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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theqoo.net/square/218386514
<동주> 대본을 본 첫 느낌은 어땠나?
충격을 받았다. 나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하얗고 천사같고 우주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동주> 속 윤동주 시인은 송몽규에게 열등감이나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그도 어쩌면 그 시절에 살았던 젊은이일 뿐인데 그런 것은 다 배제하고 이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놨다는 걸 반성하게 됐다. ‘윤동주 시인도 일제강점기의 실제 젊은이였을텐데 당연히 이런 기분을 느꼈겠지, 맞아 맞아’ 하며 대본을 읽었다. 그의 내면을 다뤄준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가 당신에겐 어떻게 느껴졌나?
‘별 헤는 밤’과 ‘서시’를 가장 좋아했다. 집에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버전 별로 구비해둘 정도로 그 시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영화 촬영 하면서 좋아하는 시가 바뀌었다. ‘자화상’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자화상’ 속 사나이가 당연히 윤동주 본인을 가리키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 사나이는 송몽규더라. 신연식 감독님의 필력이 아니고서야 이런 식으로 시를 해석할 수 있었을까.
민족의 시인 윤동주를 연기하는 게 참 어려웠을 것 같다.
<동주>라는 영화는 한 마디로 부담감과 중압감 그 자체였다. 촬영이 다가오면서 부담감이 점점 더 심해졌다. 도망갈까, 잠수탈까 고민할 정도였다. 제대로 잠을 잔 기억도 없다. 자려고 하면 찍었던, 찍어야 할 장면들이 생각나더라. 감독님이 OK 한 장면은 내 평생 지울 수 없게 된다. 그 장면이 윤동주 시인을 대변하게 된다는 게 제일 겁났다. 한 번 촬영하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몽롱해졌다. 19일 만에 찍어서 참 다행이다.
이후에 3개월 동안 쉴 수 있어서도 다행이다(웃음).
머리도 기를 겸 푹 쉬었다(웃음).
이준익 감독님이 잡아주지 않던가?
감독님의 장점은 디렉션을 하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캐스팅을 해 연기자를 역할에 배치시키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하시더라. 그 이후부터는 배우에 대한 믿음으로 영화를 촬영하신다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내 스스로를 더 다그치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이준익 감독님의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제약이 많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대본 자체에 지문이 많이 없다 보니 혼자 생각할 거리들이 많았고 덕분에 윤동주 시인에게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본 첫 리딩할 때 많이 울었다던데.
리딩을 몰입해서 읽진 않잖나. 그런데 중간 이후부터 감정이 복받치기 시작하더라. 대본의 맨 마지막이 ‘서시’로 끝난다. ‘서시’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를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게 다 (박)정민이 형 때문이다(웃음). 그 부분을 읽으며 정민이 형을 돌아보는데 형이 감정에 취해서는 울먹이고 있더라. 가뜩이나 대본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형이 우는 걸 보니까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거짓말 하지 않고, 리딩할 때 운 건 처음이다. 어떤 걸 해도 울지 않았는데…….
많이 몰입했었나보다.
후시 녹음의 마지막 차례가 ‘서시’였다. 일단 시를 녹음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윤동주 시인의 삶은 몰라도 ‘서시’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70%가 알고 있다고 하잖나. 그 시를 내 목소리로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장난 아니더라. 시 하나 녹음하는 것도 정말 오래 걸렸다. 내 감정이 진실 되지 못하거나 거짓말하는 것 같을 때는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연기보다 더 몰입했다. ‘서시’를 읽을 때는 첫 운이 떼이질 않았다. ‘죽는 날까지’의 시구가 목에서 막혔다. 내가 이걸 내뱉는 순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는, 내가 사랑하는 ‘서시’가 내 목소리로 대변될 것 같았다. 저마다 갖고 있는 마음 속 음성들에 먹칠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참 애먹었다.
개인적으로도 계속 연습했겠다.
시 낭송은 연습하기가 애매하다. 단음, 장음의 경우에 그건 이미 맨 처음 연기를 공부할 때부터 연습해왔던 거기도 하고. 시를 낭송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마음가짐인 것 같다.
연기를 한 다음 후시녹음으로 시를 읽는 거잖나. 감정에 몰입해 시를 읽는 데 도움 됐을 것 같다.
도움 된 것도 있지만 방해가 된 것도 많다. 너무 감정에 취하는 게 방해 아닌 방해가 됐다. 시를 낭송할 때 영화의 흐름에 맞추되 영화에 끌려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 시가 아름답고 예쁘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나. 활자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시에는 특정 배경이나 감정도 없다 보니 어느 상황, 어느 입장에서 읽든 내 상황에 대입된다. 마치 활자로 쓰여진 시처럼 담백하면서도 생각할 공간이 남아있어 여백의 미가 느껴지도록 시를 읽으려고 했다.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항상 컬러영화를 촬영하다 흑백영화를 촬영하려니 새로웠겠다. 연기하는 데 달라진 게 있나?
흑백 영화는 처음 촬영해봤다. 모니터링을 해 보니 눈썹 움직이는 것까지 디테일하게 잘 보이더라. 눈썹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큰 표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걸 이용해 보려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연기한 건 처음이다. 항상 현대적인 외모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시대물과도 잘 어울리더라.
감독님은 내가 윤동주 시인과 풍겨오는 내음이 닮았다고 말씀하셨다. 생김새보다 ‘내음’이 닮았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내음이 뭔지는 모르겠다(웃음). 사실 시대극이든 현대극이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감정과 관계를 얘기한다. 감정과 관계를 말하는 과정에서 극이나 장르 구분이 생긴 거다. 때문에 현대극을 하든 시대극을 하든 연기의 측면에서는 다를 게 없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감정이 중요한 이상, 시대는 어디까지나 배경일 뿐이다. 그렇지만 일제강점기에 살아보진 못했기에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는 없다. 그걸 이해한다고 말하는 게 더 건방진 게 아닐까. 할 수 있는 한 ‘윤동주’와 ‘송몽규’의 감정에 더 집중했다. 감독님이 잘 어울리는 각으로 찍어주셨겠지(웃음).
박정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연기 호흡에 관해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만나면 시시껄렁한 농담 나누기에 바빴다. 서로를 믿었다. 정말 신기한 게 척, 하면 착, 맞더라. 상대방을 믿는다면 연기를 상의하는 게 꼭 필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기존의 영화들과는 많이 이질적인 작품이다. 배우의 열망이나 욕심을 자극했던 지점이 있다면?
배우의 열망을 자극했다고 표현하긴 애매하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이 작품을 탐냈다기보다 제작진 모두가 <동주>를 사랑했다. 우리를 레지스탕스로 봐줬으면 좋겠다. VIP시사회장에서 “비록 저예산 영화지만 찍는 마음은 500억 짜리였다”고 말했다. 감히 단언컨대 제작진 중 단 한 명도 <동주>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수 천 억 원 짜리를 찍는다 한들 이토록 영화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조명팀, 의상팀, 소품팀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카메라 앞에 섰다. 신연식 감독님도 많이 출연하셨다. 신연식 감독님은 저 쪽에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고 의상팀 막내는 기모노를 입고 이 쪽에서 지나가고. 삭발신 리허설 때는 연출팀 막내가 머리를 밀었다. 삭발이 쉬운 게 아니잖나. 그럼에도 형님들이 흔쾌히 머리를 미셨다. (박)정민이 형이랑 나랑 셋이서 빡빡이로 다녔다(웃음). 정말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다. 누가 하나 그런 노력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고마웠다. 흥행을 떠나서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
<동주>의 명장면은 엔딩신이다. 연기를 할 때의 목소리와 눈빛이 정말 좋더라. 생략된 장면이 삽입되는 구조였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대본 상에는 엔딩신 뒤의 상황이 더 있다. 촬영도 다 했다. 여기서는 말할 수 없다. 감독님이 따로 만들고 싶다면서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웃음). 딱 그 장면만 잘라놓고 봐도 눈물이 나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나도 지금의 엔딩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처음 보는데 카운터 펀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웃음), 정말 세련된 마침표 같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엔딩신을 연기할 때는 어땠나?
엔딩신을 순서대로 쭉 찍어 놓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대사를 치는 장면은 따로 찍었다. 그때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엔딩으로 쓸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이 장면은 한 번에 OK가 나긴 했지만 내가 욕심 부려서 두 번, 세 번 더 찍은 장면이다. 그렇지만 제일 처음에 한 것을 사용했다. 어쩌면 그때의 내 마음이 영화 속 상황과 잘 맞아 떨어졌던 건지도 모른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느낀 불안감, 뒤숭숭함이 잘 섞여서 드러난 게 아닐까. 두 세 번 테이크를 가다 보면 ‘좀 전 보다 잘 해내야지’하는 마음이 생겨 연기가 이상해지곤 한다. 무조건 잘하려는 눈빛도 보이고.
언론 시사회 전까지 <동주>를 몇 번이나 봤나?
언론 시사회 때 처음 봤다. 청심환 먹고 봤다(웃음).
http://www.movist.com/star3d/read.asp?type=32&id=23601
‘동주’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만주 북간도 사투리와 일본어가 사용된다. 대본의 절반은 북간도 사투리, 나머지는 일본어였기 때문에 대사를 외우는 것부터 감정을 넣는 것까지 모든 순간을 고민해야 했다.
“사실 대본으로만 봐도 힘들었어요. 대사에 감정을 넣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죠. 일본어 대사를 보면서 어떤 마음일까 생각해 봤고, 사투리는 한마디로 닥치니까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귀에 익도록 사투리로 연기한 작품들을 틀어놓고 잤고, (박)정민 형과 만날 때마다 연습하곤 했어요.”
“나중에는 사투리를 안 쓰는데, 그 이유는 시를 표준어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평소엔 사투리를 쓰다가 내레이션만 표준어로 하면 이질감이 들 것이라는 판단이었죠. 실제로 저 같은 경우도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고쳐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흥분하면 저도 사투리가 튀어 나오는데, 그래서 동주도 몽규와 다투는 신에서 사투리를 써요.”
http://www.fnnews.com/news/201602161720194127
-----다른 인터뷰에선 원래 동주 대본이 처음부터 끝까지 표준말이었대.
고향에서부터 가보지도 않은 경성말 쓰면 이상하니까 수정해서 진학 후 사투리 고친 설정으로 바꾼듯.
개인적으로 몽규는 끝까지 사투리 쓰고 동주는 고쳤다는 게 캐릭터 성격의 차이도 보이고 좋았음.----
"실제 녹음실에서 녹음을 할 때 컨디션 조절을 위해 편한 의자를 주셨다. 앉아 녹음을 하려고 하는데, 편하게 앉아 녹음을 하는 게 죄스런 마음이 많이 들었다. '무릎을 꿇고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해서 녹음 할 때 의자 위 무릎을 꿇고했다"며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됐다"고 했다.
http://osen.mt.co.kr/article/G1110354215
정민 형과는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민 형은 내게 송몽규 그 자체예요. 다른 작품에서 다른 역할로 양복 빼입고 만나면 안 될 것 같아요. 형과는 ‘동주’라는 이 아름다운 영화 한 편만 우리 둘의 트로피로 남겨두고 싶어요. 그만큼 이 영화를, 윤동주와 송몽규라는 역할을 사랑해요.”
http://news.joins.com/article/19561054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동주와 몽규로 돌아가 서로에게 영화에서 하지 못한 인사를 건네본다면요?
정민 너는 나처럼 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나는 그걸로 좋다.
하늘 ‘나의 벗’이라는 말이 영화 안에서는 없어요. 그래서 한번 말해주고 싶어요. 나의 벗, 몽규야. 그리고 나의 소중한 사람, 몽규야. 고생 많았고 미안했다.
http://www.smlounge.co.kr/nylon/article/26381
첫댓글 강하늘 본체는 안좋아해도 동주 연기한거는 진실됐다고 생각해서 좋아했었는데.. 진짜 고민많이했구나
이래놓고 일빠
나는 참... 동주 보면서 더 반일감정에 불타올랐는데... 본체는 일본 좋아하는게 이해가 안 됨...
영화는 좋았지만 본체는 ㅡㅡ
영화 보고 엄청 울었어ㅜㅜ
뭔체 무ㅜㄴ 일이고
그냥 배역을, 캐릭터를 사랑한 듯
정말 윤동주라는 인물에 빠졌다면 작품 후 행보가 그럴 수는 없지
동주는 윤동주가 서사가더강렬하지않아서 더 의미있는작품이라고생각함. 제목 그대로 윤동주시인의 인생을 영웅적인시선에서 그려냈으면 그것도좋지만 뭔가 흔한 영화중하나가되버릴수도있는데.
영화에서 영웅에 가까운인물은 주인공 동주가아닌 박정민이 맡은캐릭터잖아. 올곧고 부러지지않는신념을 가지고 최후까지 바뀌지않는 영웅그자체임.
그에비해 동주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으로 고뇌하고 망설이고. 그시대에어쩌면 흔히 볼수있는 보통의 사람그자체임. 머리로는 어느것이 옳은것인지알고있는데 영웅같은 용기는 조금 부족해서, 마음은 뜨겁게 끓어오르면서도 모든것을 독립에바치기에는 동주의 인생에는 시라는 가장사랑하고 소중한것이 이미존재하고있어서 윤동주는 망설일수밖에없지
그래서동주는 박정민캐릭터를 사랑하면서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하고 자신을 비교하며 부끄러워하기도하고. 난그래서 좋았어.. 영웅이아닌 윤동주의 고뇌도좋았고, 윤동주가 정말겁쟁이였다면 그의시는 결코그렇게 쓰여질수없다는걸 시를보면서 느낄수있는 연출이었고,
그리고 결국에는 그런 아름다운 시를 쓰는 청년역시 목숨을잃게만드는 제국주의란게 얼마나 끔찍한것인지도.. 보여주는거라서 좋았음. 이준익감독작품중에 가장좋아함.
왕의남자,동주,소원 이세가지 제일좋아해
@디지털치매오는중 여시 댓글 너무 좋다
나 이거 영화관에서 보고 몽규한테 홀딱 빠져서 dvd 존버해서 샀잖아 ㅠㅠㅠ 딥디 출시소식 암만 기다려도 안 떠서 배우한테 dm도 존나 보냈음 언제 나오는지 아냐니까 지도 모른다고 나오면 지한테도 알려달래 저기서 젤 키큰 놈이었음 뭐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