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니 겨울 안부,……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리라”
-『The JoongAng plus/시(詩)와 사색』2023.03.25 -
그리 크지 않은 물건을 포장해 우편으로 주고받는 것. 소포(小包)라 합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을 택배로 받을 때와는 느낌과 정서가 다릅니다. 이 소포의 겉면에는 으레 반가운 이름과 그리운 주소가 적혀 있는 까닭입니다.
세련과는 거리가 먼, 무슨 금은보화라도 담겨 있는 듯 꽁꽁 얽힌 포장을 힘겹게 열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일순간 아득해집니다. 이 세상의 교환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물건이 얼굴을 내밀기 때문입니다.
봄의 마늘이든 여름 감자든 가을 배추든 혹은 겨울 유자든. 그리고 큰 마음이 적힌 짧은 편지 한 장도.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