건 알고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외에 하산 시 있던 버스도 그대로 서 있었다. 도대체 저 팀은 마감 시각이 몇 시일까 궁금해하며, 배낭을 짐칸에 넣고, 공기압으로 등산화에 묻은 이물질을 깨끗이 털어내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출발을 기다렸는데, 예정보다 5분가량 늦은 5시 55분경 어의곡리(새발)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막걸리 한 병에 불과했으나, 고치령부터 어의곡리 주차장까지의 20여 킬로미터를 강행군해 체력소모가 심했던지, 버스가 출발하고 실내등이 커지자마자 잠이 들었다. 사실 거리나, 산의 난이도는 그렇게 심한 건 아니나, 원래 심설 산행의 체력소모가 보통 산행의 1.5에서 3배에 달하는 거라, 거의 탈진 상태다. 이것만으로도 죽겠는데, 무박으로 고치령에서 죽령까지 달리는 대간 팀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중에는 돌고래 조도 있고. 중간중간 깨서 책을 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버스의 실내등이 켜지는 게 휴게소로 들어가는 거 같아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버스가 정차하자 내렸는데, 지난주의 ‘여주’가 아니라 ‘안성맞춤’이다. 그것도 평택, 제천 간 고속도로에 있는. 처음 들어보는 고속도인데, 참 대한민국에 도로가 많다. 문제는 그게 다 서울을 향해 뻗어 있다는 거!
안성맞춤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1차로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그다음에 양재에 승객을 내려줬다. 그 시각이 8시 20분이다. 물론 나도 양재에서 내려, 지하철로 녹번역까지 가서 버스로 갈아타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녹번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가니, 너무 피곤해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어 지하철 출구에 대기 중인 택시를 바로 잡아타고 집으로 갔다.
중간에서 어의곡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지난주와 같은 하산 코스인 '어의곡 삼거리'에서 '어의곡리 주차장'까지 다시 달린 '고치령 → 칼바위 → 마당치 → 연화동 삼거리 → 늦은맥이재 → 상월봉 → 국망봉 → 어의곡 삼거리 → 어의곡리 주차장'의 20.06km(트랭 글), 6시간 41분의 소백산 종주 2구간 산행이었다. 이동 6시가 29분, 휴식 12분!
비록 미세 먼지로 시야가 좋지는 않았으나 내가 보고자 했던 건 다 볼 수 있어 대단히 만족한 산행이다.
3번에 나눠 달성하기는 했으나, 죽령에서 구인사까지의 소백산 주 능선을 완주해 더욱 기쁜 산행이다. 묘적령부터 계산하면 4번에 나누어 완주했고!
백두대간의 소백산 구간의 남은 코스인 고치령부터 ‘늦은목이’까지는 할까 말까 고민 중인데, 딱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갈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