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를 위한 벤조디아제핀
Benzo Hypnotics의 종류, 특징 및 임상적 활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평생 한번은 겪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에 대한 관심과 함께 대표적인 약물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정신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의 적응증, 약리작용과 특징, 차이점 등에 초점을 맞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벤조디아제핀은 모두 GABA-A 수용체의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로 작용하지만, 임상에서는 어떤 약물은 수면제로, 어떤 약물은 항불안제로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차이는 GABA-A 수용체의 아형 결합 특성, 특히 α1·α2·α3·α5 아형에 대한 선택성과 친화도 차이에 기인한다. 지난 편에서 다루었듯, α1 아형은 수면 유도와 진정 작용, α2·α3은 항불안과 근이완 작용, α5는 기억과 인지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α1에 대한 선택성이 높고 작용시간이 적절한 약물들이 주로 수면제로 분류되며, 이번 편에서는 국내에서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벤조디아제핀을 정리하고자 한다.
국내에서 불면증에 허가된 벤조디아제핀
(1) Flurazepam
Flurazepam(플루라제팜)은 long-acting 벤조디아제핀으로, α1 아형에 대한 친화도가 높아 최면 효과를 나타낸다. 반감기가 길어 다음날까지 잔여 진정효과가 이어질 수 있으며, 임상에서는 활용 빈도가 높지 않다. 국내에서는 달마돔정으로만 출시되어 있으며, 잠들기 어렵거나 밤중에 자주 깨는 불면증과 수면 휴식이 필요한 급·만성 병적 상태에 사용된다. 15세 미만 소아와 임부에게는 금기이며, 노인에서는 인지기능 저하와 낙상 등의 위험으로 장시간형 벤조디아제핀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이 경우 단시간형 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2) Flunitrazepam
Flunitrazepam(플루니트라제팜)은 국내에서 수면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중 하나다. 반감기는 약 20~30시간으로 intermediate-acting 제제에 해당하며, α1 아형에 대한 높은 친화도로 강한 최면 효과를 보인다. 루나팜정과 라제팜정으로 유통되며, 복용 후 15~30분 이내에 약효가 나타나 수면 개시와 유지 모두에 효과적이다.
이 약물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전향성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이다. Flunitrazepam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이 현상은 수면 중 발생한 행동이나 대화를 다음날 기억하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러한 특성이 사회적으로 악용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심한 불안이나 과각성으로 인해 잠들기 어려운 환자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뚜렷한 효과와 부작용을 가진 flunitrazepam은 불면증 치료에서 강한 효과가 필요할 때 적절한 용량과 기간을 고려해 사용되는 중요한 치료옵션 중 하나다.
(3) Triazolam
Triazolam(트리아졸람)은 short-acting 벤조디아제핀으로, α1 아형에 대한 높은 친화도를 보여 불면증 치료에 사용된다. 여러 상품명으로 유통되며 대표적으로 트리람정과 졸민정이 있다. 빠른 약효 발현과 강한 수면 개시 효과를 나타내며, AASM(2017) 진료지침에서도 수면 개시장애가 주된 경우, 특히 triazolam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반감기가 짧아 금단 증상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국내 허가사항에서는 triazolam을 단기간(보통 7~10일) 투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치료 기간은 최대 2~3주를 초과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중단은 반동성 불면, 불안, 떨림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서서히 감량하며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Triazolam은 CYP3A4 대사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ritonavir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나 fluconazole과 같은 항진균제와 병용 시 혈중 농도가 상승해 과도한 진정이나 호흡억제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과 임부에게는 금기이며, 노인에서는 혼란, 섬망, 전향성 기억상실, 공격적 행동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4) Etizolam
Etizolam(에티졸람)은 thienodiazepine 계열 약물이지만, GABA-A 수용체의 벤조디아제핀 결합 부위에 작용해 임상적 효과와 부작용 양상은 벤조디아제핀과 매우 유사하다. 반감기는 약 3~4시간으로 short-acting 제제에 해당하며, α1 아형에 대한 상대적 친화도가 높아 진정·최면 작용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데파스정으로 유통되는 etizolam은 불안, 긴장, 우울, 정신신체장애 등 다양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신경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정신신체장애(고혈압, 위·십이지장궤양 등)에 수반되는 수면장애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불안과 수면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환자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임부금기 약물이며 소아에서 안전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고령자에서는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 구조는 벤조디아제핀과 다르지만 임상적 효과와 부작용 양상은 유사해, 사용 시 동일한 주의가 요구된다.
(5) Alprazolam
Alprazolam(알프라졸람)은 주로 항불안제로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이지만, 정신신체장애(위·십이지장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자율신경실조증)에서 나타나는 불안·긴장·우울·수면장애에도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Alprazolam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대표적인 벤조디아제핀으로, 항불안제로서의 임상적 활용과 주의사항은 추후 이어서 다룰 예정이다.
결론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주요 벤조디아제핀에 대해 설명했다. 약사로서 같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이라도 개별 약물의 특징을 이해한다면 더 적절한 복약상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항불안제로 주로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을 이어서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