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3월부터,
공교육 선생님들, 무등 학부모, 졸업생 학부모 이렇게 몇 몇이 모여 2학년 교실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각 계절마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색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봤지요.
봄의 생기와 발랄함을 어떤 색과 어떤 붓칠로 나타낼수 있을까
계절마다 만나게되는 꽃과 나무,
그들을 그리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알게 되는 색의 변화.
산과 하늘의 변해가는 모습들..
2차색이 섞여 만들어 내는 "탁함"을 어떻게 추하지 않게 나타낼지..
어두움이란 어떻게 표현하지? 그냥 검은 건가?
여러색이 겹치고 겹쳐서 만들어 내는 밤의 빛깔.
지난주에는 그 탁함을 적절히 사용해서 밤의 오로라를 아름답게 표현해봤답니다.
습식은 잘 그려야 겠다는 의식? 의도?를 가지고 그리면 참 뜻대로 되지 않는것 같아요.
그렇다고 붓 가는대로 생각없이 막 하는 것도 아닌것 같아요.
일단 색에 집중해서 정성껏 붓질을 해야 뭔가 작품이 나오는 경험을 많이 했는데,
십여년전에 그렸던 "촛대"가 그랬고, 올 여름에 그렸던 "성모마리아"가 그랬어요.
두 그림 모두 기도하는 마음으로 붓질에 심혈을 기울렸던가 같아요.
봄부터 겨울까지 차곡차곡 시간과 경험치들이 쌓이니,
비록 나오는 인원수는 줄었지만, 매 시간마다 그 분(색의 요정?)의 강림을 맞이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더군요.
(안나오시는 게 아니라, 업무 때문에 못나오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안타까웠어요.)
습식을 어려워하며, 그릴때마다 한숨 푹푹 쉬시던 선생님이
어느 순간 너무 멋진 그림들을 그려내시기도 하고,
배웠던 그림을 아이들과 함께 그려봤다면서 아이들 얘기를 풀어내시는모습을 보며,
포기하지 않고 나오셔서 그림을 그리시는 힘과 동기가 저기에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올 1년 습식수채화를 하면서,
붓질에 내 감정의 찌꺼기를 토해낼 때도 있었고
붓 한올 한올에 나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적도 있었어요.
멋진 형태를 그려내야 잘 그린 그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색과 붓질이 의도치 않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때 느끼는 기쁨을
내 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경험하고 싶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파란색바탕(울트라마린)에 붓을 씻어서 닦아 내기로 그린 눈사람). 이 것도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하면 좋아요~
첫댓글 한국사람들은 색이 진하지않으면 잘 못느낀다던데, 그래서 습식그림도 진하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던데, 그대는 색을 오래 만나 잘 느끼게 됐나 보오. 그림이 순해진 느낌.^^
꾸준히 그림을 통해 자기를 드러내고 자기 감정과 마주하는 당신. 멋지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는 붓질,,
그렇게 해봐야겠어요
습식그릴때의 방황,
'여긴 어디ㅜ 나는 누구?' 목적(?)없는,,, 참말로 의미없는 붓질로 멘붕의 시간을 보내던 제모습이 떠오르네요;;;
꾸준히 그린 언니의 이야기들 참 좋아요^^
특강도, 집중연수도 해보고 그랬지만,
실력이 느는 것에는
매일(혹은 매주) 조금씩 반복하는 것 이상 좋은 것은 없는 듯 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의 마술같은 비법을 말하라면 저는 매일 매일 거르지 않고 조금씩 해 나가는 '꾸준함'인 것 같아요.
에포크 수업이든, 예술이든, 엑스트라레슨이든. . .
처음의 절반도 안 남았지만,
가랑비에 옷 젖 듯, 그렇게 색채의 세계에 젖어들어간(혹은 살아남으신) 분들의 열정과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중간에 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선생님들의 열정에,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리시며 좋아하시던 모습에 계속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노력하고 연습하는 것 같아요.
교사란 직업이 애들이 좋아하고 성장하는 걸 보면, 뭐든 해주고 심지어 새롭게 배워서라도 해 주려 하는 듯해요.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아이가) 성장하도록 돕는 일...
그런 선생님들을 위해
아마... 내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