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얄리얄리얄리얄)
절에서 살고 있다고 하면
“그 좋은 직장을 그만 두고 왜?”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도 직장을 그만 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되어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고
워라밸도 지킬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도 덤으로 받는. ㅋㅋ
내가 보기엔 나에게 찰떡.
완벽한 일처럼 보였기에
다른 직장에 대한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갑자기
자칭 출가자.
제도상으론 무직이 되었다. ㅋㅋ
현재 보람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은 직장을 그만두고 나에게 닥쳐왔던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백일출가를 마치고 난 뒤
3년을 더 공부하고 싶었다.
(백일동안 마음공부 맛을 조금 봤기에. ㅋ)
수행은 안과 밖이 없기에
꼭 출가해서 수행할 필요는 없었지만
(백일출가했던 도반들 중 3명만 공동체에 남았다.)
혼자 있으면
수행의 끈을 놓칠 것 같았다.
어떤 습관이든
처음에 자리 잡는 것이 어려우니
3년, 마음공부에 투자해서
150세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여기서 더 공부하지 않고 돌아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직을 던졌다.
(지금 생각해도 용감한 선택이었고 ㅋㅋㅋ
잘한 선택이다. ㅋㅋㅋ )
만약 돈, 재취직의 어려움, 가족들, 주변 시선 등등을
생각 했었다면 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냥 딱 하나 생각했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
그렇게 사직을 던지니
직장에서도 당황.
부모님께 이야기를 한거냐.
조금 더 생각해봐라.
며칠 더 시간을 주겠다.
일단 휴직을 더 쓸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할거다.
등등의 말씀과 몇번의 전화가 왔지만
꿋꿋하게 그만 뒀다.
호기롭게 사직서를 쓰긴 했지만
막상 그만 두고 나오니
손이 벌벌 떨렸다.
다리도 후들거렸다.
당장이라도 엄마에게 전화해서
내가 직장을 그만 뒀는데 괜찮을까?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큰 결정을 물어보지도 않고
결정한 것이 미안했다.
사직서를 쓴 후 집에가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사직서 썼어.”
“뭐?????!!! 진짜로???? 왜???? 벌써 썼어??”
화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을텐데
엄마는 놀라긴 하셨지만 그냥 들으셨다.
백일출가를 간다고 휴직을 했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셨던 것 같았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다시 절로 들어왔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만
이때부터 불안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1차 불안 _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돌아갈 곳도 끊고
굳은 결심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절에서 생활하니 녹녹치가 않았고,
내 안에 불안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때 즈음,
엄마가 울먹이며 전화가 왔다.
철없는 딸을 말리지 않는다고
집안 어른들이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직 결정을 바꿀 기회가 있으니
니가 원하는 대로 해결해준다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 엄마는 3살때부터 만난 새엄마(이 용어가 싫다)지만
커가면서 한번도 차별받지 않았고,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엄마가 친척들의 전화 속에서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그때는 엄마를 다독이며 괜찮다고,
웃으며 전화를 끊었지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안했다.
엄마한테 상처주고
걱정시키면 안될 것 같았다.
엄마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날이 밝아 반장님께 연락을 했다.
“어머니께서 울면서 전화가 오셨습니다.
저는 집에 돌아가야겠습니다.”
법사님께서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셨는지
함께 공부하고 있던 도반들과 모여 있던 자리에서
얼음장 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ㅇㅇ행자님. 어떤 이유든 집에 가도 괜찮습니다.
꼭 여기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런데 엄마 핑계 대면서 집에가면 안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에가면 평생 어머니 원망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대웅전에 올라가 절을 했다.
엄마라는 방패 속으로 숨지 않고
내 마음이 어떤지 살펴보려 했다.
만약 그 순간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었다면
‘내가 엄마 때문에
이 공부도 포기했는데.‘
라는 생각이 계속 나를 괴롭게 했을 것이다.
엄마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법사님께 감사하다.
(살면서 누구를 존경하고 살아본 적 없는데
법사님은 진짜 스승님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ㅋㅋ)
그 순간,
엄마를 위해 집으로 갔었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2차 불안 _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할건데
그렇게 첫번째 고비가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불안이 닥쳐 왔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그만 둔 것은 아닐까?
여기서 있다가 나가면 나는 뭐하며 살 수 있지?
여기서도 살지 못하면 어떡하지?’
등등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며
불안해졌다.
멀쩡하게 잘 있던
직장이라는 든든한 동아줄을
내가 성급하게 끊어버린 것 같았다.
내 인생이 끝나버린 것 같았다.
잠을 잘 수 없었고
일상생활이 붕괴됐다.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사직을 취소해야 할지,
여기서 계속 있어야 할지
계속되는 불안, 고민 속에 잠겨 버렸다.
한순간도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쯤 수련을 하게 되었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나의 괴로움에 대해 법사님께 이야기를 했다.
한참을 들으시던 법사님은
나를 보며 물으셨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할건데? 집에 돌아갈거야?”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아니 지금 어떻게 할거냐고.”
“모르겠다니까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눈물)”
“지금 말이야. 지금. 당장 집에 갈꺼야?”
“(화내며) 일단 지금은 못가죠.”
“그럼 지금 가지도 않을꺼면서 그렇게 괴롭게 살꺼야?”
그순간
잠깐.
마음이 환해졌다.
생각에 자꾸 잠길때는
몸을 움직이라는 법사님의 말씀에
예초기를 돌렸다.
아무 생각 없이
예초기를 돌리고 있으니
괴로움이 없었다.
불안도 없었다.
그때부터 불안한 순간이 오면 나에게 물었다.
지금 이 순간. 돌아갈거야?
(아니)
그럼 일단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하자.
어차피 있을건데 괴롭게 있을 이유가 없지.
이런 문답은 점차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내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점점 일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의 상황(직업이 없다는)과
똑같은 상황이지만
지금의 나는
‘여기서 나가더라도
어떤 일이든 해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로
생각이 바꼈다. 큰 불안도 없다.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
이런 불안을 처음 마주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큰 변화를 마주할때면 늘 불안이 나를 휘감았다.
하지만 불안을 직접 마주하고
혼자 넘어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밑바닥까지 잠겼다가 벗어나본 그때의 경험이
나에겐 큰 배움이었다.
여기서 공부한 성과랄까. ㅋㅋㅋ
++++++++++++++++++++++
지금도 나는 계속해서
나를 알아가는 공부 중이다.
내 마음을 알아가는
이 시간들이 나에겐 정말 소중하고
이렇게 인연이 닿게 되어 감사하다.
누군가에게 내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봄♥
다들 행복하자!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여시들에게
마음공부 정말 추천한다.
(불교대학에서 실생활과 연관시켜
마음공부를 해 볼 수 있으니 추천 ^^)
https://www.jungto.org/edu
첫댓글 말머리~~
ㅎㅎ 땡큐
와 스님 말씀 쩌리에서 본 다른 스님의 상담이랑 맥락이 일치해서 신기하다 관심이 가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루에 몇잔 1년에 두번 해, 봄이랑 가을 ㅎ 한주 빠지게 되는게 아쉽지만 그래도 마음 있을 때 신청해 보는게 좋을 것 같애 😊
좋은 글이다 ㅠㅠ 공부한거 공유해줘서 고마워!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내 이야기 담은 책 쓰는게 버킷리스트였는데! 여기서 이루는 중 😄
지금 나에게 집중할 것..! 고마워!
여시야 글 진짜 마음을 울린다..!!!! 자주자주써주라!!!
요새 불안에 잠식 당하는 기분이었는데 글이 위로가 된다 고마워!
와….법사님도 여시도 대단하다 지금 나에게 울림이 있는 글이야 고마워
와... 내가 그래서 원망하는 마음이 계속 있구나... 그때알았었다면 안그랬을텐데..
현재에 포커스를 맞추면 어렴풋이 답이 떠오르는 거 같아서 내일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게 됐어. 고마워 여시! 평온한 날들이길 바랄게!!
너무 좋은말 많다..글만보는나도 이렇게 울림이 많은데..여시가 왜 절에 들어갔는지 알것같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3.17 21:36
헉 저곳 길거리에서 홍보하던데
깨달음을 공유해줘서 진짜 고마워..... 와...많은게 느껴진다
글 써줘서 고마워
잘보고잇어🤍
좋은글 고마워 여시글 올라올때 마다 정독하는데 참 좋다... 그냥 좋다...
여시야 마음에 와닿는 글 써줘서 고마워
좋다 잘 읽었어 ㅎㅎ
너무 좋다 글 쭉 다읽었어 글써줘서 고마워
여시야!!! 글 재밌게보고있어! 올려줘서 고마워!! 이번 글은 특히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아!! 한동안 내가 놓쳤던 도전들을 엄마를 걱정할까봐 안했다고 스스로 핑계대며 괴롭히고 있었거든!! 최근에 새로운 결정을 하면서 가족들한테 말해여하는데 아직 말못하고 있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여시글보면서 느끼는게 많아...!! 글잘봤어!! 고마워💕
여시야 글 우연히 보기 시작해서 1부터 다 잘봤어! 엄마 100일 보내드리고 싶은데 만배가 걸리네ㅎㅎㅎ 백출 알게되서 기뻐
여시야 좋은글 잘봤어!!
여시야 이번 글을 계기로 이전 글도 다 읽고 왔는데 글만 보면서도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부분이 많았어! 글 작성해줘서 고맙고 앞으로의 마음 공부도 응원해!
지금에 집중하는 거 너무 좋다
여시의 앞날을 정말 응원해!! 나에게도 깨달음을 줘서 고마워!
너무 멋진 여시... 지금 나의 이 힘듬과 괴로움에도 너무 도움됬어 글 써줘서 고마워!
여시 글 읽으면서 나까지 편해졌어,,현재에 집중하는 거 놓다 고맙고 응원해!!
여시 글 잘 읽었어. 요즘 나도 불안에 휩싸여 힘들었는데 딱 이런 좋은 글을 만났네.. 잘 읽었어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 여시 잘 읽었어
여시 일화 보면서 내 불안감도 잠재워지는 느낌이야 고마워!
와 스님말씀하시는거 너무좋다...
안그래도 최근에 즉문즉설글들 많이 읽고있었는데, 여시글보고 불교대학신청했어. 고마웡!
@그때가서 행복한 시간되길 ☺️
3년 공부해서 150세까지 써먹을거란 말 너무 좋다… 인생 길어
예전에 정토회해서 하던 프로그램 들었었는데 옛날 생각나네ㅎㅎ
여시 멋있다
나는 뭐든 겁많은 사람이 되었어요즘
글 고마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4.03 13:2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4.03 13:2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4.04 11:18
가톨릭신자인데, 요즘 법륜스님 즉문즉설보다가 너무 좋아서, 엄마랑 친구들한테 행복학교 추천해주고, 엄마는 등록해드렸어!
여시 글을 보니까 아직 학기는 시작안했지만 너무 잘한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공부 하면할수록 고민이 심플해지고 인생이 그래서 더 편해지는 것 같다!
나도 해봐야겠어~ 깨장도 언젠가 꼭 가보고싶다ㅋㅋㅋ 좋은 글 나눠줘서 고마워!
어쩌다 들어오게됐는데 여시 글을 읽는 내 마음이 편안해지네 글로 정돈된 내 마음을 읽은 것 같기도하고 나도 비슷한 생각에 괴로웠던 적이 있나보다 고마워! 여시글로 잠깐 내 마음도 환해진듯해
넘 좋다 ㅠㅠㅠㅠ마음은 굴뚝인데 직장=돈=생계라는 관념때문에 미루기만 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