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답게! 해운대답게!
뿌리에 걸맞은 슬로건 기대
부산시는 2026년까지 610억 원을 투입해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글로벌 허브도시에 걸맞게 공공디자인 혁신을 통해 도시 품격을 갖추고 시민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여기에 맞춰 내걸고 있는 슬로건도 점검해 보면 어떨까?
글로벌 허브도시가 위치한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고 북쪽만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거대한 고목나무로 본다면 한반도는 고목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 그러면 한반도는 마치 큰 나무의 뿌리가 조용히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다.
그렇게 볼 때 부산은 뿌리 중에서도 뿌리다. 광활한 태평양의 기운이 부산을 통해 전 대륙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부산을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이라 했던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아시안하이웨이의 첫 출발지가 부산이며 일본이 대륙 진출을 위해 꿈에도 그렸고 지금도 그리는 곳이 부산이다. 부산 시민은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출발지임과 동시에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뻗어가려는 태평양의 기운을 비축하고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소중한 곳에서 위대한 역할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면 부산을 상징하는 슬로건 역시 부산이 소중한 곳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에서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로 부산의 슬로건이 바뀌었다. 나름 좋은 의미를 담고 있긴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러한 부산의 소중함을 충분히 담고 있다고 보기엔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고목의 뿌리요, 첫 시작점인 부산의 슬로건이 이렇게 약해서야 체면이 서질 않는다. 뿌리가 나무줄기에 물을 올리는 그 힘, 출발지의 기상이 서린 슬로건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 해운대는 뿌리 중의 보석이다
해운대의 슬로건은 어떤가? 이미 관광지로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곳이 해운대다. 그렇다면 해운대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뿌리의 위대함을 펼쳐 보이면 어떨까?
2005년에 해운대구는 ‘선 앤 펀 해운대(Sun & Fun Haeundae)’를 슬로건으로 지정했다. 이후 해운대구정 슬로건은 민선 6, 7, 8기를 거치면서 ‘행복도시 해운대’, ‘사람중심 미래도시 해운대’, ‘살기 좋은 도시, 오고 싶은 도시 해운대’로 변모했다. 해운대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뿌리의 보석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슬로건은 스스로 안주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 지구촌의 사람들이 해운대로 괜히 몰려드는 것이 아니다. 뿌리 중의 보석에 이끌려 오는 것이다. 보석의 주인으로서 해운대를 더욱 빛낼 멋진 슬로건을 열망한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