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종합병원"
[롱다리 박 탁구 클리닉 ] -
[ 탁구 에세이]
누구나 잘 하고 싶어 한다. 안 좋은 습관이 몸에 익숙하여도.
10년 정도 지났다. 예전 내가 대구에서 영주로 올라갔을 때의 일이다.
대구에서 1부의 타이틀을 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북 영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구에서만 오랫동안 살았었는데 대구를 벗어난 첫 번째 정착지였다.
처음 몇 달은 일에 적응하느라 운동을 못했었다. 몇 개월 후 사람도 그리웠고 슬슬 몸도 풀고 싶었다. 무작정 영주 있는 10여 개의 탁구장을 다니면서 분위기를 익혔다.
전반적으로 할만했지만 몇몇 분에게는 패하기도 했다. 내가 몸이 굳어 있어서 몇 개월 끌어올리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루두루 얼굴을 익히고 운동으로 사람들과 교류를 할 때쯤.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다니다가 그만두고 탁구장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들르게 되었다. 구장 이름은 강변 탁구장.
관장님은 나와 나이가 같았고 5부 셰이크핸드 공격형이었다. 처음 들어갔을 때 놀랐던 것은 내가 핑퐁 좋아 사이트 Q&A 게시판에 질문에 대한 답을 올린 글들은 모두 프린트한 것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물론 내가 이 글을 쓴 사람이라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구장 분위기도 좋고 해서 몇 번 더 방문했었다. 그 구장에는 관장님의 삼촌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운동이 끝난 후 신발을 갈아 신고 나오는데 관장님의 삼촌이 저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했다. "롱다리 박 우리 조카 박관장 좀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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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관장님의 실력도 미천해서 구장 회원들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실력을 올려달라는 것과 구장 회원이 얼마 없는 상태에서 내가 구장에 등록을 하여 꾸준히 다니는 걸 바라는 말이었다.
내가 그럴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관장님의 성격도 모나지 않아서 괜찮았다. 그래서 구장에 등록하고 꾸준히 강변탁구장을 다녔다.
관장님은 중진에서 플레이하는 공격형인데 공을 아주 강하게 스윙하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실수가 많았다. 몇 주를 지켜보면서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침 때가 찾아왔다. 관장님의 탁구를 치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쳤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물어봤다.
"내가 가르쳐줄께. 대신 오른쪽 어깨를 다 낫고 배울 건지 아니면 왼손으로 처음부터 배울 건지 정해."
2주 정도 흘렸다. 박관장은 의외의 대답을 나에게 했다. 고민 끝에 나에게 왼손으로 새롭게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물론 가르쳐 주겠지만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일 마치고 회원들 모두 집에 가면 둘만 남아서 레슨을 시작했다. 주로 새벽에 끝이 났지만 해가 뜨는 날도 많았다. 내가 기본기를 알려주면 얼마나 연습을 하는지 원래 왼손잡이처럼 자연스럽게 기술을 구사하였다. 처음부터 새롭게 가르쳤지만 훨씬 좋은 스타일로 탁구가 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벽 늦게 끝이 나면 원룸에 사는 관장님 집에 가서 편의점에서산 맥주 한 잔에 탁구 이야기하며 잠들곤 했다.
8개월이 지났다. 나도 다른 일이 생겨서 레슨을 해줄 상황이 아니었다. 8개월 했을 때의 느낌은 모든 기본기는 끝이 났고 단지 연습만이 남았다. 예를 들면 공부를 잘하기 전에 좋은 공부습관이 몸에 잡히면 공부가 잘될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했다.
놀라운 것은 이 시기에 이미 구장의 모든 회원을 이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직장에 같이 다니던 형을 설득해서 탁구를 시작하고, 이 두 명이서 탁구 동호회를 창단했다. 회장, 총무 두 명 있는 동호회였다. 그렇게 시작했다. 몇 개월이 지나 단체 시합을 나갈 수 있을 정도의 회원이 모였다. 변방에 있는 탁구장이 시합에서 무엇인가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이 시기가 영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합 결과는 우리가 영주에서 "우승" 을 하였다. 강변탁구장 최초였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깃발도 구장에 가져왔다. 그때의 그 우승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대구를 벗어난 나에게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박관장은 그 후로 다른 사람에게 레슨을 받다가 왼손 손목을 다쳐 몇 년을 다시 오른손으로 쳤었다. 최근에 다시 왼손으로 치기 시작했는데 22년 9월에 있었던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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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탁구를 배울 때 무조건 사간이 지나야 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고3이 되었다고 모두가 1등을 할 수는 없다. 공부 습관이 좋지 않으면 성적이 잘 안 오르듯이, 탁구를 10년을 쳐도 실력이 그대로인 사람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탁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실력이 줄지는 않겠지만 잘만 배운다면 매우 짧은 시간에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길 바라기보다 지금 현제 나 자신을 넘어서는 것부터 하길 바란다. 한 가지 기술을 국가대표처럼 한다고 해서 게임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수능시험처럼 한 과목만 만점을 받는다고 해서 전체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탁구의 모든 기술이 균형이 있어야 하며 그래서 그 기술을 빼먹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에 맞는 스타일로 기술을 연습하면 된다.
어떤 기술을 배워야 하는지, 어느 정도 연습해야 하는지, 빼먹은 기술은 없는지, 내가 잘하는 기술은 뭔지, 배운 기술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게임의 요령, 평소 운동습관, 식습관, 운동의 이해정도, 몸 관리 등등 혼자 알아서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탁구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열고 항상 배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내가 많이 늘었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력은 멈춘다. 아니 그생각 자체가 하수다. 발전이 늦어진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박 관장(닉네임 : 타이거박)이 "롱다리 박 한테 배우고 싶다. 가르쳐 줄 수 있나?"라는 질문이었다.
주변에 많이 물어보고 또 생각하고 그중에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 이런 과정이 운동을 그만두는 날까지 반복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길 바란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동호회명:리버사이드. 기적처럼 우승하였다. 두명이서 창단하여 우승까지.분명 탁구삶에 걸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수없다.아래쪽 제일 오른쪽 박관장, 위쪽제일 오른쪽 롱다리박>
<Copyright ⓒ 2023 by 배울수록 즐거운 롱다리박 탁구 클리닉, All rights reserved>
첫댓글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롱다리박님 글은 볼때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긍정적이고 좋은생각 위주로 해주세용 ㅎ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대단하네요
노력으로 극복하신분 대단하십니다!!
쉽지않은 결정이었을꺼에요. 왼손으로는 배드민턴 공도 못맞추더라고요. 서로 잘 맞았던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한번 더 배웁니다. 스승도 제자도 멋집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으로 좋은 스승에 그제자인듯합니다
기분좋게 잘읽고갑니다 ^^*
운명이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꿈만같네요. 감사합니다.
항상 긴장을 늦출수가 없네요~~
즐겁게 운동하시는게 최고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배우고 싶네요
아직 열정이 있으시네요.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대단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운이 좀 좋았던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눈물이 핑도는 글입니다.
감동과 스토리가 모두있네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