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옥 | 2013-09-17 22:14:54, 조회 : 1,918, 추천 : 245 | |
2013년 9월 14일 토요일…
오늘은 지난주 간현에 이어 포천으로 야영을 들어간다..
내일은 산빛산악회에서 대암벽 교육을 받고 있는 상호와 명희의 졸업식이 있어서
졸업 축하겸 격려차 산행지를 포천 채석장으로 잡았다..
합정역에서 7시 20분쯤 진택형과 지호와 함께 포천 은수형님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은수형님과 창연형이 우리들이 배고플까봐 밥이며 꽁치김치찌게며
삼겹살이며 맛있는 김치며 두루두루 준비해놓고 계셨다...
저녁을 먹으며 이어지는 술자리..
좋은 사람들과 기분좋게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마시던 술자리는
산빛산악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적당히 분위기가 좋을 무렵 술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마무리 하면서 잠이들었다..
아침에 부산한 인기척에 깨어보니 은수형님과 진택형이 온천에서 온천욕 하고
해장국 먹고 들어오자고 나가자고 하신다..
지난 몇일 잠을 제대로 못자서 잠이 무척이나 고팟던 나는 다녀오시라고
잠결에 대답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있다 깨어보니 창연형이 먼저 일어나 어제 먹고 마셨던 자리를 치우고 있다..
함께 치우고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고 났더니 은수형님과 진택형 지호가
온천욕을 하고 돌아와 해장국이며 비빔밥을 포장해 오셔서
그것으로 창연형과 나는 아침을 맛있게 먹고 채석장으로 향했다.
동생들 먹이겠다고 아침을 챙겨서 들고 온 그 마음이 고맙고 감사하다...
가는 도중에 필요한 먹거리를 좀 사서 들어갔다…
채석장으로 가는 길목.. 주차할 수 있는 막바지쯤 도착하자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 도착한 해란언니, 순학형님, 일용형, 경옥이, 승현이가 보인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진것 같기는 하지만 점심무렵이 되니 햇살이 따갑다..
주차를 하고 채석장으로 가는 짧은 어프로치에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채석장에 도착해 선생님과 강사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숨을 좀 돌리고..
교육생들과 선생님들께 준비해간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돌리고 있으니
저기 멀리서 동호가 걸어오는게 보인다..
등반하러 올라갔다고 했는데 벌써 내려왔다..
그런데 옷은 시커멓게 숯덩이에 긁힌 흔적과 팔이며 팔꿈치에 상처가 나있다…
30미터 벽을 인공등반으로 오르다 훅이 빠지면서 추락을 먹고 다쳤다고 한다..
상처가 심하거나 깊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몇일 쓰리고 고생할것같다..
한동안 교육장에서 이얘기 저얘기 담소를 나누다
자리를 펼려고 하니 아무래도 교육장 옆에서 자리를 펼치는건 그렇다 싶어
멀치감치 그늘도 있도 물도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 여름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잘 다져졌던 길이며 냇가가 다 씻겨내려가서
엄청난 돌들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막 뒹굴고 쳐박혀 있다..
각자 들고온 먹거리와 아침에 준비한 먹거리를 모아놓고 점심식사 준비를 했다.
아침에 늦으막이 출발을 했더니 벌써 점심 끼니때가 다 되었다.
송지호 쉐프의 능수능란하 손놀림은 금새 꽁치김치찌게며..
삼겹살로 볶은 김치 두루치기며.. 라면이며.. 기타등등
거한 만찬상이 뚝딱 차려졌다..
만찬을 즐기며 가볍게 한잔씩 돌리고…
이예기 저얘기 하면서 술기운이 깰때쯤 창연형이 아사달 노래를 불러서
일부는 장비를 착용하고 아사달로 향했다..
선등을 승현이가 붙었는데 승현이는 이 루트가 처음이라 꽤 고전하고 있다..
그래도 승현이는 악착같이 추락을 하며서도 끝끝내 올라간다… 참 멋있다.
등반팀이 등반을 하는동안 나는 교육장으로 내려가 교육을 받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파란 가을하늘의 색과.. 여기저기 피어난 들꽃과.. 고추잠자리와..
그런 가을의 느낌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고 있었다...
날씨가 무척 덥다.. 바람이 없으니 더 더운것 같다..
교장선생님은 교육을 하시면서 땀을 쏟으며 교육을 받는 교육생들에게
'하늘을 봐라~ 하늘 빛이 멋있다야~'.. 그러신다..
역시 교장선생님은 멋을 풍류를 즐길줄 아는 분이다..
상호는 땀을 흘리며 진지하게 교육을 받고 있고
명희는 눈과 맥이 풀려서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도 어샌딩을 할때는 조그만 체구인데도 자세가 나오면서 능숙하게 잘 올라간다..
ㅎㅎ 역시 교육의 힘은 그런것 같다..
상호의 느낌도 함께 등반할때와는 다르게 진지함과 실한 알멩이가 들어있는..
그런 느낌을 느끼게 한다..
좋은 선생님이 있다는것.. 그런사람을 닮고자 노력하는것..
그리고 궁극엔 자신이 그런사람이 되는것..
정승권등산학교의 교육은.. 정승권 교장선생님은 교육때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여러분에게 등반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짧은 시간에 다 가르킬수도 없고..
나는 여러분에게 어디로 가야할지를 가리키는 사람입니다..'라고..
그래서 교육이 끝날때쯤엔 등반의 기술도 늘어있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의 자세가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했다…
산을 대하는 마음과.. 함께 산행을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기타 등등..
4시 30분에 졸업식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리를 정리하고 식기를 닦고
쓰레기를 분리하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졸업식 시작이 가까워질 무렵에 등반팀이 내려와 각자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졸업식장으로 이동하니 경옥이와 해란언니가 열심을 들꽃을 꺽어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상호와 명희에게 줄 꽃다발 두개를 만들었다가
축하해줄 사람들이라곤 산빛산악회 인원과 골수의 영철형이 전부라서
꽃다발은 졸업생 인원수 만큼 만들어졌다..
졸업식이 시작되고 졸업장을 받은 졸업생들에게 꽃다발을 나눠주고 있는데
영철형이 버드빅으로 목걸이를 졸업생 갯수만큼 만들어와서 하나씩 나누어주고 계신다..
ㅎㅎㅎ 영철형은 역시 센스쟁이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ㅎㅎ
영철형~ 이런건 금으로 만들어야지~^^
그렇게 졸업식이 끝나고 기념촬영도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저녁은 머시깽이냐 뭐.. 유명하다는 짬뽕집에서 짬뽕과 탕수육을 시켜서 먹었는데
시내에서 먹는것보다는 나은 맛이지만 이 맛이 그렇게 훌률하다고 느낄만큼의 맛은
아니지 않나 싶은데.. 나만 그런가.. 가게엔 사람들이 꽉 찰만큼 많은걸 보니
맛은 있는 집인가보다..ㅎㅎ
그렇게 맛있게 저녁을 마치고 차를 나누어타고 서울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차분하게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니
평소와 다르게 즐거운 마음보다 머릿속도 마음속도 복잡하고 마음이 무겁다..
쉬이 잠이 올것 같지가 않다…
한잔 하고 자야겠다..
그러면 편한 맘으로 잠이들 수 있을까..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산빛이 변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있으면 산빛의 개성있는 다양한 초록의 색들이 바래져서
시들고 말라버린 갈색 하나의 색으로 산빛이 변해갈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의 싹을 띄우는 충분한 양의 거름도 되겠지만
자칫 온 산을 다 태워버릴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불씨의 양분이 될수도 있다.
정성껏 가꾸고 키우고 울창한 숲을 이루기까지 100년이 걸린다면
그것을 다 태워버리는데는 한 순간일것이다…
나는 그 아름답고 개성있는 산과 산빛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랫동안 보길 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열정과 희생으로 아름답게 가꿔서 물려받은 이 산을..
거기서 보았던 아름다운 산빛의 모습을 어느 누군가 자칫 실수와 오판으로
태워버리지 않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그 산엔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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