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어도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은
숨도 못 쉰다.
그래도 사람이 나무보다 크냐?
사람이 없어도 강은
유유히 흐른다
강물이 없으면 사람은
목말라 죽는다.
그래도 사람이 강보다 크냐?
- 이현주, <대답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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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선교주일을 맞이합니다.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는 자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이룩해놓은 문명이 얼마나 허망한 바탕 위에 서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린 생태계라는 거대한 생명의 그물망에서 점 하나와 같은 존재로 있을 뿐인데, 자신들의 이익과 효율, 편리를 위해 거리낌없이 우리네 삶의 바탕이 되는 생태계를 마구 헤집어 놓았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간 지구상 모든 생명이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자연은 지금 여러 사인(sign)을 보내고 있건만 인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욕망으로 점철된 삶을 돌이키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하다 여기기에 이토록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을 소비하려고만 할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가 이젠 그리 많지 않습니다. 획기적인 삶의 전환이 아니고서는 이 생태계가 회복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지금의 심각한 기후위기의 현실은 우리들 인류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이 지구별이 다시 살아나느냐 모든 생명이 공멸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이렇게 세상을 만들어 놓은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모든 죄는 교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인류 최초의 죄도 하나님처럼 되고자 했던 교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아담의 후예인 가인도 예배를 드릴 줄 아는 이였지만, 그는 예배의 주도권을 자신이 가지려 했습니다. 예배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지요. 오직 하나님만이 예배의 주도권을 갖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예배를 받으시기도 하지만, 받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인은 자신의 예배를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불만이 가득했고, 하나님께 어찌 할 수 없기에 대신 동생 아벨을 죽이기까지 했던 것이지요. 모두 교만입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다고 하나, 이 말이 인간이 하나님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하나님의 성품, 즉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그러나 인류는 마치 자신이 하나님인양 처신했습니다. 우린 주변의 생명들을 돌보고 가꾸는 생명 청지기로 부름 받았지만, 생명들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수단화해버렸습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세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연약하고 흔들리는 존재이던가요. 이현주 목사님의 시 <대답해 보아라>는 이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린 나무가 없으면 숨도 못 쉬는 존재입니다. 우린 강이 없으면 목말라 죽는 존재입니다. 생명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지만, 생명이 생명 되게 하는 바탕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바탕이란 더 근원적인 것입니다. 그것이 없이는 개체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무, 강들은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가며 뭇 생명들의 바탕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린 그것들을 마구 더렵혀놓았습니다. 이는 하나님을 더럽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환경선교! 이것은 우리의 바탕을 든든히 세우는 일입니다. <202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