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의 기술 [ 양장 ]
정지윤 글/손미현 그림 | 상상 | 2023년 11월 30일
책소개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2014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동시단에 등단하고, 시와 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주목을 받아 온 정지윤 시인의 신작 동시집이다. 정지윤 시인의 동시는 우리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들을 새삼스레 다시 발견한다. 흔하게 보이는 사물들도 『전달의 기술』 안에서는 당당하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불림에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자기 긍정의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허풍이나 합리화가 아니라, 정지윤 시인의 동시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일으켜 세운다. “힘들어/ 주저앉아 있을 때” “그냥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 친구”처럼 정지윤 시인의 동시들은 우리들의 “아픈 마음”을 토닥여 준다(「그냥 가만히 옆에」).
글 작가 정지윤
2014년 동시 「소금」 외 4편으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시집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시조집 『참치캔 의족』 등이 있다. 전태일 문학상, 김만중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 등을 수상했다.
그림작가 손미현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매력에 빠져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오늘도 어김없는 잡화생활』, 그린 책으로는 『하나와 하나가 만나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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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의 꿈 / 정지윤
수업 시간
선생님이 물었어요
여러분, 꿈이 뭔가요?
축구 선수, 의사, 선생님, 가수, 요리사.......
다들 신나서 말할 때
제 꿈은 친구들이랑 신나게 뛰어노는 거예요!
건이가 말하자
저도요!
저도요!
다른 친구들도 큰 소리로 외쳤어요
밖에서 졸고 있던
운동장이 깜짝 놀라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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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의 기술 / 정지윤
아침 식탁
찬바람이 쌩쌩 붑니다
엄마는 윤지에게
아빠 몇 시에 오실 건지 여쭤봐
아빠도 윤지에게
엄마 필요한 게 뭔지 여쭤봐
중간에서 불편한 윤지
아빠 뺨에 뽀뽀하고
엄마에게 전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학교로 뛰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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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 정지윤
내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확인하는 순간
끝나 버리죠
하지만 슬프지 않아요
나는 다시 태어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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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하지만 슬프지 않아요!
정지윤 시인의 동시는 우리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들을 새삼스레 다시 발견한다. 흔하게 보이는 사물들도 『전달의 기술』 안에서는 당당하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척박하고 위험한 보도블록에 피었지만, “꽃이 피면 꽃길이 되는 거”라며 “당당하게 피어” 있는 꽃의 모습이나(「당당한 향기」), “무거운 장바구니 들 때”나 “요구르트 배달할 때도” 항상 “싱글싱글” 웃는 “현이 엄마”의 모습은(「싱글 맘」), 어려운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준다.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불림에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자기 긍정의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허풍이나 합리화가 아니라, 정지윤 시인의 동시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일으켜 세운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가치라는 등장인물들의 태도는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전해 준다. 서 있는 행위만으로 자신 주변을 꽃길로 만드는 당당한 꽃의 향기가 독자들에게 스며든다. 자존감이 필요한 아이들은 이 동시집을 읽으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가 왜 중요한지, 당당하게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손바닥이 손등을 덮어 주듯이
당당한 태도와 자기 긍정으로 일어선 존재들이 있는 동시에, 다른 존재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자신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텅 비어 있던 공원 벤치”를 “따스한 햇살이 안아” 주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온기를 충전”하고, “돌담에 고양이들”이 “서로서로 핥아” 주는 모습을 보는 화자는 “언제나 혼자”지만 “두 팔로 나를 감싸고” “토닥토닥” 스스로를 안아 준다(「나비 포옹」). 코끼리와 개코원숭이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야자열매 파티”를 여는 장면도(「코끼리와 개코원숭이」),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머니”에게 “담쟁이들”이 응원을 보내는 장면도(「응원」),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다.
“힘들어/ 주저앉아 있을 때” “그냥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 친구”처럼 정지윤 시인의 동시들은 우리들의 “아픈 마음”을 토닥여 준다(「그냥 가만히 옆에」). 대단하고 힘센 존재들이 아니라, 보잘것없어 보이는 약한 존재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힘을 주는 모습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마음을 녹이는 달콤 레시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의 존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친구만 상을 받자, 주변에서 위로를 해 줄 때 당당하게 “난 친구가 상을 타서/기분이 좋았”다고 말하는 화자가 있다(「오늘의 주인공」). 엄마 아빠가 싸워 “찬바람이 쌩쌩” 부는 집안에서 “아빠 뺨에 뽀뽀하고/ 엄마에게 전달!”이라고 외치는 당돌한 화자도 있다(「전달의 기술」). 실제로 아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한 덕분에, 아이들은 동시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동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말들이 아이들에게 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친구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했을 때 상처를 받지만 이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마음을 녹이는”(「달콤 레시피」) 성숙한 화자의 모습을 아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를 『전달의 기술』이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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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시인이란 어쩌면 우리가 없다고 치부하는 것들에서 ‘간절한 있음’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 아닐까. 정지윤의 동시 세계를 이루는 존재들은 작고 보잘것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뿐 아니라, 자신 옆에 있는 누군가를 감싸고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북돋우는 세계가. 바로 정지윤의 동시가 구현하는 세계이다.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첫댓글 운동장의 꿈이 정말 재미있네요.
아래 시는 두번 읽고 이해했어요.
덕분에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