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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최귀화: (수서역) 오전 7시 (2023.8.11), 수서역의 아침이 시작됩니다. 지방 각지에서 출발한 첫 기차가 서울 수서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승객이 꽉 들어찼는데요. 어떤 이유로 이른 아침부터 서울로 향하는 걸까요.
기자: 안녕하세요, 두분 어디 가시는 거예요?
고지욱/35세: 저희 출근하고 있습니다.
기자: 혹시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고지욱: 중학교 친구입니다.
기자: 친구랑 같이 출근하는 거예요?
고지욱: 네, 이 친구도 결혼해서 천안에서 살고 있고 저도 결혼해서 천안에서 살게 되어서 우연히 만나게 됐습니다.
기자: 이렇게 출근한지 얼마나 된 거예요?
고지욱: 이제 일년 좀 넘은 거 같아요. 한 10개월? 1년 정도 된 거 같아요.
기자: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서울로 옮겨서 좀 더 가깝게 출퇴근 하려고 하실 거 같아요.
고지욱: 너무 상상만 해도 좋은데요. 그게 지금 쉽게 허락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 나이가 혹시 몇 살인가요?
고지욱: 서른 다섯입니다.
기자: 언제쯤 서울로 올라올 수 있을까요?
고지욱: 언제쯤요?
기자: 거주지를 서울로 올 수 있을까요?
고지욱: 강남입성까지 350살 까지 예상하고 있어요.
내레이션: 말쑥한 정장차림에 슬리퍼라니? 이 분은 어디로 가시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KBS에서 나왔는데요.
김유진/29세: 네
기자: 근데 복장이 슬리퍼를 신을 복장이 아닌 것 같아서요.
김유진: 비가 많이 와서요.
기자: 신발은 어디 있어요?
김유진: 신발은 여기 가방 속에 있어요
기자: 어디서 오시는 길이에요?
김유진: 동탄에서 왔습니다.
기자: 동탄에서?
김유진: 네
내레이션: 구두는 회사까지 가방 속에 곱게 모셔갑니다.
기자: 서울에서 전세 살고 있는데 전셋값 올랐다 이런 얘기 들으시면 어때요?
김유진: 제가 사는 곳이랑 너무 수준이 달라서 올랐다 내렸다 할 때마다 턱 턱 소리나는 가격이어서 좀 놀라죠.
기자: 만약에 돈이 주어져서 서울에 산다고 하면 어디에 살고 싶어요?
김유진: 진짜 돈이 주어진다면요? 당연히 한강이 보이는 한강뷰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기자: 왜 다들 그런 로망이 있을까요?
김유진: 뭔가 성공한 삶으로 보이는 모습이라서?
내레이션: 평일 아침 수서역에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KBS에서 나왔습니다. 잠깐 인터뷰 괜찮으세요? 출근하는 길이에요?
이우준/31세: 네
기자: 어디에서 오시는 길이에요?
이우준: 지역이요? 저 성남에서 왔어요.
기자: 왜 성남에서 다니세요?
이우준: 성남이 개발이 많이 될 거로 생각해서 일단 청약을 노리고 살고 있는 건데, 이런 얘기해도 되는 건가요? 일단은 중간 단계로 성남에 전략적으로 거주하는 거라 서울로 입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저희 세대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요즘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고 특히 결혼이 너무 어렵고 돈이 없다 보니까 그래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우주 속의 지구) 저 행성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사이 위기도 함께 찾아옵니다. 그 목적지는 대한민국, 가장 많은 인구, 가장 고도화된 자원을 가지 도시, 모든 분야에일등을 독차지한 서울은 블랙홀처럼 점점 더 많은 것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서울이 블랙홀이 되어버린 사이, 불평등, 인구감소, 지역의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습니다(하드코어 서울 part 1 블랙홀),
내레이션: SRT 수서역은 서울 남부와 지역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서울의 새로운 관문입니다. 수서역을 깃점으로 서울을 돌아봅니다. 서울의 또 다른 얼굴, 72시간의 기록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KBS 에서 나왔는데요. 오늘 어디 중요한 곳에 가시는 거 같아요.
김신실/32세: 면접이요.
기자: 무슨 면접 보러 가시는 건가요?
김신실: 회사 이적 면접이요.
기자: 어디서 오셨어요?
김신실: 저 대구에서요.
기자: 그럼 지금 대구에 직장이 있는 거예요?
김신실: 네, 대구에 직장이 있어요. 좀 더 사람이 넓은 곳에 있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서울 이적을 준비했어요.
기자: 지금 여행가방에는 어떤 게 들어있어요?
김신실: 오늘 옷가지들, 면접 다 끝나면 정장 갈아입을 옷가지들이요.
기자: 오늘은 이 옷 입고 면접 보시는 거고요?
김신실: 네
기자: 어떻게 좀 자신 있으세요?
김신실: 떨려요.
기자: 앞으로, 서울은 나에게 어떤 곳이 될까요?
김신실: 제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볼 때 되게 서울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냥 계속 그렇게 저에게 서울이 좋은 이미지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기 실망하지 않고 계속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내레이션: 대구에서 서울로 이직이라니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텐데요. 아직까진 낯선 서울,
기자: 저기 3번, 주황색 따라 가시면 될 거 같아요.
내레이션: 곧 익숙해질 수 있겠죠.
기자: 면접 잘 보고 오세요.
김신실: 감사합니다.
부모: 할아버지~ 가보자
아이: 할아버지~
내레이션: 할아버지를 마중 나온 것 같네요.
기자: 몇 살이야?
아이: 1살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서 오시고계셔?
김하온/3세: 부산
김에녹/35세: 맞어 부산, 폐가 좀 안 좋으셔서 부산에서 검사받으니까 폐암 일 수도 있다. 조직검사를 제대로 받아봐야 할 것 같다 라고 하셔서 지금 이렇게 큰 병원으로 오시게 됐는데 아무 일 없으면 좋겠어요.
내레이션: 다급해진 자식은 부산에 계신 아버지를 서둘러 서울로 오시게 했습니다. 조금 큰 병이다 싶으면 서울에 올라가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젠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아버지, 병원도 멀리 멀리 찾아왔습니다. 이곳에선 병원을 향하는 분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수서역 일대에 서울의 주요 병원이 모여 있어 지역 환자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하는 데요. 수서역 바깥에는 인근 대형병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도 있습니다. 짧은 배차 시간에도 늘 길게 줄이 늘어섭니다.
기자: 서울분이세요?
임상준: 아니요 광주, 광주, 아버님께서 암에 걸리셨는데 치료차 왔습니다. 처음에 아버지께서 발병하셨을 때 심각하다고 해서 어차피 올라올 건데 치료를 지방에서 받다가 다음 선택으로 올라오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서울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기자: 왜 광주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하세요?
임상준: 의사 자체가 자기도 어떻게 할게 없다고 말을 하는데 방법을 찾는 거는 어쩔 수 없습니다. 환자 몫이지
내레이션: 지역에서 오는 환자들 중엔 아이가 아픈 경우도 많습니다.
기자: 왜 울산에서 서울까지 병원 찾아 오시는 거예요?
박지희: 둘째가 좀 아파서 울산에서는 해결이 안돼서 올라 왔어요. 진짜 아기를 둘 키우는데 울산에 병원이 너무 열악해요. 그냥 흔한 소아과도 새벽에 4시나 5시에 번호표 뽑으러 뛰어가야 하고 작은 애가 아픈 거는 아예 울산에서는 손을 못 댄다고 하니까 힘들죠. 일반 소아과에서는 탈 수 때문에 수액이라도 맞게 해달라고 하면 그냥 무조건 문전박대하고 나가래요. 맨날 대학병원급을 그 주위를 전전한다 해야 하거나 서울은 너무 멀고
기자: 그럼 아침에 오셔서 진료받고 저녁에 내려가시는 거예요?
박지희: 하여튼 치료받자마자 울산 내려가기 바쁘죠, 쫓겨내려가요, 아무거나 커피 한 잔도 못 마시고 밥도 못 먹고 무조건 내려가요. 왜냐하면 첫째가 있으니까 근데 오늘은 첫째를 데리고 왔어요. 첫째가 너무 우울해해서
내레이션: 아이도 부모님도 상경의 고단함을 함께 겪고 있네요. 지역의 환자들은 SRT 수서역을 통해 더 빠르게 서울 강남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수서역에서 병원으로 연결되는 셔틀 버스는 환자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이동하도록 돕습니다.
-----------------서울지역 5개 주요 상급종합병원---------------
-------------비수도권 진료인원 78만 769명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21년)------------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지역환자는 한 해 80만 명에 달합니다. 의료 상경의 관문이 된 수서역, 수서역 인근의 대형병원들은 지역 환자들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설립 예정지 2028년까지 6,600 병상증가---------------
게다가 수도권엔 6000개 이상의 병상이 증설될 예정입니다. 의료걱정은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수서역은 지역을 빨아들이는 또 다른 블랙홀과 연결됩니다. -–대치동—
1600개가 넘는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대치동, 전국에서 학원이 가장 많은 동네입니다.
------대치동 소재 학원 및 교습소 609개 (출처: 서울시 교육청, 국세통계포털 2023년 5월)------
서울을 넘어 전국 곳곳의 학생들이 대치동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길 가면서도 밥을 잘 먹네요?
송인준/18세: 네,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익숙해졌어요.
기자: 많이 익숙해진 거예요?
송인준: 네
기자: 여기 대치동에서는 생활을 얼마나 했어요?
송인준: 좀 먼 곳에서 그냥 학원만 다니러 온 거라 한 2년 정도는 생활한 것 같아요.
내레이션: 대치동에 있다 보니 밥 먹는 시간을 아끼는 것도 몸에 뱄다고 하네요. 대치동은 이른바 일타 강사 대형학원 과목별 성적별 학원들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길에서도 공부 삼매경인 학생, 대치동엔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요?
기자: 어디 살아요?
조윤수/19세: 저는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습니다.
기자: 노원구면 거기에도 학원들이 꽤 있는데 여기 대치동까지 오는 이유가 있어요?
조윤수: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안타깝게도 노원구에서는 강의를 안 하시고 대치동에서만 하셔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 동네에 와서 수업 듣고 있습니다.
기자: 지역에서도 방학 때 대치동엘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조윤수: 교재 같은 거 무료로 주실 때 멀리서 온 친구들부터 주신다고 해서 창원에서 온 친구 있으니까 주고 마산에서 온 친구 있으니까 무료로 나눠주고 하시더라고요. 이 수업 하나 들으려고 진짜 꼭두 새벽 기차 타고 온 사람도 있구나 알게 됐어요.
내레이션: 지방에서도 대치동을 찾는 건 이제 익숙한 풍경입니다.
기자: 어디에서 왔어요?
박지희/20세: 대구에서 왔어요.
기자: 대구에서 왔어요?
박지희: 학사에 살아서 학사 가는 버스 기다리고 있어요. 입 소문으로는 누가 괜찮다 이런 건 있는데 서울처럼 딱 일타 강사 이타 강사 이렇게 서열처럼 나뉘어 있진 않고 서울처럼 최상위권이 대형 학원에 가는 일이 잘 없어서 대형학원에 가고 싶다고 하면 대구에서는 만족 못해서 서울 가서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내레이션: 최고의 사교육을 받는 서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지방 학생들은 빠르게 대치동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그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김보민/16세: 남양주시 평내동이라는 작은 곳에서 하남시 위례동으로 이사를 오게 돼서 원래는 평내에 있을 때는 작은 가정집에서 하는 학원에 다니다가 이제 이쪽으로 오니까 지하철 타고도 편리하게 다닐 수가 있어서 대치동 학원에 오게 됐어요. 전에 있던 동네 친구들한테 나 대치동으로 학원 다녀 이렇게 자랑했는데 다들 놀라더라고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거냐 그러면서
기자: 원래 대치동에서 학원에 다니는 게 어떤 의미인 거죠? 친구들 사이에?
김보민: 약간 대치동 하면 온 종일 공부하는 사람들만 모인 동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너무 무서웠어요. 처음에 여기 오면 나는 무조건 공부를 잘 해야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공부를 못 하면 나는 사람이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여기 왔어요.
내레이션: 어디에 살든 목표가 무엇이든 모두가 뛰어들고 있는 대치동, 대치동은 입시경쟁의 출발선으로 여겨집니다. 대치동에서 학사라는 말은 조금 다르게 쓰입니다. 이곳은 대학생이 아닌 지방 학생들을 위한 숙박시설입니다.
박옥임/학사원장: 아침 6시 반하고 저녁 11시하고 사감실에서 두 번을 점호해요.
기자: 열어서 애들 상태 확인하시는 거예요?
원장: 열어 놓기만 하면 돼,
내레이션: 처음엔 고시원이었던 게 지방 학생들을 수용하면서 지금의 학사가 되었습니다.
기자: 대부분 학생들이 어디에서 와요? 전국 각지에서 와요?
원장: 전국구죠, 재수를 지역에서 하는 게 한계가 있데요. 그러니까 걔네들이 거기서 하다가 여기로 오는 거예요. 한계 부분이 있어서 선배들한테 물어보면 가라고 한대, 선배들이 대치동으로 가라고
내레이션: 20여 년째 운영중인 이 학사를 거쳐간 지방 학생들만 2천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기자: 여기가 지내는 방이에요?
학생: 네
장연우/20세: 에어컨 있고 침대 있고 씻는 화장실 있고 옷장 있고,
기자: 이거 뭐예요? 홍삼, 이건 꾸준히 먹고 있어요?
장연우: 네, 체력도 중요하니까 사실 대치동에 오면서 비용이 천안에 있을 때보다는 확 떠서 그냥 뜬게 아니라 좀 많이 가격이 나가서
기자: 몇 배 정도 차이나요?
장연우: 거기보다는 그래도 6배, 7배 나는 것 같아요. 목표는 ‘인 서울’
내레이션: 대학도 인서울, 취업도 인서울, 인생의 목표가 서울로 변경된 시대, 서울에서 시작하고 서울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이 커져만 간다. 이 불안이 모두를 서울 블랙홀로 빠져들게 합니다. 우리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선택지, 서울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수서역 水西驛, 늦은 저녁의 수서역,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발매기에 매달리는 사람들로 분주한 손놀림, 이 청년은 무언가에 몰입 중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KBS에서 나왔는데요.
청년: 네
기자: 특이하게 예매하시네요.
황영하/25세: 지금 매진돼서 새로고침 해서 반품되는 거 구매하려고요. 저는 8시거는 잡아놔서 일찍 가 보려고 7시 거 노리고 있거든요.
기자: 7시 기차를?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요?
황영하: 네
내레이션: 상경이 굳은 만큼이나 내려가는 일도 참 쉽지가 않네요.
발매객: 혹시 이렇게 하면 빈차가 떠요?
황영하: 네
발매객: 휴대전화로 도저히 안 되거든,
황영하: 휴대전화보다 이게 좀 더 빠를 거예요.
발매객: 그러니까요, 어머머 예약 가능
황영하: 있다 없다
발매객: 잔여석이 없다죠?
황영하: 아예 표를 못 잡으셨나요?
발매객: 못 잡았어요.
황영하: 그럼 제가 잡히면 한 개 드릴게요. 저는 8시 거 있어서
발매객: 정 안 되면 한 장만이라도 못 구하나?
황영하: 지금 해보면 될 것 같아요.
발매객: 우리 같이 나이 60 넘은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어요. 이게 젊은 사람들이 이러는데 휴대전화만 믿고 있다가 자리를 못 구하고 점점 세상에서 밀려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기자: 어느 분야에서 일하세요?
황영하/25세: 저는 회사를 안 다니고 취업 준비생인데 이번에 금융쪽에 면접 보기 전에 미팅 한 번 하라고 해서 서울 왔어요 미팅은 나쁘지 않았는데 제가 울산이어서 만약에 붙으면 서울에서 일할 테니까 그것도 걱정이고
기자: 집도 구해야 하지, 이것 저것 준비도 해야 하지 울산에서 취업해도 되지 않아요?
황영하: 그렇긴 한데 (15시간 경과)
내레이션: 학원이 끝난 시간 대치동 학생들도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혜원 지금 찍고 있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사실 제가 대구 수성구에서 왔는데 수성구도 대치동이랑 분위기가 조금 비슷하거든요. 공부에 좀 많이 과열되어 있고 학원도 많고 그런 비슷한 분위기인데 대치동이 조금 더 심한 버전이라는 느낌이 조금 들었던 것 같아요. (사교육의 정점), 서울에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모이는 장소다 보니까 내가 그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관점을 가진 사람도 많이 있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성장하고 자극 받고 그런 게 있기 때문에 또 그런 걸 알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울에 많이 오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내레이션: 모두가 서울을 향해 숨가쁘게 달렸던 하루가 저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어디가시는 길인가 해서요.
이건희/27세: 오늘요? 본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기자: 근데 꽃은 왜 들고 가시는 거예요?
이건희: 여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서요.
기자: 본가가 어디이신데요?
이건희: 부산이요, 서울에 취업해서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복장이 진짜 신입사원다워요. 얼마나 되신 거에요?
이건희: 어떤 게?
기자: 취직하신지
이건희: 입사한지 이제 한 달 안됐습니다.
기자: 진짜요? 그래서 뭔가 되게 신입다운 느낌이에요. 어때요, 일은 잘 맞아요?
이건희: 네, 저는 되게 재밋는 것 같아요.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여서 재미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부산에 취직하면 너무 좋은데 생각보다 부산에 마켓팅에 관련된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
기자: 부산에요?
이건희: 네, 서울은 훨씬 더 기회가 많다 보니까 취업을 서울 쪽으로 생각했습니다.
내레이션: 사랑하는 사람과도 고향과도 멀리 떨어져 그리워 해야 하는 삶, 서울살이의 커다란 댓가는 지방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24시간 경과 2023년 8월 12일), 토요일 수서역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어디가는 길이에요?
정한음/19세: 대치동 가려고요.
기자: 어디서 오셨어요?
정한음: 세종이요.
기자: 친구들 반응은 어때요? 대치동에 학원 다닌다고 하면?
정한음: 주변 친구들도 많이 다녀서 딱히 별 말은 없는 것 같아요.
내레이션: 책 가방을 맨 친구가 또 눈에 뜁니다.
기자: 어디 가는 길이에요?
이유빈/19세: 면접 준비하러 가는 길이에요.
기자: 면접 준비하러요? 어디로요?
이유빈: 대치동으로요. 대학교 면접 보는 거 미리 준비하려고 가고 있어요.
나경희/44세: 수능이라는 게 인생에 한 번 밖에 없으니까 자기 원하는 대학교 맞춰서 갈 수 있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는 거 같아서
내레이션: 지방 학생들은 주말을 이용해 대치동으로 원정을 옵니다. 한 때 논술 학원 부흥이 일면서 시작된 대치동 원정, (고입부터 대입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입시 컨설팅 최강자), 지금은 입시전략을 컨설팅 받기 위해 오는 학생들이 많답니다. 대치동이 거대해진 이유는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 왔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독특한 시스템의 학원이 지방학생들을 몰려들게 합니다. 언뜻보면 독서실 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학원입니다. 강의는 없지만 하루 하루 계획을 세워 공부할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학원, 계획대로 잘 하고 있는지 선생님이 틈틈히 확인합니다.
기자: 이 서류들은 다 뭐예요?
박은영/독학재수학원 원장: 학원 학생들 일정표, 저희가 한 달치 씩을 다 짜주고 검사를 이렇게 다 하거든요.
내레이션: 입시가 복잡해진 것 만큼 시간관리도 하나의 경쟁력이 된 건데요.
기자: 연예인 매니저 같은 역할을 하시는 거네요.
박은영: 그렇죠, 요새는 트랜드가 습習 익히고 본인 스스로 공부하는 것으로 지금 많이 가고 있어요. 그래서 독학 학원이라든지 아니면 관리용 독서실 이라든지 관리형 스터디 카페 이런 게 지금 많이 생기는 추세예요. 심지어 초등학생 전용 관리형 스터디 카페도 생겼어요 (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 이 친구도 멀리서 와요 두 시간 넘게 걸려서 와요.
기자: 어디서 왔어요?
학생: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요.
박은영: 덕소에서 하루에 두 시간 반 걸려서 와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와요.
기자: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박은영: 네, 우리 학원은 좀 많아요.
기자: 그 이유가 있어요?
박은영: 과목 중에서 지방 같은 경우는 사회 탐구 전문학원들이 거의 없잖아요. 여기는 굉장히 자세하게 있어요. 한국사 전문학원, 과학도 생명전문학원, 이렇게 다 과목별로 자세하게 있어요. 이런 것들이 다 세분화되어 있죠. 그래서 본인이 과목 중에서 특정한 부분을 고를 수 있어서 학원 다닐 때 되게 유리하죠. 교육의 심장?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대치동에 본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방에 있는 엄마들이나 학생들한테는 호응이 좀 있죠.
내레이션: 대치동이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지역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공부 중인 한 학생을 인터뷰), 이 학생은 강원도 철원에서 왔다고 합니다.
박견우/21세: 항상 어렸을 때부터 대치동, 대치동 이렇게 들어왔으니까 뭔가 잘 가르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그리고 딱 선생님들도 만났을 때 성적을 올려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신 것 같아서 믿음이 좀 컸죠. 제가 원래 문과였는데 한 번 치과대학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재수 기간을 딱 2년 잡고 이번 연도내 기반 다지고 그 다음에 군대에서 군수해서 대학에 갈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게 무슨 얘기죠? 군수라는 게?
박견우: 군대가서 재수
내레이션: 미래가 불안한 만큼 더 확실하고 안정된 길을 붙잡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 목표를 제시하는 대치동으로 오게 되는 것 아닐까요? 점점 더 밀도 높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치동, 피자를 사서 나오는 부모님을 쫓아가 보았습니다. 학원 수업이 끝난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라는 데요.
부모: 딸이 평일에는 학교 다니고, 중계동에 학원 다니고, 주말에는 여기 와서 수학 듣고, 저희는 데리고 집에 가는 거죠.
기자: 아버지 어머니는 주말이 없는 거네요?
김선옥/모: 그렇죠, 딸이 혼자 오면 1시간 반이에요. 데려다 주면 30분 이에요. 시간이 경쟁력이에요. 밥 먹는 시간도 없어요. 차 안에서 먹어야 해요. 왜냐면 아이는 10분 20분도 중요해요. 그 시간에 단어를 외워야 하니까.
부: 차 세운데 알지? 오면 바로 학원 가니? 4시에 간다고? 알았어.
내레이션: 학원이 끝나자 마자 또 다른 학원으로 가야 한답니다. 엄마 아빠 마음이 급해집니다.
김선옥: 우리나라에만 있는 입시제도잖아요. 너무 애들이 다 잘 하니까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딸은 하루에도 5시간 이상을 거의 못 자요. 다른 애들도 다 그럴 거 같아서 너무 짠 해요. (딸이 차에 탑승) 고생했다. 우리 딸,
내레이션: 등 도다겨주는 부모님이 옆에 있으니 이 시간들도 잘 버텨내겠죠. 수서역에서 만났던 학생을 대치동 떡복기 집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정한음/19세: 아침 7시쯤 기차를 타서 수서역에 도착한 다음에 대치동에 바로 지하철 타고 와서 학원 가기 전에 남은 시간 동안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한 다음에 점심 조금 먹고 바로 학원 수업들어간 다음에 이렇게 저녁 먹고 바로 다른 학원 수업 들어가는 편이에요. 맨날 대치동에 자료 받으러 다니고 학원 다니고 이런 게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까지 공부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 많아요. (일원동),
내레이션: 서울에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 있습니다. 수서역에서 이어지는 일원동,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곳입니다. 일원동 거리에서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점숙/아내: 우리 남편이 췌장암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장기간 싸움이에요.
양승대/남편: 서울 살면 집에 갔다가 연락 받고 오면 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집이 전라남도 순천인데 병원까지 가는데 4시간이 걸려버리니까 문제죠.
내레이션: 한 번 올 때 마다 이 많은 짐을 챙겨와야 한답니다.
이점숙: 교수님 진료가 보통 11시쯤 있는데 3시간 전에 채혈해야 하니까 지방에서 멀리 첫 차를 타고 와도 채혈 할 수 있는 시간을 못 맞추는 거예요. 그러니까 하루 전에 미리 오는 거예요.
기자: 그러면 하루 전날 오셔서 어디서 주무시는 거예요?
이점숙: 병원에서
기자: 병원 어디요?
이점숙: 병원 복도, 통로 장의자
기자: 장의자가 다행히 있어요?
이점숙: 팔 길이 없는 장의자, 그것도 경쟁이에요, 경쟁, 병원 때문에 서울 살아야 한다는 말이 정말 그렇구나. 지방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
양승대: 저는 반드시 낫습니다.
기자: 응원하겠습니다.
내레이션: 치료를 마치는 날에야 이 고단한 상경도 끝이 나겠지요. 서울의 대형병원 앞 일원동 주택가, 이곳에 서울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는 지방 환자들이 몰려듭니다. (아이를 안고 부부가 지나감) 이 가족은 어디서 온 걸까요?
이승모/남편: 집 주변 산책하다가 집에 가고 있습니다.
기자: 서울분이세요?
이승모: 아니요, 저희는 광주광역시가 집이에요. 딸이 항암 치료 받아서 한 1년 정도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정은선/아내: 여기가 좀 오래 됐어도 병원 앞이라 월세가 되게 비싸더라고요. 근데 왔다 갔다 하기 편하고 응급실 갈 일도 종종 있고 그래서 가까운 게 이점이 커서 부담되지만 지내고 있어요.
내레이션: 수시로 변하는 아이의 컨디션 때문에 기꺼이 병원 앞 서울 살이를 택했습니다.
정은선: 남편은 육아 휴직을 하고 있고 저는 가끔 일하다가 지금은 둘 다 전혀 일 안하고 아이 치료에만 집중해서 하고 있어요.
내레이션: 소아암 환자의 70%가 치료를 위해 서울을 찾습니다. 지역병원에는 소아암 전문의가 손에 꼽을 수준입니다. 의료 상경이 늘어나는 만큼 지방 환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언제부터 그런 지방에서 병원 때문에 올라오시는 분들이 많이 모이셨어요. 이 동네에?
김명심: 병원 별관 암 병동 생기면서부터 온 것 같아요. 그게 2008년도에 생겼을 거예요. 암 병동이 방 가격대는 적게는 80만원 많게는 150만원 까지 있어요. 큰 병원들이 이 주변에도 많이 있잖아요. 그쪽도 마찬가질 거예요.
내레이션: 환자 전용숙소에 머물고 있다는 분을 만났는데요.
정천우: 저는 부산에서 왔어요.
기자: 왜 서울까지 오셨어요.
정천우: 아무래도 여기 병원이 암 쪽으로는 잘 한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지방 보다는 서울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오게 됐어요.
기자: 이렇게 한 달 머무리시면 비용은 어느 정도예요?
정천우: 한 달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20만원,
기자: 비싸죠?
정천우: 비싼데, 일단 안에 시설은 다 돼 있어요. 몸만 오면 되니까 편해요.
내레이션: 부산을 떠나와 아내와 함께 두 달째 머물고 있는 숙소인데요.
정천우의 아내: 직장암 3기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수술은 여기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수술하려고 하니까 바로 수술이 안되고 방사선하고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니까 올라오게 됐어요. 부산에서 여기까지 매일 이렇게 못 다니잖아요.
내레이션: 수술 전까지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하다보니 비용이 더 들어도 병원 가까이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지역에서 치료받을 생각은 없었을까?
정천우: 지방에도 좋은 의료시설이 갖춰 있으면 당연히 부산에 가죠. 똑 같은 조건 같으면 부산 집 근처에서 받고 싶죠.
내레이션: 서울로의 의료 상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랍니다. 환자들의 고달픈 서울 살이가 늘어 나면서 한 재단은 소아환자들을 위한 무료주거시설을 마련했습니다.
기자: 선생님 언제 서울 오셨어요?
송태호: 2월 23일에 올라와서 수술하고 3월 말쯤에 여기 병원에 방사선 치료 받는다고 이쪽으로 옮겼어요.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뇌종양 이라고 처음에 진단 받아서 피부에 와 닿는 큰 병이니까 무조건 올라온 거예요. 처음에는 수술하는 거라서 한 달 넘게 그냥 입원 이었어요. 그래서 아내는 아이와 같이 입원하고 저는 차에서 있었고 묵을 데가 따로 없잖아요.
기자: 차에서 지내셨다고요?
송태호: 네
기자: 그 기간이 어떻게 된다고요?
송태호: 한 달, 근데 저 같은 사람이 정말 많아요. 아니면 거기 병원 복도에서 쪼그려서 쪽잠 자는 분들도 더러 계시고,
내레이션: 서울은 최고의 서비스를 독식한 채 지역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고생과 비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 밖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점점 더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습니다. 강남 거리에서 발견한 지역 번호판—대구 서---
기자: 안녕하세요, 아니 번호판이 대구네요.
택배기사: 네
기자: 대구에서 오신 거예요?
택배기사: 네
기자: 오토바이 어떻게 갖고 왔어요?
택배기사: 타고 올라왔죠.
기자: 그게 가능해요?
택배기사: 네,
기자: 선생님은 어디서 올라오셨어요?
택배기사1: 대구에서 올라왔습니다.
기자: 왜 대구에서 서울까지 와서 이렇게 일을 하세요?
택배기사1: 지방에 일이 많이 없습니다. 수도권 자체가 단가가 조금 높아요.
기자: 그래요? 어느 정도 차이 나는데요?
택배기사1: 차이가 많이 나죠. 피크 시간대 금액 자체가 달라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고 지방 사람도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내레이션: 배달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는 같은 시간 일을 해도 더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서울만 바라보는 시대, (53시간 경과), 배달 라이더들의 이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기자: 실례지만 혹시 고향이 어디에요? 어디서 오셨어요?
정단우: 강원도요.
기자: 강원도?
정단우” 강원도. 원주에서 왔습니다. 지금 월세 하나 얻어 살아요. 여기는 너무 비싸요. 다리 건너 영동 대교 바로 건너서 그쪽에서 살고 있어요.
내레이션: 서울은 벌이가 좋은 반면 정착 비용이 많이 듭니다. 높은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더 부지런히 달릴 수 밖에 없겠죠.
기자: 지금 정면에도 엄청 고층 빌딩들 많은데 처음 서울 오고 어떤 느낌이었어요?
정단우/택배기사: 일단은 저는 자동차가 너무 많다는 것과 길이 막힌다는 것, 그 자체가 솔직히 좀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됐어요. 원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평일에는 죽어나요. 회사차들 출근시간, 퇴근시간, 점심시간에도 바빠요. 강남에는 학원가가 많아서 특히 대치동이나 이런 곳은 거의 마비예요. 마비, 사는 게 한편으로 부러워 보이기도 하고요. 이런 곳은 근데 너무 복잡해요. 솔직히 솔직히 말하자면 저한테는 여기가 낯선 곳이잖아요. 낯선대 혼자 낙동강 오리알 처럼 있는 그런 느낌
기자: 지방에서도 강남에서의 벌이를 할 수 있다면 어디서 살고 싶어요?
정단우: 그렇다면 저는 솔직히 지방이요. 돈벌이 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올 수 밖에 없으니까
내레이션: 대치동 학원가는 주말에도 바쁘게 돌아갑니다. 첫날 방문했던 학사를 다시 찾아가 봤는데요. 짐을 챙겨 나가는 한 학생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학생 어머니: 그러면 겨울 방학 때 두 달이요.
기자: 얼마나 있다 가시는데 이렇게 짐이 많아요?
학생 어머니: 한 달이요.
기자: 아이는 공부하러 갔어요?
학생 어머니: 네
기자: 이제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학생 어머니: 세종시요. 방학 때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오고 있어서 아들도 여기가 계속 익숙해요.
기자: 다른 데 안 가고 여기 온다고 하나요?
학생 어머니: 네, 그래서 제가 혹시 지겨우면 다른 데 가볼까 했는데 그냥 계속 여기 오겠다고, 할머니와 의리가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내레이션: 집에서 나와 대치동 작은 방에서 지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일이랍니다. 지금은 떠나지만 곧 다시 돌아오겠지요. 서울을 떠나는 또 한 가족,
기자: 혹시 어디 갔다 오시는 길이에요?
김홍수/50세: 야구 보러 잠실에요, LG 팬이라서 부산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어요.
기자: 이겼어요?
김홍수: LG가 이겼어요.
기자: 아버님은 어디 편이신데요?
김홍수: 부산인데 롯데죠, 금요일에 서울 와서 금, 토, 일요일 세 경기 다 했는데 세 경기 다 LG가 이겼습니다.
기자: 세 경기 다 보신 거예요? 따님이랑?
김홍수: 이놈 혼자만 신났어요.
기자: 나중에 커서 서울로 가봐야겠다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김채윤/부산 학생: 네, LG가 홈경기장이 서울에 있으니까 서울에서 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기자: 아빠 엄마는 부산에 있는데~
김채윤: 네,
기자: 그래도 야구 보려고 서울에서 살고 싶어요?
김채윤: 네
기자: 아드님은 ‘인 서울’ 생각있으세요?
김태현/16세: 할 수 있으면 해야죠.
기자: 왜요?
김태현: 돈 많이 벌어야 해요.
내레이션: 두 아이들은 곧 떠나 보낼 것 같아, 서운한 아빠, 그래도 오늘밤은 부산행 기차를 탑니다. 지역은 부모가 지키고 자식들은 서울로 떠나가는 상경 시대,
기자: 서울에 오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정광봉/62세: 97년도 부터요.
기자: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정광봉: 전라북도요.
기자: 가족들은 어디 있어요?
정광봉: 다 지방에 있어요.
기자: 가족들을 서울로 옮겨서 같이 살 생각은 안 하셨나요?
정광봉: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나는 내 고향이 좋으니까, 나는 주소도 안 옮기고 다녀요. 시골은 자꾸 폐가가 많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고령화가 되고 연령층이 자꾸 높아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인프라가 자꾸 없어지게 됐거든요. 지금 소도시부터, 농촌부터 소멸이 되고 있잖아요. 근데 그게 차츰 차츰 서울로 이렇게 올라오는 거잖아요. 도시로, 그러니까 잘못 되어가는 거고 결국 서울도 소멸하게 될 그런 소리가 있죠.
내레이션: 국민들에게 서울이라는 단 하나의 카드만 제시하는 대한민국, 서울은 전국의 청년들을 끌어들이면서도 다시 출생률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역설이 서울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71시간 경과 2023년 8월 14일), 다시 한 주가 시작됩니다. (학사에 박견우(21세) 학생이 입실), 서울을 살아가는 이들은 어떤 다짐을 하고 있을까요?
기자: 잘 잤어요? 어젯밤에 몇 시까지 공부했어요?
박견우/21세: 어젯 밤에 11시 반까지 하고 들어갔어요. 지금 94일? 수능까지 남은 94일 동안에 일단 스스로 자신이 94일 동안 최선을 다 했는지 정말 모든 걸 쏟아 부었는지는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에 94일 뒤에 일단 후회하지 않는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려고요.
내레이션: 수서역에는 오늘도 병원을 찾아 상경한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일찍부터 이렇게 병원 가시려고 나오신 거예요? 오늘 첫 차로 오신 거예요?
부부: 네, 동탄에서 6시 40분 차였나? 그랬던 것 같아요.
기자: 어디 편찮으셔서 병원에 가시는 거예요?
부부: 제가 1년에 한 번씩 대장암 때문에 검사를 받는데 오늘 받는 날이어서 왔습니다.
기자: 어떤 한 주가 됐으면 좋으시겠어요?
부부: 일단은 병원 올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건데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고 그런데 일단 가장 건강한 게 좋은 거 같고요. 이번 주도 저랑 아내랑 안 아프고 안 다치고 건강한 한 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내레이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 이 평범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는 먼 길을 달려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혹시 어디 가시는 거예요?
이주현/47세: 지금 삼성 중앙역에 가고 있습니다.
기자: 이렇게 무거운 짐은 왜 들고 가시는 거예요?
이주현: 제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거라서 취직하러요
기자: 취직하셨어요?
이주현: 네
기자: 오늘이 첫 출근이에요?
이주현: 네
기자: 축하드립니다.
이주현: 사실 어제 잠을 못 잤어요.
기자: 왜요?
이주현: 새롭게 출발하니까 설레기도 하고 소풍 가는 기분같이 그랬어요.
기자: 처음에 뭐라고 하실 것 같아요?
이주현: 첫 마디가 부산 촌놈이 서울에 왔는데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촬영종료 2023년 8월 14일),
내레이션; 일자리를 찾아, 병원을 찾아, 교육을 찾아, 오늘도 누군가는 머나먼 상경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똑 같은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끝. (KBS 다큐인사이트 148회 하드코어 서울 part1 블랙홀에서 정리).
내용요약
① 2023년 8월 11일, 서울 수서역, 오전 7시, 수서역의 아침이 시작된다. 지방 각지에서 출발한 첫 기차가 서울 수서역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승객이 꽉 들어찼다. 어떤 이유로 이른 아침부터 서울로 향하는 걸까. 평일 아침 수서역에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우주 속의 지구, 저 행성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 사이 위기도 함께 찾아온다. 그 목적지는 대한민국, 가장 많은 인구, 가장 고도화된 자원을 가지 도시, 모든 분야에 일등을 독차지한 서울은 블랙홀처럼 점점 더 많은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서울이 블랙홀이 되어버린 사이, 불평등, 인구감소, 지역의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SRT 수서역은 서울 남부와 지역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서울의 새로운 관문이다. 수서역을 깃점으로 서울을 돌아본다. 서울의 또 다른 얼굴, 72시간의 기록이다. 다급해진 자식은 부산에 계신 아버지를 서둘러 서울로 오시게 했다. 조금 큰 병이다 싶으면 서울로 올라가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젠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아버지, 병원도 멀리 멀리 찾아왔다. 이곳 수서역에선 병원을 향하는 분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수서역 일대에 서울의 주요 병원이 모여 있어 지역 환자들이 많이 올라온다. 수서역 바깥에는 인근 대형병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도 있다. 짧은 배차 시간에도 늘 길게 줄이 늘어선다.
② 지역에서 오는 환자들 중엔 아이가 아픈 경우도 많다. 아이도 부모님도 상경의 고단함을 함께 겪고 있다. 지역의 환자들은 SRT 수서역을 통해 더 빠르게 서울 강남으로 진입하고 있다. 수서역에서 병원으로 연결되는 셔틀 버스는 환자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서울지역 5개 주요 상급종합병원, 비수도권 진료인원 78만 769명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21년),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지역환자는 한 해 80만 명에 달한다. 의료 상경의 관문이 된 수서역, 수서역 인근의 대형병원들은 지역 환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설립 예정지 2028년까지 6,600 병상증가, 게다가 수도권엔 6000개 이상의 병상이 증설될 예정이다. 의료걱정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수서역은 지역을 빨아들이는 또 다른 블랙홀과 연결된다. 대치동, 1600개가 넘는 학원이 밀집되어 있는 대치동, 전국에서 학원이 가장 많은 동네다. 대치동 소재 학원 및 교습소 609개 (출처: 서울시 교육청, 국세통계포털 2023년 5월), 서울을 넘어 전국 곳곳의 학생들이 대치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대치동에 있다 보니 밥 먹는 시간을 아끼는 것도 몸에 뱄다. 대치동은 이른바 일타 강사 대형학원 과목별 성적별 학원들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길에서도 공부 삼매경인 학생, 대치동엔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③ 지방에서도 대치동을 찾는 건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최고의 사교육을 받는 서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지방 학생들은 빠르게 대치동으로 진입하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그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에 살든 목표가 무엇이든 모두가 뛰어들고 있는 대치동, 대치동은 입시경쟁의 출발선으로 여겨진다. 대치동에서 학사라는 말은 조금 다르게 쓰인다. 이곳은 대학생이 아닌 지방 학생들을 위한 숙박시설이다. 처음엔 고시원이었던 게 지방 학생들을 수용하면서 지금의 학사가 되었다. 20여 년째 운영중인 한 학사를 거쳐간 지방 학생들만 2천명에 이른다. 대학도 인서울, 취업도 인서울, 인생의 목표가 서울로 변경된 시대, 서울에서 시작하고 서울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이 커져만 간다. 이 불안이 모두를 서울 블랙홀로 빠져들게 한다. 우리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선택지, 서울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걸까. 수서역(水西驛), 늦은 저녁의 수서역,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발매기에 매달리는 사람들로 분주한 손놀림, 한 청년은 무언가에 몰입 중이다.
④ 학원이 끝난 시간 대치동 학생들도 집으로 돌아간다. 모두가 서울을 향해 숨가쁘게 달렸던 하루가 저문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고향과도 멀리 떨어져 그리워 해야 하는 삶, 서울살이의 커다란 댓가는 지방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2023년 8월 12일, 토요일 수서역의 하루가 시작된다. 지방 학생들은 주말을 이용해 대치동으로 원정을 온다. 한 때 논술 학원 부흥이 일면서 시작된 대치동 원정, 고입부터 대입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입시 컨설팅 최강자, 지금은 입시전략을 컨설팅 받기 위해 오는 학생들이 많다. 대치동이 거대해진 이유는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독특한 시스템의 학원이 지방학생들을 몰려들게 한다. 언뜻보면 독서실 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학원이다. 강의는 없지만 하루 하루 계획을 세워 공부할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학원, 계획대로 잘 하고 있는지 선생님이 틈틈히 확인한다. 입시가 복잡해진 것 만큼 시간관리도 하나의 경쟁력이 되었다. 대치동이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지역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 만큼 더 확실하고 안정된 길을 붙잡고 싶다. 그러니 이 목표를 제시하는 대치동으로 오게 되는 것 아닐까. 점점 더 밀도 높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치동, 피자를 사서 나오는 부모님을 쫓아가 보았다. 학원 수업이 끝난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다. 학원이 끝나자 마자 또 다른 학원으로 가야 한다. 엄마 아빠 마음이 급해진다. 등 도다겨주는 부모님이 옆에 있으니 이 시간들도 잘 버텨내겠다. 수서역에서 만났던 학생을 대치동 떡복기 집에서 다시 만났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⑤ 서울에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 있다. 수서역에서 이어지는 일원동,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곳이다. 일원동 거리에서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부부를 만났다. 한 번 올 때 마다 이 많은 짐을 챙겨와야 한다. 치료를 마치는 날에야 이 고단한 상경도 끝이 나겠다. 서울의 대형병원 앞 일원동 주택가, 이곳에 서울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는 지방 환자들이 몰려든다. 수시로 변하는 아이의 컨디션 때문에 기꺼이 병원 앞 서울 살이를 택했다. 소아암 환자의 70%가 치료를 위해 서울을 찾는다. 지역병원에는 소아암 전문의가 손에 꼽을 수준이다. 의료 상경이 늘어나는 만큼 지방 환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환자 전용숙소에 머물고 있다는 분을 만났다. 부산을 떠나와 아내와 함께 두 달째 머물고 있는 숙소이다. 수술 전까지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하다보니 비용이 더 들어도 병원 가까이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지역에서 치료받을 생각은 없었을까. 서울로의 의료 상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환자들의 고달픈 서울 살이가 늘어 나면서 한 재단은 소아환자들을 위한 무료주거시설을 마련했다. 서울은 최고의 서비스를 독식한 채 지역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고생과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밖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점점 더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강남 거리에서 발견한 지역 번호판---대구 서--- 배달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는 같은 시간 일을 해도 더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다. 모두가 서울만 바라보는 시대, 배달 라이더들의 이른 하루가 시작된다. 서울은 벌이가 좋은 반면 정착 비용이 많이 든다. 높은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더 부지런히 달릴 수 밖에 없다.
⑥ 대치동 학원가는 주말에도 바쁘게 돌아간다. 첫날 방문했던 학사를 다시 찾아가 봤다. 짐을 챙겨 나가는 한 학생 어머니를 만났다. 집에서 나와 대치동 작은 방에서 지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지금은 떠나지만 곧 다시 돌아오겠다. 서울을 떠나는 또 한 가족, 두 아이들은 곧 떠나 보낼 것 같아, 서운한 아빠, 그래도 오늘밤은 부산행 기차를 탄다. 지역은 부모가 지키고 자식들은 서울로 떠나가는 상경 시대, 국민들에게 서울이라는 단 하나의 카드만 제시하는 대한민국, 서울은 전국의 청년들을 끌어들이면서도 다시 출생률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역설이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이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된다.
⑦ 수서역에는 오늘도 병원을 찾아 상경한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 이 평범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는 먼 길을 달려온다. 일자리를 찾아, 병원을 찾아, 교육을 찾아, 오늘도 누군가는 머나먼 상경을 감행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똑 같은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