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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꽁꽁 닫았던 땅이 선 듯 길을 열어준 지난 3월, 여러 사람들을 번갈아 만나며 나무 줄기에 물이 오르고 파란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한티가는 봄길‘을 걸었다. 예년에 비해 따뜻했던 3월 날씨 덕에 초봄 산길에서 생각지 않게 다소 이른 진달래꽃봉오리와 제비꽃들을 만났다. 또한 뿌연 미세먼지가 3월의 전국 산과 들을 덮어버려 모두가 볼멘 소리를 내어놓는 가운데 우리가 걷는 날만큼은 신기하게 파란 하늘이 열려 한티가는 길 속의 산 마루금들을 선명한 실루엣으로 그리며 걸었다.
3월의 한티가는 길에서 얼굴을 스쳐가는 다소 서늘하면서도 훈훈한 봄바람과 풀냄새는 겨우내 스스로 움츠려 있던 나의 오감들을 다시 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꽁꽁 얼었던 땅을 팔로 밀어내고 나온 새싹들과 굳은 나뭇가지를 뚫고 나온 어린 잎, 그리고 몸 속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어 만든 작은 꽃잎들은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우리 '공동의 집'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쁨의 소확행들이었다.
3월 한티가는 길, 45.6km 여정은 3월 9일 토요일, 2019년 ‘한티가는 길’ 순례로써 2, 3구간 정기순례 안내가 첫 일정으로 열림에 따라 먼저 2구간부터 시작했다. 여정은 누구와 같이 걸어가느냐도 보다 중요한 것 ! 2구간은 뜻밖에 파티마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수고하시는 다섯 명의 수녀님들과 홀로 용감하게 길을 나선 40대 자매 한 분과 같이 걷게 되어 3월 봄기운을 만끽하면서 동행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과 추억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2구간 종점 창평지에 이르러 같이 걸었던 수녀님들께서는 쉬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전 임시 업무회의가 있어서 대구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후 비록 단지 한 분의 자매님만 남게 되었지만 또 다른 여유를 즐기며 우리들은 3구간을 걸었다. 느린 걸음으로 또박또박 한 발자국의 소중함을 느끼며 쌀바위로 오르고 금락정에서는 배낭속의 먹거리를 모두 내어 놓고 금락정 카페를 만들었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 짐을 챙겨 우리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한티가는 길의 작은 차마고도(금락정~여부재) 길을 걸었다. 여부재에서 동명 마을로 내려오다가 송산지 쉼터에서 또 다시 한 참을 앉아 봄 햇살과 마주하며 작은 여유를 부렸다.
그로부터 1주일 후 3월 16일, 토요일에는 지난 주의 2-3 구간을 다시 거슬러 가실성당으로부터 시작되는 1구간을 걸었다. 이 날은 ‘한티가는 길‘을 처음 찾아온 중년의 부부와 지난 주 2, 3구간에서 만나서 어느 듯 낯익어진 전구간 종주 완성에 대한 열정 가득한 자매님을 반갑게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이날 오전의 1구간 걸음 이후에는 웬지 우리에게 주어진 주말 오후 시간을 그냥 도심지로 되돌아가서 보내기에는 그 날의 따뜻한 봄기운이 너무 아까워서 예전에 이미 한티가는 길을 걸어본 아내의 친구부부에게 4구간을 같이 걸어보자자고 전화를 걸었다. 한티가는 길의 오늘 따뜻한 봄을 느껴보러 오라는 우리들의 어설픈 유혹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선 듯 오후 늦게 배낭과 물을 챙겨 서둘러 동명성당으로 넘어왔다. 그 덕분에 두 집은 늦은 주말 마치 4월초의 날씨 같았던 훈기를 밑천으로 삼아 오후 3시경부터 밤이 깊어지기 전(?) 시간까지 4구간을 걸었다. 마지막 5구간은 지난 3월 23일 토요일 한티성지 내에서 4주차 토요일 11시 미사에 참례한 후 가톨릭 전례적 의미로 사순시기였던 만큼 먼저 십자가의 길을 따라 14처 기도를 하고난 뒤 인내의 길과 겸손의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한티성지 아래의 여전히 남겨져 있었던 5구간 일부를 옛길(방턱골 버스 정류장~성지 순례자의 집 아래)은 마치 밥 먹고 시골 마을 동네 마실 나온 사람처럼 그냥 뒷짐지고 걸었다.
한편, 5구간까지 줄곧 봄길을 걸었던 것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 이날 오후 한티에서 차로 대구로 되돌아가는 길은 차창 밖으로 눈과 진눈깨비가 거센 바람에 날리는, 다시 추워진 을씨년스러운 꽃샘추위 속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3월의 한티가는 길은 또 다른 사랑을 기억하는 길이었다.
1구간 돌아보는 길, 가실에서 신나무골까지.... (3월 16일 토요일)
가실성당에 차를 주차하고 배낭을 매고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라보는 이른 아침의 가실성당과 파란 하늘은 한장의 수채화이자 풍경화.
출발준비를 하고 가실성당 뒷문을 빠져 나가는데 문득 노란꽃이 한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수선화였다.
도도함의 나르시스(Narcisse)일까? 아니면 황금빛 수선화 일곱송이(Seven Daffodil)일까? 오늘만큼은 나에게는 후자일 듯 하다. 아침 낯선 곳에서 흥얼거리는 노래 ~ ^^
I may not have a mansion I haven't any land
Not even a paper dollars to crinkle in my hands
But I can show you morning on a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후문을 벗어나자 또 다르게 다가오는 목련의 인사. 겨우내내 꼭꼭 닫혀 있었던 그대들의 마음들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있음을.......
가실마을 낙산리에 최근 세워진 한티가는 길 1구간 철제구조물. 어느 듯 녹슨 철제 조형물을 통해 이른 아침 봄길을 바라보다.
44.2 km 그리고 보니 1.4km를 선듯 걸어왔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길 입구는 아쉽게 서로의 영역을 구분짓고 있었다.
살기위해 벌지 않고 어느 듯 벌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의 팍팍한 삶들에 대해 묻고 있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
봄날 아침 산길을 걷는 것은 싱그러움 그 자체. 세상을 향해 스스로를 선듯 숲길에서 나를 열어놓다.
아직 초봄이어서 의외로 생각지 않은 진달래를 소나무 숲길 입구에서 만났다.
전망쉼터 주변에는 노란색 개나리가 봄 햇살 가득담아 미소 짓고 있다.
사방오리 나무 수꽃이 봄옷으로 갈아입고 늠름히 자태를 뽐내고 있는 듯....
흰색 나무를 통해 청명한 봄 하늘을 바라보다. 봄빛을 담은 파란 하늘이 오늘따라 경이롭다.
바람쉼터에서 잠시 물 한모금 마시고 금무봉 아래 산자락으로 접어들다.
낙동강이 바라보이는 전망 쉼터 스템프 장소에서 먼저 출발해간 이들을 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짐작과는 달리 빠른 걸음으로 인해 전망쉼터에서 만날 것이라는 생각이 어긋났다. 짐작컨데 1시간 여를 더 걸은, 연화리 도암지 연못 쉼터 즈음에서야 이 곳에서 한 참을 쉬게 될 이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예상과는 달리 훨씬 그 전인 금무봉 아래 고사리나무화석산지 스템프 장소에서 반갑게 만났다. 우리가 뒤따라 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탓에 한티가는 길 운영위원회(한가위) 총무팀장님과 관리팀장님, 그리고 이날 참가하신 세 분의 순례자들과 또다른 반가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
반야월에서 오신 부부와 남편의 적극적 성원 덕에 이 곳을 찾아오신 자매님 한 분과의 동행. 같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늘 작은 나눔의 시간들을 가지게 한다.
왜관읍에서 지천면 연화리로 넘어가는 길목.... 발바닥 촉감을 감지하며 낙엽을 하나하나 밟으며 걸어내려가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과 은총.
경부선 국철 철길로 들어서기 전 금무봉 산끝자락에서 때마침 한창인 매화꽃을 만나다. 매화나무 한 그루가 내어놓는 수많은 흰색 꽃들과 이들이 내어놓는 그윽한 향기에 취해 우리들은 잠시 걷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청매화 꽃 한 송이 한송이의 모습과 향기가 그대들의 기도임을.....
철길을 건너고 국도와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연화리로 들어와서 어느 듯 도암지 쉼터에 앉았다.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과 가져온 간식으로 봄날의 야외 카페가 잠시 열려 작은 행복을 나눠 가졌다.
도암지 카페 쉼터에는 외줄 그네와 쌍줄 그네가 서 있다. 익숙한 쌍줄 그네와는 달리 외줄 그네는 약간의 어색함과 조심스러운 스릴이 약간 있다. 몸의 균형을 맞추고 휙~ 내어차고 발을 올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앞 뒤를 반동으로 왔다 갔다.... 도암지를 술 취한 듯, 봄에 취한 듯 흔들흔들 바라보다.
우리 나그네의 영혼의 숲에 마음을 내어놓고 기도하고 계심을.... 은총이 가득한 어머니,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신나무골로 넘어가는 작은 산길 직전의 길 우측 아래에는 온통 연두 초록빛으로 단장된 땅이 나의 시선을 끌어 당겼다. 웬지 연두, 초록이 좋은 날~
신나무골로 넘어가는 마지막 작은 산길을 소담스러운 겸손으로 걷다.
신나무골 성지는 새 단장 중....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요람터에 최근 한옥성당이 신축되고 어느 듯 공사는 마무리중. 다가오는 5월 2일에 축성식이 열릴 예정.
신나무골에 도착해서 웬지 모두들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신나무골 주차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 사골순대국으로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안주로 살아가는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우리는 차 회수를 위해 한가위 관리팀장님 차를 타고 가실성당으로.... 주 안내자 총무팀장님과 세 분의 순례자는 대구로 나가는 250번 버스를 타러 건너편 정류장으로 넘어감으로써 '돌아보는 길'을 마감했다. 그러나 가실성당에 차를 회수하고 돌아오는 가운데 문득 다시 바라보는 신나무골 대구방향 버스 정류장에는 여전히 이들이 서 있었다. 다시 만나게 되어 그저 반가웠다. 태전역으로.....^^
2구간 비우는 길, 신나무골에서 창평지까지.... (3월 9일 토요일)
이번 45.6km은 2구간부터 걸었다. 3월의 한가위 첫 안내 순례 일정이 바로 3월 9일(토) 2,3구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른 아침 토요일 행사 일정이 취소된 탓에 집 냉장고에 있는 반찬 챙기고 밥을 챙겨 부랴부랴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이날 안내자는 관리팀장과 생태팀장, 그리고 순례객은 동네 뒷산 마실 느낌으로 오신 소박한 느낌의 수녀님 다섯 분과 걷기를 무척한다는 자매님 한 분.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우리들은 계면쩍게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배꼽인사~ ^^
신나무골 입구에 세워져 있는 한티가는 길 철제 조형물앞에서 각자의 십자가를 다시 짊어지다. 겸손한 우리의 발걸음과 삶이 사랑으로 변하게 하소서~
연화임도. 연화 임도는 늘 나에게는 은총의 길...... 사색의 길.... 묵주기도의 길..... ...........
3월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이른 생강나무꽃. 가지 속의 냄새가 마치 알싸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봄봄><동백꽃>의 김유정 소설에서 김유정은 봄의 대명사 생강나무꽃을 '노란동백꽃'으로.... 강촌 남춘천에 있는 김유정 집에 다시 가고 싶다. 오늘따라 가지를 꺾어 알싸한 생강냄새를 맡고 싶었지만 그냥 참는 수밖에.....
걷는 가운데 관리팀장님께서 문득 휴대푠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전망쉼터에서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우와~~ 2구간 비우는 길의 봄 속의 연화임도를 한 그림 속에 나타낸 사진 한 장은 이 날 우리 봄걸음을 스스로 감탄하게 만들었다. 마치 엠마오스를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전망쉼터에서 스템프 찍기. 정작 사전 걷기 신청하신 걷기를 좋아하시는 수녀님은 바빠서 오지 못하고 다른 분들이 오셨다는데..... 처음에는 한 두 분만 걷고 나머지 분들은 주변에서 쑥을 캐거나 봄 마실하며 연화임도를 잠깐 걸으실 작정이었지만 연화임도 길의 넉넉함과 숲길 봄기운에 빠져 들어 그만 연화임도를 벗어나 전망쉼터로 다함께 넘어왔다. 한티가는 길 스템프에는 각 스템프 하나하나 찍어가며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작은 즐거움이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전망쉼터에서 다소 거친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걸어 내려 댓골지 아래로 접어들다.
댓골지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음을.....
댓골지를 지나 달서리 도로로 나가는 길 옆 비닐하우스 아래 작게 앙증맞은 꽃들이 수북히 피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다. 봄까치꽃.
신나무골과 전망쉼터, 댓골지를 지나오며 어느 듯 두 사람은 길 동무가 되어 있다.
물길과 돌 징검다리 아래를 바라보며 봄을 바라보다. 작은 송사리와 어느 듯 물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물풀 속에서 봄을 새삼스럽게 인식하다.
지천면 달서리 도로에서 신동성당 묘지로 오르는 길은 잠깐이지만 모두에게 숨을 거칠게 만든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십자가를 다시 짊어지게 만들다. 교만과 아집을 버리고 우리들이 늘 당신을 찾게 하소서.....
새로운 생명. 팔각정 정자에서 한참을 쉬고 난 뒤 양떼목장으로 넘어가는 가운데 누에나방집을 만났다. 나뭇잎 뒤에 숨겨진 생명의 자취. 문득 뒤따라 올라오는 일행들을 뒤돌아보다가 눈에 들어와서 잠시 이들의 삶을 조심스럽게 엿보다.
양떼 목장으로 들어서기 전의 작은 계곡 바로 아래 물웅덩이. 멧돼지 목욕탕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낮에 이들 가족은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내내 이 곳을 걸을 때마다 궁금하다. 이들의 집과 쉼터를 우리들이 내내 빼앗고 있지는 않은 지?
양떼목장 쉼터 휴식. 그리고 출발하다 문득 길 뒤쪽 양떼목장 쪽을 바라보니 따뜻한 날씨 덕에 기대하지 않았던 양떼들이 멀지 않은 언덕 밖으로 나와 있었다. 되돌아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수녀님과 새로 오신 자매님은 양떼의 모습에 그저 감탄~~ "이 곳 양떼들은 우리들을 어느 듯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기도 해요~ 간혹 쉼터 바로 앞에서 마주치기도 하는데 어떤 때 보이는 아주 몸집이 큰 양은 풀을 뜯지도 않고 느긋하게 않아서 마치 "너 뭐야?"하는 것처럼 우리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본인의 말에 수녀님들께서는 웃으며 '순한 양'이라는 우리들의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양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ㅎㅎ 목자를 따라 가는 나 자신부터 결코 말 잘 듣는 순한 양이 아님을 안다. ^^
양떼목장을 벗어나다.
양떼 목장을 벗어나는 양지 바른 곳에 진달래꽃 봉오리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친구야 너는 아니? 꽃이 필 때 참 아픈 거래~~ 부활 김태원이 이해인 수녀님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려 보다.
양떼목장 산능선과 창평임도로 넘어가는 마루금 사이에 그냥 언덕 위에 집 한 채가 서 었으면 좋을 듯한 작은 산 내지 언덕이 눈에 선듯 들어왔다. 같이 걷던 한 수녀님 말씀, 수도원이 들어서면 딱 좋겠다는 얘기에 우리들은 그저 미소와 끄덕끄덕~^^
길은 또 다른 길과 맞닿아 있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과 맞닿아 있음을......창평임도로 넘어가는 길. 매일 이어지는 삶의 길에서 당신의 사랑을 찾게 하소서~
창평임도 새로 생긴 정자로 방향을 180도 꺾기 직전 멀리 지천면과 동명면을 경계짓는 건령산과 그 아래 3구간 한티가는 길이 함께 눈에 들어오다. 여기서 또 한 사람을 만났다. 빨간모자를 쓴, 한티가는 길에서 내내 열정으로 열일 하시는 분....반가움~^^ 이 곳 정자에서 다소 쌀쌀한 봄바람을 맞으며 준비해간 김밥과 찰밥, 소박한 반찬들, 컵라면으로 다함께 맛점 ! 그리고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까지.....
점심과 함께 이 곳 창평임도를 걷는 것은 원래 수녀님들의 계획에는 없었다. 그러나 3월초임에도 불구하고 4월같은 봄날 기온과 모처럼 화창하게 개인 파란 하늘, 그리고 느림보의 미학 덕분에 다함께 시나브로 창평임도 끝머리까지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다같이 걸어서 내내 좋다고 말씀하신다. 우리들도 그냥 "겸허한 당신들로 인해 행복했습니다"라고...
창평임도는 의외로 많이 따뜻했는지 쑥들이 제법 커 있었다. 작년 5월초, 한티가는 길을 역순으로 걸을 때 동명면소재지 한 떡집에서 쑥떡을 사서 2구간을 넘어가며 먹었던 쑥향기 추억. 쑥이 떡속에 듬뿍 들어가서 진한 쑥향기가 입안에 가득했던 나만의 봄 추억이 쉽게 떠오르다.
야외 한티가는 길 전람회. 캔바스 그림에 무엇을 담을까?
봄은 분명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그러나 이 곳은 딱 10년전, 2009년 4월 큰 화마가 이 곳을 지나간 아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창평지로 내려왔다. 창평지 앞의 집에 핀 노란 산수유꽃이 우리를 반긴다. 인증 스템프.... 그리고 수녀님들과 아쉽게 작별인사. "언제 한 번 놀러와요~ 예~" 수녀님들께서는 신동읍을 거쳐 다시 신나무골로 되돌아가고, 남은 우리 일행들은 창평지 호수 물빛을 바라보며 3구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댓글 길 안에서의 인연들과 아름다움들을 공유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언젠가는 걸어야 할 길..'한티가는길'을 답사한 느낌입니다.
아름답고 멋진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좋아요 꽝!!! 누르고 갑니다.~
한티 답사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