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시절 가장 잘 나가던 이름 석자는 ‘이상득’이었다. ‘형님 인사’ ‘형님 공천’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이상득 개인을 특정하는 호칭도 등장했다. ‘영일대군’ ‘상왕’ 등으로도 불렸지만 대표적인 별칭은 ‘만사형통’. 그와 통하면 바라던 일이나 막혔던 일이 형통해 지기 때문이었다.
미혼이라 설칠 가족 없다더니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선돼도 설칠 가족이 없으니 역대 대통령들처럼 친인척 비리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이 미혼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포장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형제인 박재옥, 박지만, 박근령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배다른 언니 박재옥은 박정희가 김호남과 이혼하고 육영수와 재혼한 이후부터 사촌들의 집과 외가를 전전하는 등 숨어 살다 시피 했고, 남동생 박지만은 과거 마약 투약 혐의로 다섯 차례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 여동생 박근령은 육영재단 분쟁과 신동욱과의 재혼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관계다. 때문에 박근혜 후보의 주장은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조카들이다. ‘만사형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만사형통’에는 박 대통령의 후광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배다른 언니 박재옥(남편은 박정희 부관 출신 한병기)의 딸 한유진과 사위 박영우가 운영하는 ‘대유그룹’의 급성장이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대유그룹’의 핵심사인 대유에이텍은 자동차 시트와 알루미늄 합금을 제조해 현대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B2B(기업간 거래) 업체.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가 될 무렵인 2004년 이 업체의 매출은 101억 원에 불과했다. 이후 매출이 급성장을 하며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로 나섰던 2007년에는 1285억 원을 기록한다.
조카의 기업인 대유에이텍 10년 사이 60배 폭풍성장
박 대통령이 여당 대선후보로 독주하던 2010년 20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더니 ‘박근혜 테마주’로 부각됐던 2011년에는 전해보다 두 배 가까이 폭증하며 4694억 원을 기록했다. 이 성장세는 계속돼 2012년 5055억 원, 2013년 5551억 원에 이어 올해는 6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매출이 60배 늘어난 것이다. 경이적인 폭풍성장이다.
대유에이텍이 진출해 있는 자동차 시트·부품 사업은 진입장벽은 높은 B2B 업종이다. 현대차, 기아차 등 대기업의 의중에 의해 사업이 크게 좌우된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여당 유력주자, 대선후보, 대통령 당선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조카사위인 박영우가 대표로 있고 조카인 한유진이 사실상 대주주인 대유에이텍이 엄청난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재벌기업의 권력 유착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대통령 조카의 업체이니 얼마나 각별하게 대해 왔을까.
검찰도 손을 대지 못할 정도다. 조카사위 박영우와 관련해 불거졌던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대유신소재(속칭 ‘박근혜 테마주) 주가 조작을 통해 40여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자본시장법위반) ▲차입금으로 스마트저축은행 인수함으로써 상호저축은행법을 위반했다는 의혹 ▲자신이 인수한 골프장(대유몽베르CC)의 VIP와 VVIP 회원권을 12배 비싼 가격으로 계열사와 이해 관계사에 팔아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 받았다는 의혹 ▲자신 소유의 빌딩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스마트저축은행에 임대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게 계약을 맺어 수십억 원대의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받았다는 의혹 등이 그것이다.
승승장구 ‘그룹’으로 발돋움, 검찰도 손 대지 못해
이 같은 의혹과 혐의 내용이 국회에서도 논란이 되자 검찰은 “엄히 처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위 네 가지 혐의 가운데 한 가지 그것도 일부만 인정해 박영우를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해 10월 법원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솜방망이 처결을 한 것이다.
이러니 ‘대유그룹’이 승승장구할 수밖에. 대유에이텍, 대유신소재, 대유SE, 대유중공업, 스마트저축은행, 몽베르컨트리클럽 등을 거느리며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2010년에는 스마트저축은행을, 2011년에는 포천 산정호수 부근의 몽베르CC를 인수하더니 최근에는 김치냉장고로 한때 유명세를 탔던 ‘위니아만도’를 손에 넣었다. 대유에이텍은 지난 10일 위니아만도 지분 70%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로써 B2B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업체가 된 것이다. 박 정권 동안 얼마나 영역을 확대하며 성장할지 두고 볼 일이다.
박 대통령의 외사촌 조카도 논란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훤회 등으로부터 정부 모태펀드 870억 원을 따내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펀드를 따낸 컴퍼니케이의 대주주인 정원석의 아버지 정원삼은 박 대통령의 모친 육영수의 언니인 육인순의 딸(홍지자)의 남편이다.
시점으로 볼 때 뭔가 ‘짜고 친 정황’이 역력하다. 정원석이 컴퍼니케이의 이사로 취임한 건 박 대통령 취임 한 달 뒤인 지난 해 3월. 취임하자마자 지분 인수에 착수해 굵직한 펀드 운용권을 따내기 직전인 지난 4월까지 컴퍼니케이 지분 74.3%을 거머쥔다. 정원석이 대주주가 된 시점과 정부가 펀드 투자조합운용사 선정 공고를 낸 시점도 일치한다.
펀드 특혜 의혹도 불거져, 한국민속촌과 남부CC ‘과거사’도 논란
사촌 정원삼과 조카 정원석 부자에 대한 특혜 의혹은 박정희 시절에도 있었다. 한국민속촌과 골프장(남부컨트리클럽) 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1974년 박정희는 민속촌 건립을 추진한다. 정부가 6억 8000만 원을 내고 민간기업인 기흥관광개발이 운영권을 갖는 대신 7억 3200만 원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민속촌이 문을 연 뒤 1년 만에 사주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때 정원삼이 접근한다. 1976년 기흥관광개발을 인수해 지금까지 한국민속촌을 운영하고 있다.
당시 수십 억 원을 호가하는 민속촌을 1억 원을 주고 손에 넣었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민속촌은 박정희 사망(1979년) 이후 사유화가 진행된다. 설립 당시 정부가 투자한 6억 8000만 원의 행방은 지금도 묘연하다. 현재 가치로 환산해 보면 1200억 원에 해당한다. 엄청난 국민 혈세가 투입됐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슬그머니 개인재산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특혜’로 손에 넣은 한국민속촌 부지에 골프장(남부CC)을 조성했다. 한때 이 골프장 회원가 시세는 1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렇게 형성된 정씨 일가 자산은 7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편법·탈법으로 증여를 했다는 의혹도 있지만 제대로 밝혀진 건 없다.